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한달 째인 지난 2014년 10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휴대폰 판매업 종사자들로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원들이 단통법 시행 중단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한달 째인 지난 2014년 10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휴대폰 판매업 종사자들로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원들이 단통법 시행 중단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보조금이 늘면 소비자는 그만큼 이득이다."
"출고가 거품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늘어난다."

'말 많고 탈 많은' 단말기 지원금(보조금) 상한제가 존폐 기로에 섰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에 맞춰 3년 한시적으로 도입한 지 20개월쯤 지났는데요. 애초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자는 취지였지만, 소비자 실제 구매가를 높여 단말기 시장을 위축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왜 이제 와서 보조금 상한제 폐지를 검토하게 된 걸까요? 상한제가 없어지면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걸까요? <오마이팩트>에서 보조금 상한제 폐지 효과를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출시된 지 15개월이 안 된 휴대폰 단말기의 공시 지원금을 최대 33만 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유통점 재량으로 15%까지 추가할 수 있지만 최대 37만 9500원을 넘을 수 없습니다. 이 또한 월 6만~7만 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를 쓸 때 얘기고, 월 3만~4만 원대 중저가 요금제는 10만 원 정도가 고작입니다.

'지원금 상한제' 때문에 단말기 유통 시장 죽는다?

이 때문에 애플 아이폰6S, 삼성 갤럭시S7, LG G5 같이 출고가가 80만~100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 스마트폰 실구매가가 60만~90만 원대에 달해 소비자들 불만이 많았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와 중소 유통상들도 지원금 상한제 때문에 단말기 시장이 위축됐다며 상한제 폐지나 상한선 대폭 상향을 줄곧 요구했습니다.

반면 이동통신사는 물론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통사는 상한제를 없애면 보조금 과열 경쟁으로 마케팅비가 늘어난다고 걱정하고 있고, 시민단체는 상한제를 없앤다고 공시 지원금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오히려 모처럼 불붙은 통신요금 인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통신요금과 단말기 값 거품이 아직 안 빠진 상태에서 지원금 상한제만 없애면 자칫 과거 '보조금 대란'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죠.

먼저 현재 단말기 지원금이 상한선보다 더 오를 여지가 있는지 따져 보겠습니다. 아래 표와 같이 6월 14일 현재 주요 단말기 공시 지원금 수준(KT 699요금제 기준)을 비교해 보면 애플 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33만 원 상한선에 근접해 있습니다. 

 주요 단말기 공시 지원금 비교(2016.6.14 현재 KT 699요금제 기준)
 주요 단말기 공시 지원금 비교(2016.6.14 현재 KT 699요금제 기준)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사실 월 7만 원대 요금제부터는 단말기 보조금 대신 '20% 요금 할인'을 선택하는 게 더 이익입니다. 월 7만6890원(부가세 포함)을 내는 699요금제의 2년 요금할인액은 총 36만 8600원으로, 추가 지원금을 포함한 최대 지원금 37만 9500원과 맞먹습니다. 월 11만 원 요금제는 할인폭이 48만 원에 이르고, 월 3만~4만 원대 중저가 요금제에서도 단말기 지원금보다 요금 할인이 이득인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20% 요금 할인을 선택하는 가입자도 지난 1년 반 만에 570만 명(2016년 1~3월)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15개월 이전 출시된 구형 단말기 지원금은 50만~80만 원에 달합니다. 제조사들이 구형 단말기 출고가를 내리는 대신 지원금을 대폭 높이는 방식으로 재고 소진에 나섰기 때문이죠.

