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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묻지 마 관광'이라는 말이 회자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름, 직장, 가족관계, 친구 관계, 연락처 등 그 어떤 것도 묻지 않는 걸 전제로 하는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여행을 경험했다는 사람이 있어 이야길 들어보니 소위 남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분명 어딘가를 다녀오고, 뭔가를 보고, 어떤 이야길 듣고, 무엇이라도 느꼈겠지만 그가 기억하는 건 별다른 게 없었습니다. 힘들고 피곤하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누구나 경험하고 즐기는 게 여행입니다. 여행 중에는 볼 게 많은 여행도 있고, 들을 게 많은 여행도 있습니다. 먹을 게 풍부한 그런 여행도 있습니다.

수학여행, 신혼여행, 가족여행, 국내여행, 해외여행, 단기여행, 장기여행 등 성격이나 여행지, 기간 등을 달리하는 여행도 많습니다. 그러함에도 많고 많은 여행 중 가장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여행은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하는 여행일 거라 생각됩니다. 

느낌과 깨달음이 있는 <맹자 여행기>

<맹자 여행기>(지은이 신정근 / 펴낸곳 h2 / 2016년 1월 18일 / 값 18,000)
 <맹자 여행기>(지은이 신정근 / 펴낸곳 h2 / 2016년 1월 18일 / 값 18,000)
ⓒ 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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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여행기>(지은이 신정근, 펴낸곳 h2)야말로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하는 여행, 그런 여행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은 것을 오롯이 담아낸 기행록입니다.

저자는 맹자가 태어나 자란 중국 이산을 찾아갑니다. 일정 내내 발로 딛고, 눈으로 보고, 감각으로 느끼고, 식견으로 깨달으며 맹자가 남긴 흔적과 사상(가르침)을 담아 갑니다.

맹자가 살던 주변을 사진으로 담고, 맹자를 더듬을 수 있는 흔적을 고전을 빌어 담아냅니다. 맹자를 추스른 사상, 맹자가 남긴 가르침을 느낌표 같은 내용으로 풀어갑니다.

그동안 고전을 통해 만났던 맹자는 백색 제도지에 그려진 설계도만큼이나 반듯하지만 단조롭고, 난해하기 그지없는 고전 속 인물로만 그려지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만나는 맹자는 고전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독재정치에 맞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맹자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믿었기 때문에 '왕을 위한 정치'에 견결하게 맞설 수 있었다. - <맹자 여행기> 411쪽

선왕이 맹자에게, 은나라 탕왕이 하나라 걸왕을 내쫓고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의 주왕을 정벌한 것 대해 물었습니다. 이때 맹자는, "사람을 해치는 자는 '도적'이라 하고 정의를 해치는 자는 '폭도'라고 부르는데, 도적과 폭도는 '한 놈'이라고 부릅니다. '한 놈 주'를 처단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신하가 군주를 살해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라고 답을 합니다. 도적 같고 폭도 같은 군주라면 목을 쳐도 된다는 대답입니다. 

책에서는 맹자가 펼치고자 했던 정치관으로 오늘날 우리가 목견하고 있는 정치 현실을 얼핏얼핏 투영합니다. 고전 속에 머물던 맹자가 현실 속 맹자로 되살아나 제대로 된 정치를 설파합니다.

맹자 흔적 찾아 삼만 리

가족관계, 출생이력, 성장배경, 공자와의 관계, 펼치고자 했던 사상 등을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맹자가 태어나 뛰어놀던 고향도 찾아가고, 맹모삼천지교로 널리 알려진 맹모의 교육관도 그려냅니다. 맹자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맹자의 선조들이 역적이었다는 사실도 밝혀 냅니다.

아! 공자의 말처럼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사는 것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큰 원칙이고 인륜의 큰 뿌리이니 잠깐이라도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저들은 이를 없애려고 하니, 이는 온 세상 사람들을 내몰아서 문명 세계를 버리고 야만 세계로 들어서는 것이다. 어떤 재앙이 이보다 심할 수 있겠는가? -<맹자 여행기> 216쪽-

요즘, 출판계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여행기 아닐까 생각됩니다. 화려한 사진으로 단박에 시선을 유혹하는 여행기들도 속속 출판됩니다. 자극적인 표현, 유혹적인 설명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을 자극하는 여행기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여행기들은 패스트푸드 같습니다. 볼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남는 게 없고, 느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울림이 없습니다. 그냥 '나 이런 여행을 했다'는 걸 자랑하는 내용도 없지 않습니다.

저자가 맹자를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은 그 자체가 느낌이고 생각입니다. 저자가 맹자를 더듬으며 기록한 내용은 그 자체가 인(仁)을 찾아가는 깨달음입니다.

제한된 시간, 한정된 여건 하에서 좋은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 저자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 가쁜 땀방울이며 여행기 뒤에 스며있는 열정입니다. 누군가 '우리는 왜 맹자를 만나야 하는가?' 하고 물었을 때, 왜라고 묻는 물음에 답해줄 답을 <맹자의 여행기>에서 찾을 수 있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맹자 여행기>(지은이 신정근 / 펴낸곳 h2 / 2016년 1월 18일 / 값 18,000)



맹자여행기 - 절망의 시대, 사람의 길을 묻다

신정근 지음, h2(에이치투)(2016)


태그:#맹자 여행기, #신정근, #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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