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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수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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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다. 시작이 그랬듯 마지막까지 완벽하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다. 여전히 집은 어질러져있고, 살은 더 쪘으며 계획이란 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럭저럭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올 한해를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을까?

내년엔 더 완벽하게 살 수 있길 바라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이만하면 잘 살았어'라고 말하는 연말이었으면 좋겠다.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 함께 말이다.

완벽하진 않아도 85퍼센트 정도 괜찮다 싶으면
넘기고 다음 일을 하세요.
완벽하게 한다고 한없이 붙잡고 있는 거, 좋은 거 아닙니다.
왜냐하면 완벽이라는 것은 내 생각 안에서만 완벽한 거니까요. (137쪽)

'내 생각 안에서만 완벽한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힌다. 나는 매사에 완벽주의 성향의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무엇이든 완벽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다그치며 끝없이 파고들었다. 가령 집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내가 너무 게으른 사람인 것 같아 끝없이 자책했다.

설거지를 할 때에도 잔여 세제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씻고 또 씻었다. 무엇이든 완벽하지 않으면 너무 불안했다. 점점 어떤 일에 손대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을 만날 때도 까다롭게 굴어 친구마저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찾아온 우울증으로 나는 6개월을 앓았다. 돌이켜보면 참 외로웠던 2016년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나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꿋꿋하게 치료를 받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또 다독였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 대신, 무엇이 내 삶의 1순위인지 그것만 잘 잡고 가기로 했다. 긴 치료 끝에 나의 우울증도 호전되기 시작했고 마음으로부터 깊은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게 되었다.

오랫동안 원하던 것을 성취하고 나면 두고두고 행복할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막상 성취하고 나면 잠시의 행복감 뒤에
허탈의 파도가 밀려오고, 성공 후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낸
생각지도 못한 후폭풍이 몰려와요.
그러니 지금의 과정을 즐겨요.
삶에 완성이란 없는 것 같아요. (277쪽)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연하장 카드를 읽듯, 짧은 토막글이 많아 읽기에도 수월한 책이다. 스님의 이야기라 정적이고 따분할 것 같지만 곳곳에서 섞여 나오는 유머는 웃음을 넘어 실소까지 터지게 만든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 본연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라 종교를 초월하여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올 연말에는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조용히 휴식의 시간을 가져 볼 생각이다. 스님은 고요한 가운데에 '창공과 같은 본성'이 드러난다고 했다. 나의 고요한 마음을 들여다보고 토닥여주려 한다. 완벽하지 않으면 어떤가. 또 모난 부분이 있으면 어떤가. 인생이라는 과정 속에서 그 하나하나가 디딤돌인 것을. 지난날에 미소를 보내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에너지를 모아본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행복해지시길, 건강해지시길, 편안해지시길.
어디를 가시든 항상 보호받으시길.
자신의 존귀함을 잊지 않으시길. (6쪽)

온 누리에 축복과 사랑을 전하며.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 지음, 이응견 그림, 수오서재(2016)


태그:#완벽하지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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