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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재명 성남시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릴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관련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 앞서 기자회견 도중 지나가던 한 여성이 자신의 옷깃에 단 노란리본을 보고 "지겹다"라고 하자, "우리 어미님의 자식이 죽어도 그런 말 하실 거야"고 되물어보고 있다.
▲ "노란리본 지겹다"는 말에 분노한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릴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관련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 앞서 기자회견 도중 지나가던 한 여성이 자신의 옷깃에 단 노란리본을 보고 "지겹다"라고 하자, "우리 어미님의 자식이 죽어도 그런 말 하실 거야"고 되물어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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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취재 도중 욱해서 목구멍이 간질간질할 때 말입니다.

취재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봅니다. 지난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청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가방에서 나온 작은 컵라면 하나와 숟가락 하나가 그가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구의역에 모였고, 분향소가 있던 건대병원 장례식장과 구의역 사이를 걸으며 그의 죽음을 기렸습니다. 그때 추모 도보행진을 취재하던 중,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 있던 어떤 아저씨의 볼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 개××들, 지 부모가 죽어도 저러나 보자."

아직도 그 목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목구멍이 간질거렸지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재명의 그 한 마디 "본인의 자식이 그런 일 당할 날이"

지난 8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부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성남시의 복지정책이 가로막히자,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날 이 시장은 직접 공개변론에 나섰고,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이 말을 마칠 즈음, 어디선가 시비를 거는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노란리본 좀 그만 하면 안 돼요? 지겨워서 그래요."

이 시장의 옷깃에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이 달려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한 행인의 눈에 그게 정말 거슬렸던 모양입니다. 또 목구멍이 간질거리던 찰나, 결국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속으로 삭이던 찰나에 이 시장이 분노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관련기사 : 이재명, "노란리본 지겹다" 말에 기자회견 중 버럭).

"우리 어머님 자식이 죽어도 그러실 겁니까?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이 왜 다릅니까. 같은 사람입니다. 어머니 같은 사람이 나라 망치는 거예요.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데 저런 소리를 합니까. 본인의 자식이 그런 일을 당할 날이 있을 겁니다."

3년차 기자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은 처음입니다. 정치인은 공개된 장소에 나왔을 때, 준비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분명 준비된 말은 아니었습니다. 간질거리던 목구멍이 시원해졌습니다. 그리고 돌발 상황을 마주한 기자의 직분에 충실해 속보 기사를 썼습니다.

기사를 쓰는 도중,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시장의 "본인의 자식이 그런 일을 당할 날이 있을 겁니다"라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그 자리에 있던 몇몇 지지자들도 "시장님, 그만하세요. 그냥 무시하세요"라며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지자들의 과격한 행동을 정치인이 말리는 모습은 봤어도, 그 반대는 처음 보는 모습입니다.

기사가 출고된 후 반향은 컸지만, 이 시장의 언행에 비판을 가하는 독자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당시의 행동 자체가 다수의 공감을 얻는 데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고, 다 괜찮았는데 "본인의 자식이 그런 일을 당할 날이 있을 것"이라는 마지막 한 마디 말을 문제 삼은 분도 있었습니다.

제가 이 시장의 그 말에서 멈칫했던 이유도 큰 차원에서 이러한 분들과 비슷한 문제의식이 발동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프로레슬러 김남훈씨의 "그 어떤 사람이라도 그런 고통을 당해야 할 당위와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식 잃은 부모들의 고통을 '도구화'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때문에 '정치인 이 시장'의 이번 행동을 총평하자면….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 비판한 페북 글에 직접 '좋아요' 누른 이 시장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향한 비판을 무시하지 않고 숙고한다는 것입니다.

4.13총선을 앞두고도 이 시장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에 관심도 기여도 하지 않으며 정치가 자신을 배려해주길 바라느냐"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선거일에 MT를 가는 'H대학 ㅊ학과'를 거론하며 "한심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사회·정치적 맥락을 제거한 채 단순히 낮은 투표율로 청년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발했고, 당시 이 시장은 욕을 좀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은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자신을 강하게 비판한 권순민 시민기자와 몇 달 후 마주해 인터뷰를 가장(?)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후 권 기자가 만족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 인터뷰 기사에는 이 시장과 권 기자가 손으로 하트를 만든 채 찍은 셀카 사진이 실렸습니다(관련기사 : "열 받아 일부러 싸웠다, 청년 얘기하라고").

이러한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 시장은 비판을 싫어하거나, 논쟁을 피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번에도 자신을 비판한 어느 페이스북 글에 직접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태그:#이재명, #성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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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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