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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어민들은 어선 세척에 활어를 약 1톤 가량 싣고, 새벽 5시 연평도를 출발해 10시 반 경인항에 도착해서 잠시 쉰 후, 경인아라뱃길과 한강을 따라 오후 2시 서울 뚝도나루에 도착했다. 어민들은 배에 '서해5도 ~ 서울 뚝도시장 활어 해상 직송', '서해5도 평화가 대한민국의 평화입니다', '서해5도 NLL 중국어선 불법조업 OUT'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 뚝도나루터 서해5도 어민들은 어선 세척에 활어를 약 1톤 가량 싣고, 새벽 5시 연평도를 출발해 10시 반 경인항에 도착해서 잠시 쉰 후, 경인아라뱃길과 한강을 따라 오후 2시 서울 뚝도나루에 도착했다. 어민들은 배에 '서해5도 ~ 서울 뚝도시장 활어 해상 직송', '서해5도 평화가 대한민국의 평화입니다', '서해5도 NLL 중국어선 불법조업 OUT'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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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시름이 깊은 인천 앞바다 섬(서해5도 = 백령·대청·소청·대연평·소연평도) 어민들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폈다. 서울 한강 뚝도에 '서해5도 수산물 직거래장터'를 개설한 덕분이다. 서울 성동구 뚝도시장 또한 들썩들썩했다.

서해5도 어민들은 어선 세척에 광어·농어·우럭·놀래미·홍어·해삼 등, 활어를 가득 싣고 20일 새벽 5시 연평도를 출발해 10시 반께 경인아라뱃길 경인항에 도착해 쉰 뒤, 다시 해양경비안전본부의 에스코를 받고 아라뱃길과 한강을 따라 오후 2시 뚝도에 도착했다.

뚝도나루엔 서해5도 수산물 직거래장터가 열린다는 소식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직접 나루터를 찾아 어민들을 환영했다. 뚝도나루와 바로 연결된 뚝도시장도 활기가 넘쳤다.

이 직거래장터는 서해5도 어촌계와 뚝도시장상인회가 뚝도시장 활성화와 서해5도 어업소득 증대를 위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뚝도에 서해5도 활어를 실은 어선이 도착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서해5도는 남북 간 국지전 위협, 중국어선 불법조업, 제주행 저가항공사보다 비싼 뱃삯 등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활어가 부가가치가 높지만, 섬 내 집하장과 판로 부족, 비싼 운송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4월, 서해5도 어민들이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 보상과 지원 대책, 서해5도지원특별법 개정, 섬 정주여건 개선, 수산물 판로 확대' 등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 서해에서 한강 뱃길을 이용해 여의나루에 왔을 때, 성동구는 뚝도에 서해5도 수산물 판매장을 개설하자고 서해5도 어촌계에 제안했다.

뚝도나루 뒤에는 1962년 개장한 뚝도시장이 있다. 한때 점포수가 400여개를 웃돌며 동대문시장·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시장으로 손꼽혔지만, 반경 200m 안에 대형마트 4개가 들어서면서 점포 공실률이 약 30%에 이를 정도로 쇠락했다.

성동구는 침체된 이 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서해5도 어민들의 어업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기적인 서해5도 수산물직거래장터 개설을 제안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8월까지는 격주 터, 9월부터는 7일장"

지난해 4월 서해5도 어민들이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 보상과 지원 대책, 서해5도지원특별법 개정, 수산물 판로 확대' 등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 서해~한강뱃길을 이용해 여의나루터에 왔을 때, 성동구가 서해5도어촌계에 뚝도에 활어장터를 개설하자고 제안했고, 지난해 10월 두 차례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첫 정기장터가 지난 20일 뚝도나루에서 열렸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노란모자 오른쪽)이 배에서 활어를 받고 있다.
▲ 정원오 성동구청장 지난해 4월 서해5도 어민들이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 보상과 지원 대책, 서해5도지원특별법 개정, 수산물 판로 확대' 등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 서해~한강뱃길을 이용해 여의나루터에 왔을 때, 성동구가 서해5도어촌계에 뚝도에 활어장터를 개설하자고 제안했고, 지난해 10월 두 차례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첫 정기장터가 지난 20일 뚝도나루에서 열렸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노란모자 오른쪽)이 배에서 활어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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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와 서해5도 어촌계는 지난해 10월 두 번에 걸친 시범사업으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서해에서 가져온 수산물이 순식간에 동이 나버리고 만 것이다. 그 뒤 성동구는 연평도를 방문해 현지를 조사하고, 어민들과 실무협의를 진행해 5월부터 장터를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서해5도 수산물직거래장터가 지닌 파급력이 확인됐다. 어민들은 제값에 활어를 판매할 수 있게 됐고, 뚝도시장 상인들은 직거래장터로 믿을 수 있는 자연산 활어를 저렴하게 구입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뚝도시장 전체적으론 고객들이 몰려들어 활기를 띄게 됐다.

