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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슈퍼! 마켓!> 책표지.
 <우리동네 슈퍼! 마켓!> 책표지.
ⓒ 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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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이른 저녁, 딸과 '레드북스'에 갔다. '가보자' 마음먹고 이주일 정도 미룬 끝에 간 것이다. 나 혼자라면 이미 진즉에 가봤을 텐데 2주나 미뤄가면서까지 딸과 갔던 이유는 책방이기 때문에, 그것도 동네책방이기 때문이다.

딸에게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점을 가진 동네책방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최근 몇 달 전부터 책 읽는 재미에 빠진, 다행스럽게도 책을 펼쳐보면서 읽고 싶은 책을 사는 재미를 아는 딸과 동네책방 레드북스와의 첫 만남 추억을 갖고 싶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으니 갖춰놓고 파는 것이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편의점처럼 24시간 열려있는 편리함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가게들이 있다. <우리 동네 슈퍼! 마켓!>(봄엔 펴냄)은 이런 가게들을 탐방한 책이다.

목차를 훑다가 제일 먼저 골라 읽은 것이 레드북스 편이었다. 빵집, 떡집, 그릇가게, 대장간, 과일가게, 주단가게, 꽃가게, 오픈장터, 두부가게, 제주의 몇몇 가게 등 40곳을 다뤘는데, 레드북스를 먼저 골라 읽은 가장 큰 이유는 '책방'이자 북카페이기 때문이다.

책방만을 다룬 '북! 마켓' 장에선 레드북스를 비롯하여 피노키오(성미산로), 스토리지북앤필름(신흥로), 왓더북(이태원로), 더북소사이어티(자하문로 10길) 5곳을 다룬다. 이에 소심한 책방(제주도)을 더해 저마다 나름의 색깔과 매력을 가진 6곳의 동네책방을 소개한다.

그럼에도 레드북스에 '가장 먼저 가보자', '꼭 가보자'며 마음을 빼앗긴 이유는 내가 즐겨 읽는 인문사회 분야 책들을 주로 다루는 '동네책방'이란 설명 때문이었다.

'브레드! 마켓'을 시작으로 7장으로 나눠 40곳을 '어떤 가게인가? 주인장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이런 가게를 꾸리게 되었는가? 그 가게만의 특별한 물건(그 마켓에 그 물건)' 이렇듯 소개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가게 소개에 앞서 저자와 얽힌 추억이나 방문하게 된 동기 등도 짧게 넣었다. 그리고 '어떻게 갈 수 있는지'와 '그 가게가 있는 동네나 골목의 특성'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구성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많은 것들을 간결하게, 딱 필요한 것들만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잘 쓰고 잘 만든 책'이란 생각이 자주 들었다.

한 피자 가게 2층에 자리한 동네책방 겸 북카페-레드북스 출입문이다.
 한 피자 가게 2층에 자리한 동네책방 겸 북카페-레드북스 출입문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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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북스 공동대표 한사람인 김현우 씨는 <탈핵> 공동 저자 중 한사람이다.
 레드북스 공동대표 한사람인 김현우 씨는 <탈핵> 공동 저자 중 한사람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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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 버텨보자며 시작한 책방이 올해로 6년째입니다. 새 책 4천여 권, 헌책 4천여 권 있는데, 새 책은 출판사별로 그리고 주제별로 진열했고, 헌책은 분야별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괜찮은 책들을 내는 출판사라고 해도 모든 책이 괜찮을 수 없겠지요. 모두 진열할 수도 없고요. 책 한 권에 대한 여러 매체의 책 소개 기사들을 참고하는 등으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선별, 한 주제 관련 다양한 시각의 책을 진열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도시&서울' 코너가 있는데, 단순한 탐방부터 사람살이나 정서적으로 접근한 책, 건축으로, 또는 역사적 시각으로 접근한 책 등을 선별해 진열하는 식이죠."(레드북스 주인장)

어떤 책들이 있는지 눈에 쉽게 와 닿았던 이유가 있었다. '역시 책은 오프라인 책방에서 만져보고 사야'란 생각이 들 정도로. '책들이 쏙쏙 와 닿는다'란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책 정보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고 있는 책이, 그래서 놓치고 있는 책이 꽤 많다는 생각을 레드북스에서도 했다(오프라인 서점에서 종종 느끼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바빠서 온라인 서점을 자주 이용하거나 온라인을 통해서 주로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서점에 예전만큼 자주 가지 못했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꼭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거나 어떤 책들이 나오는지 등을 파악하는데는 오프라인 서점이 훨씬 좋은 것 같다.