단말기 출고가 묶고 보조금만 올리면 '위약금 폭탄' 우려

지원금 상한제가 없어지면 새 모델 출시를 앞둔 출시 1년도 안 된 단말기에도 재고 처리 차원에서 '지원금 밀어주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 갤럭시S6의 경우 출시 후 15개월이 지나지 않아 33만 원 상한선에 묶여 있지만, 앞으로는 갤럭시S7 후속 모델 출시를 전후해 보조금을 대폭 올릴 여지가 있는 것이죠. 후속 모델 출시 시점의 LG G5 보조금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이처럼 보조금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제조사들이 단말기 출고가를 쉽게 내릴까요? 현재 LG G5와 LG G4는 출시 1년 정도 격차가 있는데도 보조금은 수준은 각각 25만 3000원과 31만 7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대신 LG는 지난 1월 LG G5 출시를 앞두고 G4 출고가를 69만 9000원에서 59만 9500원으로 10만 원 정도 내렸습니다. 지난해 4월 LG G4 출시 당시 출고가 82만 5000원이었으니 1년도 안 돼 23만 원이나 떨어진 것이죠.

결국 보조금 상한선에 묶인 제조사들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출고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출고가 거품도 줄었지만 앞으로 보조금 상한선이 없어지면 굳이 출고가를 건드릴 이유가 없습니다. 최초 출고가를 유지한 상태에서 보조금을 늘려 할인 폭이 더 커 보이게 만드는 게 마케팅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착시 효과인데, 보조금 액수가 늘수록 약정을 못 채울 경우 '위약금'이 늘어난다는 게 함정입니다. 소비자 처지에선 같은 단말기라도 보조금을 많이 받는 것보다 출고가를 낮추는 게 더 유리합니다.

또 보조금 경쟁으로 '고가 단말기' 선호도가 높아질수록 중저가 단말기와 '알뜰폰'이 설 자리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50만 원대 미만 중저가 단말기 판매 비중은 꾸준히 늘었습니다. 단통법 이전(2014년 7~9월) 21.5% 수준이던 것이 1년 반 만에(2016년 1~3월) 38.4%로 2배 가까이 뛴 것이죠. 제조사들이 내놓은 중저가 단말기 종류도 그 사이 15종에서 39종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단말기 보조금이 고가 단말기에 집중되면 소비자들도 다시 중저가 단말기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통상 "보조금 늘면 소비자 혜택"... 참여연대 "가계통신비 부담 늘어"

이같은 상한제 폐지 효과에 대한 중소 유통상과 시민단체 시각은 엇갈립니다. 중소 유통점을 대변해온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14일 "지금은 제조사가 보조금을 더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면서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제조사가 보조금을 늘려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돌아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출고가 거품' 우려에도 이 이사는 "지난 1년 반 동안 단말기 출고가 인하 과정을 소비자들이 쭉 지켜봤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다시 출고가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면서 "이미 중국업체를 중심으로 중저가 단말기가 많이 나와 있어 보조금 과열 경쟁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15일 "상한제를 폐지하면 일부 '재고떨이' 제품만 일시적으로 보조금을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전체적인 공시 지원금 수준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많은 보조금을 미끼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해 가계통신비 부담이 늘고, 구형 단말기에 80만 원 넘는 보조금을 지급해 중도 해지시 '위약금 폭탄'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심 간사는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는 단통법과 지원금 상한제 때문이라기보다 전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오히려 이통사와 제조사 지원금을 구분하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단말기값 거품을 없애고 통신요금을 인하하면 단말기 구매 부담이 줄어 단말기 유통 시장이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같은 의견을 종합해 보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면 일부 단말기 보조금이 늘면서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혜택이 커지고, 그동안 얼어붙은 유통시장에도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대신 지원금 공시 제도가 계속 유지되더라도 단통법 큰 기조가 흔들리면서 모처럼 자리잡은 중저가 단말기, 알뜰폰, 20% 요금 할인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도 단편적으로 '상한제 폐지 여부'만 따질 게 아니라 분리공시제 도입이나 통신요금 인하, 불합리한 위약금 제도 개선 등 전체적인 그림을 염두에 두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태그:#단말기 보조금, #단통법, #지원금 상향제
댓글1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