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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이 정권 실세들의 외압으로 설립 되지 않았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 어렵다"라는 답만 되풀이 했다.
▲ 국정감사 출석한 이승철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 어렵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이 정권 실세들의 외압으로 설립 되지 않았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 어렵다"라는 답만 되풀이 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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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이 12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무한 반복한 말이다.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기부금 모금 등의 의혹에 휩싸여 있는 전경련을 대표해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철저히 검찰 뒤에 숨은 채 입을 닫았다. 심지어 이 부회장은 지난 달 22일 자신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말한 "문화·스포츠 재단은 기업 의견을 모아 (내가 낸) 아이디어로 설립된 것"의 사실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도 "검찰 수사 중"이란 이유로 답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이러한 이 부회장의 답변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첫 질문에는 대뜸 "국민께 송구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첫 질의에 나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을 추궁하자, 대뜸 "사실 여부를 떠나 (전경련이)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동문서답을 내놨다. 박 의원이 "묻는 질문에 대답해달라"라고 지적하자,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라는 말을 늘어놨다.

박영선 "(언론에) 본인의 아이디어로 (문화·스포츠 재단 관련) 안을 내고 총괄했다는 말을 했는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구했나."
이승철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답변이 어렵다."

이 부회장이 "(내가 낸) 아이디어"라고 말한 날은 지난 달 22일이고,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수사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 달 26일이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 나가서 이렇게 답하라고) 검찰 수사가 진행된 것인가. 답변을 이렇게 하라고 (검찰이 그러던가). 국민이 다 보고 있는 생방송이다"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답변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이 최근 박병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한국경영차총협회 회장)이 위원회 회의에서 "전경련을 통해 기업의 발목을 비틀었다"라고 말한 점을 거론하자, 이 부회장은 이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관련기사 : 미르·청와대 개입 '삭제'한 문예위 회의록, 왜?).

박주현 "두 재단의 설립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박병원 회장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석상에서 '전경련을 통해 기업의 발목을 비틀었다'라고 말했다. '전경련이'가 아니라 '전경련을 통해'라고 했다. 누가 전경련을 통해 발목을 비틀었다는 뜻인가. 대기업 전체를 그렇게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은 청와대 밖에 없지 않나."
이승철 "(검찰) 수사 중인 사건이라 국정감사장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이 부회장의 이러한 답변 태도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때 절정을 이뤘다.

송영길 "(문화·스포츠 재단) 최초 제안자가 누군가."
이승철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을 드릴 수 없다."
"(내가 한 질문은) 수사와 상관 없다. 수사는 불법적인 문제를 다루는 거고, (질문은) 재단 설립을 누가 추진했냐는 거다."
"수사와 관련돼 있다."
"그런 말은 그만하라. 어쨌든 (재단 설립) 과정에 돈을 모금하는 등 실무는 누가 총괄했나. 이 부회장이 했나, 박찬호 전무가 했나. 허창수 회장은 상관하지 않은 건가. 최조 제안자는 누구인가."
"수사 중인 사안이다."
"그럼 (국정감사장에) 뭐하러 나왔나. 이게 준조세 아닌가. 재벌이 재단에 몇 백억씩 줄 만큼 마음이 넓은가. 그게 재벌의 돈인가. 노동자의 피땀이 담긴 돈을 재벌 총수가 재단에 몇 백억씩 바칠 수 있나.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는 이상 싱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나. 누가 실무를 총괄했나.
"계속 같은 답변을 할 수밖에 없어 죄송하다. 검찰 수사 중이다."

전경련 비호에는 적극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오른쪽 첫번째)과 윤태용 문화콘텐츠산업실장, 김재원 체육정책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이 전경련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이 정권 실세들의 외압으로 설립 되지 않았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 어렵다"라는 답만 되풀이 했다.
▲ 이승철, 국정감사에 임하는 자세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오른쪽 첫번째)과 윤태용 문화콘텐츠산업실장, 김재원 체육정책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이날 이 전경련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이 정권 실세들의 외압으로 설립 되지 않았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 어렵다"라는 답만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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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부회장은 전경련을 비호할 때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경련의 미르·K스포츠재단 해산 발표와 관련해 야당 의원들이 현행법과 미르재단 정관에도 월권행위라고 지적하자, 이 부회장은 "저희들은 의사를 표명한 것이고, (해산) 인허가는 정부가 한다. 의사표현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800억원 가까이 모금한 것을 두고도, 이 부회장은 "전경련이 아닌, 기업의 판단이다. (상당 부분)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전경련이 국민이 아닌 청와대를 위한 기관이라는 지적에도 "정부에 문제가 있으면 쓴소리도 하고, 옳으면 적극 동참한다. 그게 도리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 박영선 의원은 "이 부회장의 태도는 국민들 앞에 나와서 보일 태도가 아니다. 이 부회장 뒤에 어마어마한 권력기관이 버티고 있거나, 본인이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저렇게 답할 수 없다"라며 "국민을 약 올리려고 여기 나온 것도 아니고, 지금 상황이야말로 부패한 권력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본인이 이미 했던 말을 맞는지, 틀린지 묻는 건데 무슨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나"라며 "이 부회장이 얼마나 (힘이) 센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재벌들이 계획까지 수정해가며 기금을 모을 수 있게 만들 만큼 그렇게 힘이 센 분은 아니잖나"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경련과 대기업은 법인세 정상화를 한결같이 반대하고 있다. 정부에 돈을 대고 법인세 정상화를 가로 막아, 전경련 가입 후원사들이 받는 이익이 2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라며 "이 의혹을 밝히는 것은 세정을 바로잡는 데 너무도 중요한 문제다. 이 부회장은 국회를 모욕하고, 정상적인 회의를 방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이 부회장의 태도를 지적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언론에 말했던) 그때는 그랬는데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고 상황이 달라진 것인가"라며 "소신을 갖고 분명히 답하라. 전경련의 존폐가 왔다갔다 하는 문제인데 부회장으로서 소신과 철학이 명확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도 "(조경태) 위원장은 증인, 참고인이 성실한 답변을 하도록 주의를 촉구해주길 바란다"라며 "위원장은 증인에게 성실한 답변을 유도하고 만약 증인이 위증하면 우리 위원회에서 별도로 어떻게 조치를 취할지 논의해 처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조경태, 국회법 거론하며 이승철 감싸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경태 기재위원장과 이현재 새누리당 간사,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의 답변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승철 답변 태도에 모인 조경태 위원장과 여야 간사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경태 기재위원장과 이현재 새누리당 간사,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의 답변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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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누리당 소속의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은 이 회장을 감쌌다. 조 위원장은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증인)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질문을) 하면 안된다"라며 "이 부회장의 상황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기에 한계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엄용수 새누리당 의원도 "오늘은 기재부를 대상으로 조세와 관련된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날이다"라며 "이 부회장을 부른 이유도 고용난 해소, 임금인상, 법인세 등 때문이고 질문요지도 그렇다. 국정감사가 폭로전이 돼선 안 되고 주제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라고 거들었다.

이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위원장이) 관련법을 확대해석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고 있다. 재판과 수사에 관여할 목적으로 질문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증언 거부는 유죄판결의 발로가 될 수 있는 증언일 때만 가능하다"라며 "이 회장이 발언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유죄 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고 고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부회장에게 하는 질문이 조세정책, 노동정책과 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라며 "대한민국의 경제가 권력과 결탁해 쥐락펴락되고 있는데, 어떻게 이게 조세정책, 노동정책과 관련이 없나. 숫자 몇 개보다 훨씬 중요한 본질적 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박근혜, #대통령, #미르재단, #전경련,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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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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