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하대 예술체육학부 학생회는 학교본부가 예술체육학부 해체를 골자로한 구조조정을 강행하자, 19일 "예술은 죽었다"는 의미로 상복차림에 '근조 예술'이 적힌 상여를 메고 교내를 행진하며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인하대 예술체육학부 학생회는 학교본부가 예술체육학부 해체를 골자로한 구조조정을 강행하자, 19일 "예술은 죽었다"는 의미로 상복차림에 '근조 예술'이 적힌 상여를 메고 교내를 행진하며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인하대학교(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조양호 이사장) 최순자 총장이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프라임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학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프라임 사업'에 반발하는 인하대 학생들은 19일 상복을 입고, 상여를 메고 교내를 행진했다.

앞서 인하대는 지난달 31일 총학생회와 교수회 등, 학교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라임 사업을 신청했다. 신청에서 앞서 '007작전'을 방불케 한 설명회를 사전 신청 학생에 한해 비공개로 진행했다.

프라임 사업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 사업으로 주로 인문, 예술계열에 속하는 문과대학과 사범대학 등의 정원을 축소해 공과대학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부는 선정된 8개 대학에 150억 원, 1개 대학에 최대 300억 원을 지원한다.

이 프라임 사업을 두고 각 대학이 홍역을 치르고 있으며, 인하대 또한 지난해 12월 문과대학을 없애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교수회와 총학생회와 문과대비상대책위가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학생들의 단식농성에 최순자 총장이 교수회와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물러나며 일단락됐다. (관련기사: 인하대 최순자 총장, '문과대 폐지' 구조조정안 철회)

당시 최 총장은 교수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3월 최 총장이 프라임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하대교수회와 총학생회는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인 추진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최순자 총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4일 인하대평의원회에 프라임 사업계획을 보고한 뒤, 평의원회의 동의를 토대로 교육부에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 총장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 마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 총장이 대학발전의 원대한 포부를 밝혔지만 산학협력선도대학 등 각종 국비를 받는 사업에서 탈락하고, 취임 초기 구상했던 사업들이 재단(=한진)의 지원불가로 어렵게 되자, 구성원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하대가 제출한 프라임 사업 계획의 골자는 기존 10개 단과대학 2개 학부를 8개 단과대학 1개 학부로 개편하는 구조조정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상대와 경영대, 아태물류학부 한 단과대학으로 통합, 문과대와 예술체육학부 통합, 생활과학대 해체, 사범대 축소, 미래기술융합학부 신설이 골자다.
인하대 프라임 사업 관련 단과대학 구조조정 방안.
▲ 인하대 구조조정 인하대 프라임 사업 관련 단과대학 구조조정 방안.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12월 최 총장이 문과대학 폐지를 골자로 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자, 문과대학생회와 교수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학생들의 단식 끝에 최 총장은 사과문 발표와 함께 기존 문과대 폐지를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 철회와 재검토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을 보면 문과대는 사학과와 문화경영학과를 제외하면 모두 전공이 바뀐다.

철학과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고, 프랑스언어문화학과와 영어영문학과는 영미유럽학과로 바뀐다. 중문과와 일문과는 동아시아학부로 바뀐다. 학부제의 폐단을 딛고 학과로 복원한 지 얼마 안 돼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모양새다.

"예술까지 취업률로 보는 대학에서 예술은 죽었다."

최 총장이 프라임 사업을 밀어붙이자 이번에는 학부가 사라지는 예술체육학부 학생회가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섰다.

예술체육학부 학생회는 '프라임 사업'에 대해 찬반을 묻는 총투표를 지난 5일과 6일 실시했다. 투표(투표율 47.14%)결과 반대가 84.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프라임 사업에 대해 학생들이 총투표를 실시해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그 뒤 학생들은 프라임 구조조정에 반발해 '예술은 죽었다'는 의미로, 19일 상복을 입고, 상여를 메고 교내를 행진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예술체육학부 최유라 학생회장은 "학교가 설립된 지 10년이 갓 지난 예술체육학부를 무분별하게 통폐합하려 한다. 대학은 단순히 취업을 지원하는 곳이 아니라 학문 발달을 추구하는 곳"이라며 "게다가 인문학과 예술은 다른 학문이다. 두 학문을 통합하면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유라 학생회장은 "예술을 취업률로 계산하는 모습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뒤 "현재 시각정보디자인전공 학생 1인당 강의실 평수 1평, 스포츠과학전공 1인당 1.48평, 연극영화전공 1인당 1.2평이다. 그런데 예술체육학부는 이번에 모두 정원 감축을 한다. 이 경우 예술체육학부의 커리큘럼과 공간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예술체육학부학생회뿐만 아니라 타 단과대학학생회도 반발이 거세다. 총학생회와 단과대학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로 구성한 인하대중앙운영위원회는 교육부에 제출한 프라임 사업계획 공개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프라임 사업을 둘러싼 학내갈등은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정석인하학원, #프라임 사업, #대학 구조조정, #최순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