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낙태 전면 금지법에 항의하는 폴란드 여성의 '검은 월요일' 시위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낙태 전면 금지법에 항의하는 폴란드 여성의 '검은 월요일' 시위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관련사진보기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폴란드를 뒤덮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각) 폴란드 여성 수만 명은 출근과 가사를 거부하고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와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부, 모든 낙태 금지... 여성들 "나의 몸에 자유를 달라"

지난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 여성들이 평등권을 요구하며 출근, 가사, 육아를 전면 거부했던 시위를 이어받은 것이다. 이번 시위는 수도 바르샤바를 비롯해 전국 대도시에서 벌어졌고, 영국 런던이나 독일 베를린 등 다른 유럽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렸다.

바르샤바 도심에 있는 집권당 '법과정의당' 당사 앞에 모인 2만여 명의 여성은 이날을 '검은 월요일'로 이름 붙이고 "광신도를 막아내자", "나의 몸에 자유를 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남성은 시위대에게 수프와 샌드위치를 나눠주며 지지를 보냈다.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는 임신부나 태아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검찰이 공식 확인한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임신한 경우를 제외하고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낙태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 우파 법과정의당은 더 나아가 이런 예외 규정마저 인정하지 않고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임신부와 의사에 대한 처벌도 더욱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대생은 "낙태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며, 정부나 종교 등 누구도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라며 "낙태 전면 금지법은 수많은 여성을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회와 국제인권단체들이 폴란드의 낙태 전면 금지법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 토론을 추진하고 있으나, 폴란드 정부는 "억지스러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비톨트 바슈치코프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시위에 대해 "삶과 죽음에 관한 심각한 논쟁을 특정한 옷으로 시끄럽게 만드는 것은 기대 이하"라며 "그냥 즐기게 놔둘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가톨릭은 폴란드의 낙태 전면 금지법에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낙태 여성에게 징역형을 내리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태그:#폴란드, #낙태, #법과정의당, #시위, #유럽의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