레드북스에선 몇 년째 탈핵 관련 책을 전시중이다. 두 명의 공동 대표 중 한 사람인 주인장은 <탈핵>(이매진 펴냄) 공동 저자 중 한사람인 김현우(다른 한사람 책방지기는 김하경 작가의 아들이란다)씨다.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졌으면 싶구요. 자칫 어렵고 복잡하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책을 펼쳐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문제인만큼 좀 더 많은 탈핵 관련 책들이 나왔으면."(레드북스 주인장)

주인장에게 "왜 하필 민감한 탈핵인가?" 물었더니 이처럼 답한다. 대답은 짧으나 표정에서 확고한? 결연한? 무엇이 느껴지기도 하고, 잠시 펼쳐봤는데 핵, 탈핵에 대해 그리 어렵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는 책 같아 <탈핵>을 읽을 목록에 추가했다.

요즘 온라인서점들의 오프라인 헌책방 인기가 많다. 이들 서점에서 파는 책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 레드북스 헌책 코너에는 오래전에 나온 책들도 좀 있다. 특별한 추억이 있으나 지금은 내게 없어 그리운 책, 오래전 출판을 알 수 있는 책, 이제는 나오지 않는 책 등이 필요한 사람은 레드북스의 헌책 코너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레드북스에서 만난 읽을 책들.
 레드북스에서 만난 읽을 책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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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이나 책방지기에게 한권 추천 받고, 레드북스 편에서 낯익은 노란표지의 <탈핵>은 가급 사고, 딸이 필요한 책도 사주고. 대략 서너 권 사오자 생각하고 갔는데 레드북스를 둘러보며 책에 대한 욕심이 자꾸 뻗쳤다.

다섯 권을 다음으로 미루고 구매한 책은 여섯 권. 처음엔 문 닫기까지 한 시간 정도 남은 일곱 시에 간 때문에 여유 있게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늦게 간 덕분에 책 욕심을 어느 정도 누를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큰 서점에 가면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책에 집중이 잘 안 되는데 조용해서 집중이 잘 되고, 그래서 '어떤 책이다(책일 것이다)' 쉽게 와 닿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책방이 작아서 그런가. 훨씬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져. 출판사나 주제별로 정리한 것도 참 좋은 것 같아. 특히 주제별 분류는 앞으로 책 읽는데 도움이 많을 것 같아. 책이 많아도 읽을 수 있는 책, 읽어야 하는 책은 한정되어 있잖아요. 레드북스는 꼭 필요한, 핵심적인 책만 진열하고 있다는, 읽어야 할 책만 읽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던데... 북 카페이기도 하지? 레드북스에서 친구도 만나고 책도 읽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내 딸)

"다음엔 친구와 함께 올게요!"라고 인사를 한 후 레드북스를 나섰다. 딸과 독립문역(지하철 3호선)을 향해 가는 길에 딸이 거듭 말했다. "내가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늦게 와서 좀 아쉽긴 하다. 다음엔 여유 있게 오자"고.

딸도 좋았나 보다. 다행이다. 딸도 나처럼 나이 들 때까지 책을 놓지 않고 살기를, 어떤 공간보다 책이 있는 공간을 좋아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레드북스에 갔다가 들러보려고 했던 또 다른 동네책방 '더북소사이어티'와, 빵집 '슬로우브레드에버'에도 꼭 가보고 싶다. 어떤 스토리가 연상되는 오픈 마켓 '늘장'과 '마르쉐@'에도!

레드북스 공간 일부.
 레드북스 공간 일부.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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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북스 공간 일부. 책에서 느끼지 못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많아 역시 들르길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다.
 레드북스 공간 일부. 책에서 느끼지 못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많아 역시 들르길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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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북스는 서대문역(서울지하철 5호선) 3번 출구와 독립문역(서울지하철 3호선) 사이에 있다. 서대문역에서는 5분 남짓, 독립문역에선 15분 남짓 걷는 거리에 있다. 동네책방이라 휴일에는 열지 않는다. 자세한 것은 레드북스 누리집(www.redbooks.co.kr)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우리 동네 슈퍼! 마켓!>(김애진) ㅣ봄엔 ㅣ2014.10.20 ㅣ정가:15000원.



우리 동네 슈퍼! 마켓!

김애진 지음, 봄엔(2014)


태그:#레드북스, #동네책방, #북카페, #책읽기, #슈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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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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