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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진짜 좋지 않아요?"

구릿빛 피부. 하얀 비니를 쓴 그는 인사를 꾸벅하며 말했다.

"시간 괜찮으시면 서핑하시는 거 어때요?"

햇빛이 따뜻한 오전의 맨리 비치(Manly Beach). 그곳에서 김구민씨를 만났다. 파란빛 바다와 하늘이 눈가에 내려앉는다. 따뜻한 햇빛이 풍경에 색감을 준다. 그에게 맨리에서 얼마나 살았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여기 안살아요. 노스시드니 근처에 살아요."

노스시드니에서 맨리까지 버스를 타고 30분 걸린다 . 꽤 먼 거리. 왜 여기서 만나자고 했을까.

"서핑을 좋아해요. 오늘도 서핑하러 왔어요."

그는 서핑러였다. 오늘도 서핑을 하기 위해 왔다는 그. 그의 호주 정착기를 들어봤다.

촬영은 처음이라며 쑥스러워 하고 있다.
▲ 활짝 웃는 김구민 씨 촬영은 처음이라며 쑥스러워 하고 있다.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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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실패 후 호주행... 한국보다 자유로워

20살. 입시가 끝난 후 그는 호주로 넘어왔다.

"입시에 실패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학벌이 좋아야 사람 대접받잖아요."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그에게 재수는 죽음과도 같았다.

"재수하면 갇혀서 지내야 하잖아요. 그런 생활을 해야한다는 게 끔찍하게 싫었어요."

성공할 자신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부모는 호주행을 권했다. 지인이 호주에 있었고 새로운 곳에서 공부를 해보라는 권유였다. 별 다른 고민은 하지 않았다. 재수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그는 짐을 쌌다.

"직접 부딪치고 경험해봐야 하는 성격도 한 몫 했죠. 처음에는 캔버라로 갔어요. 거기서 랭귀지 스쿨 생활을 했죠."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는 IELTS(아이엘츠. 미국의 토플) 점수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대학교 랭귀지 스쿨을 다녔다. 조용하고 사람이 없는 캔버라. 곧 아이엘츠를 끝내고 파운데이션 과정(대학진학예비과정)으로 넘어왔다.

"우리나라의 수능인 HSC를 대체하기 위한 관문이에요. 일종의 재수죠.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자유로우니까요."

입시가 빡빡한 우리나라에 비해 호주는 꽤 자유로운 편이라고 한다. 수능기간이 2주인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 하루만에 인생이 판가름나는 우리나라에 비해서 호주는 다양한 기회를 경험할 수 있고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준다.

"물론 대학이 더 힘들지만요. 들어가는건 상대적으로 쉽지만 졸업하는 게 어려워요. 주위 친구들도 공부 진짜 열심히 하거든요. 대학에서 공부를 더 하는 것 같아요."

자유롭고 여유로운 생활이 좋아

캔버라에서 지내던 그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다.

"너무 조용했어요. 그래서 사람이 많고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시드니에 왔어요."

시드니에 온 그는 이곳에 반했다. '사람은 물과 가까이 살아야 한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삼았던 그였다. 바다까지 1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제가 영주권을 따려는 이유가 바다가 있는 집 근처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바다를 보러 가는거죠. 그러면 기분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바다를 보자!' 해서 시드니로 왔어요."

시드니에서 본 바다. 처음이었다. 호주에 3대 미항이 있다는 얘기도 여기서 처음 들었단다.

"한국에서 상상한 호주는 캥거루와 풀밭 뿐이었거든요. 캔버라 가니까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바다는 여기서 처음 봤어요. 정말 아름다웠죠."

- 환경 외에는 좋은 게 없나요?
"여유로운 거? 한국은 좀 급한 느낌이면 여기는 여유로워요. 사람들도 여유 있게 편하게 있고요."

학벌에 구애 받지 않는 것도 그의 마음을 끌었다. 호주에도 학벌 차가 있지만 한국처럼 심하진 않다고.

"여기서는 배관공 같이 힘든 직업을 선호해요. 한국에서는 힘들고 꺼리는 직업이잖아요. 그만큼 귀천이 없는 거죠. 반면에 한국에서는 '사'자 돌림이잖아요. 학벌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한국처럼 심하진 않아요. 어떤 일을 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요. 여유롭게 말이죠."

지금이야 친구도 많고 여유를 즐길 수 있지만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그럴 수 없었다.

"외로운 게 제일 힘들었어요. 딱히 인종차별을 당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언어가 안되니까 서러운 거예요. 이방인 같고. 그래서 언어 공부를 열심히 했죠."

언어 공부를 하면서 파키스탄인, 중국인, 인도계 영국인 등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을 사귀었다.

"친구 중에 케냐인도 있거든요. 근데 어느 부족 왕자라는 거예요. 한국에서면 만날 수 없었겠죠."

- 문화 차이를 느껴본 적은 없나요?
"크게 느낀 건 없는 것 같아요 .워낙 다인종이니까 서로 조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 맨발로 돌아다니는 거!"

호주에서는 길거리에 맨발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다. 그는 그 모습이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맨발로 돌아다니는 걸 상상도 할 수 없다.

"시티든 어디든 맨발로 돌아다니는 게 자연스럽더라고요."

호주생활에 대해 질문하자 생각에 잠겨있다.
▲ 생각에 잠긴 김구민 씨 호주생활에 대해 질문하자 생각에 잠겨있다.
ⓒ 백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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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호주행을 권하고 싶냐는 말에 그는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다만 오면 살기 좋다는 얘기는 해주고 싶어요. 워홀이든 학생이든 한번 부딪치고 경험해보는 게 중요해요. 직접 경험해보시고 판단하세요. 다만 오실 때 영어 공부를 하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경험으로 아이엘츠를 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앞으로 의약개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그.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며 서핑보드를 빌리러 간다고 한다.

"서핑은 진짜 좋은 것 같아요. 기자님도 한번 해보세요. 도전해보는 거 나쁘지 않아요."

덧붙이는 글 | 시드니 속 한인들을 만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옮깁니다. 더 솔직하고 더 자세하고 더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한인, #시드니, #학생, #아이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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