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새벽 5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10일 오전 6시로 잡은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재촉하여 준비하고 도마동 불티고개에 도착했다.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모여 진행하기로한 종주라, 다들 도착해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은 잘못된 것이었다. 아침잠이 없어진다는 어르신들이라 걱정하지 않았는데... 약속 시간이 지나도 월평공원 갑천 생태해설가 선생님들은 보이지 않았다.

일일이 전화를 해보니 지금 출발하신단다. 배달이 안 와 중국집에 전화를 하면 꼭 나오는 멘트와 같다. 결국 30분이 지나서야 종주를 위해 갑천 상보안 유원지로 출발 할 수 있었다. 갑천종주를 시작한 지도 벌써 8번째 코스이다. 상보안 유원지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낙시와 캠핑하는 분이 눈에 띄었다(관련기사 :  옥수수에 꽂은 페트병, 무슨 농법일까요?)

이번 종주에는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도 함께 했다. 때문에 종주인원이 14명이나 되었다. 상보안 유원지에서 7시에 출발했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물안개와 새벽이슬를 꿈꿨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다. 아무튼 아침이슬은 마르지 않아 풀입에 맺친 아침이슬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은 늘 부족하다. 눈에 담은 내용을 충실히 표현해 내지 못한다. 능력부족이겠지만...

제방도로로 걷고 있는 참석자들
▲ 해뜨기전에 떠나자 제방도로로 걷고 있는 참석자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상보안 유원지에서 출발한 종주에서는 유난히 곡식이 익어가는 모습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가을이 가까워 오고 있는 것을 증명해 주는 모습이다. 하천 주변 많은 농작물의 꽃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지난 종주에서는 주로 풀입만을 보여주었는데... 꽃이 지면 바로 열매를 맺기에 더운여름 농작물은 이미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꽁 꽃이 참 예쁘게 피어 있다.
▲ 콩꽃 꽁 꽃이 참 예쁘게 피어 있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100년만에야 만날 수 있다는 고구마 꽃과 결명자, 콩꽃 등 밭은 이미 꽃밭이 되어 있었다. 농촌에서 자란 필자 역시 고구마 꽃은 처음 봤다. 콩꽃이 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예쁜 꽃이었는지 미처 몰랐다. 작물꽃의 매력에 취할 수 있는 기간이 바로 지금인 듯했다.

100년만에 볼까말까한 꽃이라고 하는데....
▲ 고구마꽃 100년만에 볼까말까한 꽃이라고 하는데....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노란색의 결명자 꽃이 보인다.
▲ 결명자 꽃 노란색의 결명자 꽃이 보인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조금 늦기는 했지만,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한 종주라서 낮에 볼 수 없는 꽃을 만났다. 바로 나팔꽃이다.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라는 가사처럼 나팔 꽃은 천변에 참 어울리게 피어 있었다. 하천이나 들 주변을 많이 다니지만 자세히 보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낮에 꽃을 보여주지 않는 습성 탓인지 필자 역시 거의 만날 수 없었던 꽃이다.

갑천변에서 만난 나팔꽃
▲ 어울리게 핀 나팔꽃 갑천변에서 만난 나팔꽃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겨서 착각을 일으킨다.
▲ 메꽃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겨서 착각을 일으킨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평소 낮에 나팔꽃으로 오인하는 분홍색 꽃은 메꽃이다. 메꽃은 이번 종주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분홍색의 꽃이 참 단아한 느낌을 줬다.

작물꽃과 야생화를 자세히 만날 수 있는 제방길을 걷다 깜짝 놀랐다. 바로 무자치가 로드킬을 당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자치는 흔히 물뱀으로 알려져 있는 뱀의 일종이다. 새벽에 이동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였다. 넓은 제방에 차가 다니면서 일어난 사고이다. 사고를 당한 지 오래돼 보이지는 않았다.

넓은 4차선 도로가 이면에 설치되어 있어 제방도로는 굳이 없어도 돼 보이는 괴곡동에서 일어난 로드킬이다. 제방까지는 하천의 구간으로 남겨 놓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종주를 하는 시간에도 차들은 제방도로를 참 잘 달리고 있었다.

로드킬 당한 무자치
▲ 이른 아침 운명을 달리한 무자치 로드킬 당한 무자치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가을을 준비하고 있는 8월의 무더운 여름 아침, 종주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차로로 이용하지 못하는 가수원교에 도착했다. "30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다리가 있는지도 몰랐네."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과거 수많은 차량들이 이용했을 가수원교는 새로 생긴 대형 교각에 자리를 내주었다.

지금은 사람만 이용한다.
▲ 옛날 가수원 다리 지금은 사람만 이용한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자리를 내준 옛가수원교는 지금은 사람만 이동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2010년 부채꼬리바위딱새라는 희귀종이 나타나기도 했던 곳이 바로 가수원교이다. 다리의 옛 정취가 아련한 추억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종주의 마지막 코스였던 가수원교를 건너며, 선생님들은 추억에 잠겼다. 나도 부채꼬리바위딱새의 추억에 젖는다(관련기사 : 갑천에 국내 희귀조 부채꼬리바위딱새 출현).

한참을 걸었지만 오전 9시가 채 되지 않았다. 아침이라서 조금은 더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다. 다음달에는 6시 정각에 시작하여 꼭 물안개를 보리라 약속하며 아쉬운 종주를 마쳤다.


태그:#갑천종주, #추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