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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떡을 만들기에 앞서서 쑥을 캐서, 다듬어, 삶아서 손질하였습니다.
 쑥떡을 만들기에 앞서서 쑥을 캐서, 다듬어, 삶아서 손질하였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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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월요일 낮 류코쿠대학 세타 캠퍼스 교양과목 사토야마학(里山学)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선생님이 쑥떡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수업은 농학부에서 식품을 전공하시는 야마자키 하나에 선생님께서 직접 학생들에게 먹거리와 자연환경이 어떻게 묶여졌고, 그 속에서 생겨난 먹거리에는 무엇이 있는지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쑥은 직접 들에 나가서 캐서 준비했고, 찹쌀은  대학 농장에서 거두어 들인 것을 썼습니다.

수업시간에 만드는 쑥떡은 기계가 알아서 만듭니다. 학생들은 다만 떡을 기계에서 꺼내고, 잘라진 쑥떡을 찹쌀가루로 덧입혀 먹을 때 눌어붙지 않게 할 뿐입니다. 참가학생들은 모두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하였고, 만들어진 떡을 먹을 때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류코쿠대학에서는 시가현 오츠시 세타캠퍼스 주변에 있는 산을 학습림으로 조성하여 사토야마학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사토야마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토야마는 마을과 산을 말합니다. 오래전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먹고살던 때 뒷동산 부근 밭에서 푸성귀를 가꾸고, 앞 냇가 옆에 논을 일구어 벼농사를 지었습니다. 산에서 나는 칡 잎이나 줄기를 소에게 먹이고, 소똥은 볏짚과 썩혀서 논밭에 거름으로 사용했습니다.

            쑥떡은 기계가 만듭니다. 다만 학생들은 기계에 정해진 시간동안 쑥을 넣어서 쌀알이 으깨져서 쑥과 잘 버무려지도록 했습니다.
 쑥떡은 기계가 만듭니다. 다만 학생들은 기계에 정해진 시간동안 쑥을 넣어서 쌀알이 으깨져서 쑥과 잘 버무려지도록 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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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자연의 순환 주기에 맞추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습니다. 이 때 숲은 살아있었고, 냇가에는 반딧불이나 잠자리가 날고, 물속에는 고기들이 넘실거렸습니다. 급속한 경제개발과 산업화에 밀려 산은 방치되고, 하수구물이 섞여 든 냇가에는 더 이상 물고기도, 반딧불이도, 잠자리도 사라졌습니다.

1980년대 이후 산업화과 도시화로 방치된 산과 냇가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토야마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뒷산에 짐승들이 살아서 덧자란 나무 잎사귀나 가지를 먹어야 숲속에 빛이 들어 나무 아래 다른 생명이 자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냇가에 더 이상 하수도 물이 흘러들지 않아야 냇가에 사는 뭇 생명들이 고리처럼 얽힌 생명의 사슬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반죽이 끝나 쑥떡 덩어리를 다시 도르래에 넣어 잘라 떡 겉에 찹쌀가루를 입혔습니다.
 반죽이 끝나 쑥떡 덩어리를 다시 도르래에 넣어 잘라 떡 겉에 찹쌀가루를 입혔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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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토야마학 수업은 산과 들, 마을 뒷동산과 냇가에 관련된 인간의 삶의 흔적과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소중한 문화유산을 찾아내서 가치를 인식하고, 깊고 오묘한 뜻을 갈무리합니다.

각 수업에서는 자연과학과 관련된 생태학, 곤충학, 식물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 민속학, 식품학을 전공하는 선생님들이 참가하여 전공별로 사토야마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그것의 가치와 중요성은 무엇이고, 그 속에 숨긴 뜻은 무엇인지 찾아 나섭니다.

오늘 식품학 담당 야마자키 선생님 수업에서는 먼저 시가현 사토야마 속에서 어떤 먹거리들이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시가현은 한 가운데 큰 호수가 있습니다. 이 호수에서는 여러 가지 물고기 들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물고기가 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보존하여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이 다른 아닌 후나츠시입니다. 봄에 잡은 알이 든 붕어를 밥에 버무려 발효시킨 것입니다.

            수업에서 소개된 시가현 비와코 호수에서 나는 붕어로 만든 후나츠시입니다. 봄철 알이 밴 붕어를 잡아서 밥과 버무려 놓았다가 발효가 되면 다음해 1월 먹습니다.
 수업에서 소개된 시가현 비와코 호수에서 나는 붕어로 만든 후나츠시입니다. 봄철 알이 밴 붕어를 잡아서 밥과 버무려 놓았다가 발효가 되면 다음해 1월 먹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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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봄에 캔 연한 쑥을 물에 삶아 말려서 보관했다가 떡을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이번 수업에서 사용된 쑥은 직접 캐서 손질하여 사용했습니다.

학생들은 여섯 명씩 조를 만들어 쑥떡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찹쌀을 불려서 떡 기계에 넣어서 찹쌀을 익힙니다. 그리고 10분 정도 기계에서 쌀알이 으깨질 때 삶은 쑥을 넣어서 섞습니다. 그리고 다시 다른 기계에 넣어서 돌리면 25그램 크기로 떡이 떨어져 나옵니다. 떨어져 나온 떡에 찹쌀가루를 입혀서 손에 붙지 않도록 만들어서 먹습니다.

그동안 사토야마학 수업은 이론 수업과 현장실습이 중심이었습니다. 작년부터 농학부가 생겨 올해는 이 수업에서 쑥떡을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식품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이 교양 수업시간에 학생이 쑥떡을 만들어서 먹는 체험은 생소하여 모두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설거지를 하고, 다 만들어진 쑥떡을 학생들이 앉아서 먹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설거지를 하고, 다 만들어진 쑥떡을 학생들이 앉아서 먹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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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리집] 류코쿠대학 / 2016.6.14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쑥떡, #사토야마학, #류코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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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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