정원도 성동구청장은 "서해5도는 최전방이다. 이곳 어민들의 삶이 든든해지는 것은 우리 국방이 곧 든든해지는 것과 다름없다. 여기에 성동구민들이 한몫 하는 것이다"라고 한 뒤, "뚝도에 활어장터 개설로 뚝도시장 내 빈 상가에 횟집이 들어서는 등 변화가 일기 시작했고,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8월까지 격주로 장터를 열고, 9월부터 정기적인 7일장을 열겠다."고 말했다.

수산물 안정적 공급 위해 섬에 집하장 설치해야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꽃게만이 아니다. 중국어선은 저인망 작업으로 모든 어족자원을 싹쓸이해가고, 심지어 우리 어민이 설치한 그물과 통발 등, 어구까지 싹쓸이 해간다.

하지만 초점을 꽃게에 맞추다보니 다른 수산물 피해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 또한 서해5도 수산물 경매 또한 꽃게 위주로 진행되는 데다, 육지와 거리가 먼 탓에 우럭과 광어, 농어 등을 잡는 어민들은 활어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건어물로 내다팔아야 했다.

배복봉 대청도선주협회장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어족자원의 씨까지 말라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뚝도에 개설한 서해5도 수산물직거래장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서해5도에서 활어를 실어 보내면 섬도 활기를 찾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직거래장터가 개설하긴 했지만 과제도 있다. 직거래장터를 당초 지난 4일 열려고 했으나 기상 악화와 활어 보관시설 부재로 무산됐다. 장터를 정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섬에 활어를 보관할 집하장을 확보해야한다.

기상 악화로 배가 뜨지 못하면 어민들이 잡은 활어가 죽고 만다. 이는 이번 장터 개설을 주빈하면서도 재현됐다. 연평도에는 활어 집하장이 없어, 어민들은 잡은 우럭 40kg를 건어물로 만들어야했다. 집하장이 있으면 기상 악화 시 보관했다가 운송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질 못했다.

또한 육지에서 정기적으로 장터가 열리는 날과 바다 물때는 다르다. 이를테면 주말마다 장터를 개설한다고 했을 때, 물때는 15일 단위로 순환하는 것이라 어종과 어획량을 맞추기가 어렵다. 장터 개장일이 정해져있는데 약속한 어종과 양을 공급하지 못하면 신뢰를 잃는다. 해결 방법은 섬에 집하장을 설치해 활어를 잡아 보관하다가 장터 개장일에 맞춰 출하하는 것이다.

이에 서해5도 어촌계는 인천시와 옹진군에 연평도에 활어 집하장을 설치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옹진군은 설치비용 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고, 인천시는 시비 반영보다 국비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해5도 살리자는 데 인천시·옹진군은 빠져 '빈축'

성동구(정원오 구청장, 오른쪽 두번째)와 서해5도어촌계협의회(맨왼쪽 배복봉 대청도선주협회장, 왼쪽 두번째 박태원 연평도어촌계장), 뚝도시장번영회(맨오른쪽 김준한 회장)는 직거래장터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서해5도 수산물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 뚝도 서해5도 활어장터 성동구(정원오 구청장, 오른쪽 두번째)와 서해5도어촌계협의회(맨왼쪽 배복봉 대청도선주협회장, 왼쪽 두번째 박태원 연평도어촌계장), 뚝도시장번영회(맨오른쪽 김준한 회장)는 직거래장터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서해5도 수산물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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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성동구와 서해5도어촌계협의회, 뚝도시장번영회는 직거래장터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서해5도 수산물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성동구는 운반선과 장터를 지원하기로 했고, 서해5도 어촌계는 활어뿐 아니라 바지락ㆍ굴ㆍ소라 등, 각종 수산물을 정찰제로 공급하기로 했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직거래장터가 활성화되면 섬 주민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당장 굴과 바지락 까기 등은 노인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게 수산물 집하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9월에 활어 전용 운반선이 투입되면 장터 규모가 커지고 본격화된다. 그때까지 수산물 집하장을 설치해야한다. 지금은 어촌계가 임시방편으로 수족관을 운영하는데 이걸로는 역부족이다. 7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는데, 시가 인천 가치 재창조 일환으로 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어민 소득 증대 지원 사업으로 시에 다시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20대 총선에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에서 당선 된 안상수 국회의원은 집하장 설치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경인항을 찾아 어민들에게 집하장 설치지원을 약속했다.

안 의원 이날 20대 국회가 열리면 서해5도 지원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서해5도 여객선 준공영제, 중국어선 불법조업 방지 및 피해어민 보상을 위한 예산확보, 식수·농업용수 확보 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한편, 서해5도를 관할하고 있는 인천시와 옹진군을 이날 불참해 빈축을 샀다. 성동구가 시와 옹진군에 공식적으로 행사 참여와 협력을 요청했지만, 시와 군은 거절했다. 타 지자체가 서해5도의 어려움을 알고 지원하는 데 정작 관할 시와 군은 외면했다. 서해5도 어민들의 비판이 거셀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국어선 불법조업, #서해5도, #뚝도 서해5도 활어장터, #성동구, #뚝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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