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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근골격계질환이 노동자들의 직업 때문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법안이 마련되었다. 이에 대한 관리와 예방의무가 사업주에게 부여되었다. 그간 만성적 고통을 겪던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으로 치료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길이 공식적으로 열렸다. 그리고 질환을 유발하는 노동환경에 대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물론 이는 이전의 숱한 투쟁이 낳은 소중한 성과물이었다. (참고 :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법제화되기까지)

그리곤 훌쩍, 12년이 흘렀다. 매 3년마다 정기유해요인조사를 정상적으로 시행했다면, 2016년 올 해는 정기유해요인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유해요인조사가 처음 시작되던 2003년은 전국적으로 많은 노동조합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를 현장에 적용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거나 노사가 자체적으로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여 질환자를 찾아 치료케 하고 현장의 위험요인을 찾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장 환경에 대한 노동자들의 관심은 매우 커졌고, 환경개선에 대한 노사 간의 갈등은 종국적으로 업무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런 활동은 지난 수년간 계속되었다.

실태조사 결과,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만족스럽지 않아

그러나 10년이 넘으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2016년 사업을 앞두고 진행상황을 평가한 결과에서 매우 우려되는 응답이 속출하였다. 지난 2015년 전국금속노동조합에서 실시한 '2016년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노동조합 90개 중에서 63%는 정상적으로 '매 3년 마다 시행'한다고 응답하였고 더 적극적인 경우인 14.6%는 '매 2년마다 시행'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22.5%에서는 '중간에 시행 못한 적이 있거나 한 번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사업장의 규모가 작은 경우 더 낮은 시행 수준을 보였다.

2016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하기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 중에서
 2016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를 제대로하기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 중에서
ⓒ 일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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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 수준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증상설문조사의 경우도 약 26%에서는 '특정 직군만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거나 아예 '증상설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조사 대상 공정이 80%가 넘는 곳은 응답 조직의 56%에 불과했다. 선별된 경우만 조사했다는 얘기다. 또한 개선안을 수집하는 데 노동조합이 참여하지 못한 경우도 21%에 이르렀다. 특히 현장의 참여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사시 인터뷰'나 '조합원 간담회', '실행위원활동' 등이 이루어진 곳은 23~60%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개선에 대한 체감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부족하거나 미비'에 응답한 비율이 약 60%에 이른다. 특히 통증호소자들에 대한 의학적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조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증상조사 이후 증상호소자들에게는 검진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약 50%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질환자 관리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소소한 관리가 수없이 많이 필요로 되는 사업이 바로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사업이다. 하지만 다른 질문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금속분야의 노동자들은 여타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근골격계질환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들보다 더 열심히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금번의 조사결과는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되고 쌓인 노하우가 발현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성숙되지 않거나 단절된 사업이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기 시작한다.

노동조합의 참여와 안전보건단체 등의 도움으로 
만족할 수 있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실시해야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사업은 현장의 관심을 추동하고 노동조합으로 모이게 하는 기본적인 목표를 포함하며 조합원 개개인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직접적인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도구나 설비의 개선에 머물지 않고 노동강도를 완화시켜가는,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해 가는 활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물론 노동조합의 준비수준에 따라 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이 제한된다. 시간에 쫓겨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하면 허둥대다가 대충하거나, 아니면 회사 일방의 추진력에 밀려 제대로 된 참여가 이루어지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좀 늦더라도 꼼꼼한 계획을 세우고 부족한 점을 채워가면서 이번 라운드에서 최소목표와 최대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모르는 경우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안전보건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면 수월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금속노동조합처럼 중앙에 노동안전실이 존재하는 경우 수시로 의사소통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게 좋다. 일과건강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문도 활짝 열려 있으니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주시라.

특히 주변에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만났을 때, 노조가 없어도 사업주의 책임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자. 그리고 비노조 사업장에서도 조사가 필요함을 한번쯤 반드시 얘기해주는 '센스있는' 연대쟁이가 되어 보자! 

글 : 한인임(일과건강 사무처장)

덧붙이는 글 | 일과건강 웹진 243호에 게재되었습니다.



태그:#근골격계, #일과건강,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한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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