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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을 위한 ‘송박영신’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서 8.5미터 대형 ‘희망촛불’ 점등식과 함께 세월호참사 희생자들과 미수습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304개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 '희망촛불'에서 날아오르는 304개 풍선 3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퇴진을 위한 ‘송박영신’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서 8.5미터 대형 ‘희망촛불’ 점등식과 함께 세월호참사 희생자들과 미수습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304개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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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기리는 방법은 그녀의 장례식을 민영화하는 것이다. 경쟁 입찰에 맡겨 가장 싼 업체를 선정하자. 그녀는 분명히 그것을 원했을 것이다."

영국의 영화감독 켄 로치는 마가렛 대처 전 총리의 서거 소식에 이같이 꼬집었다. 대처가 시작한 신자유주의 정책들로 영국의 공공서비스와 노동은 망가졌다. 공공서비스는 '민영화' 됐고, 노동자는 사용자가 필요할 때만 일하는 '0시간 근로계약'을 맺는다. 공공성과 노동권이 후퇴한 만큼 사회는 무너졌다.

신자유주의적 관리국가와 자본이 민영화와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면서 사회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들은 이민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만들고 철밥통과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조직했다. 저항에 부딪힐 때면 긴축으로 시민들에게 비용과 책임을 떠넘겼다. 그새 자유와 평등은 점점 '공평하게 경쟁할 권리' 수준으로 후퇴했다. 시민들은 배제되지 않기 위해 자기-착취를 경쟁하게 됐다. '몫 없는 자'들은 냉소하고 서로 적대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제도정치 혁신에 나선 것은 노동권과 시민권의 후퇴, 이 권리들의 전개가 봉쇄된 것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영국 노동당처럼 과거 우경화했던 정당들은 때맞춰 다시 전향 중이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좌파정당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1%대 99%'는 담론 수준을 넘어 사회적 전선을 이뤘다. 밑바닥부터 중간관리자까지 전선은 두텁다.

2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즉각퇴진 9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과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을 모아두고 있다.
▲ '촛불에서 눈을 뗄 수 가 없어요' 24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즉각퇴진 9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박근혜 탄핵과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을 모아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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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은 유럽에 비해 기간은 짧지만 강도는 셌다. '우회한 민영화'와 '노동개악'은 두 번의 자유주의 정부와 이어진 두 번의 보수주의 정권 내내 추진됐다. 공공부문은 수익성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 조직이 됐고,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에서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으로 밀려났다. 사회보험의 자리에 자본이 치고 들어온 만큼 시민의 권리는 후퇴했고, 노동자들은 외주화와 성과주의에 내몰리며 '노조 할 권리'조차 잃었다.

임계점도 그만큼 빨리 왔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수준 미달의 정부와 자본이 지금껏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박탈했는지 확인했다. 국가는 시민과 노동자의 권리를 비어낸 빈 깡통이었다. 재벌 총수일가의 불법승계를 돕고, 자신과 자본의 이익만을 위해 권력을 썼다. 시민과 노동자들은 그래서 광장에 나왔다. 그리고 국가의 역할과 시민의 권리가 무엇인지 묻고, 둘의 관계를 재구성하자고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를 해소하는 것은 그래서 국가의 역할을 새롭게 채워 넣는 작업으로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몰아놓은 국가폭력에 책임을 묻고, 공공부문 성과·퇴출제를 폐지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언론이 자유롭게 권력을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비판과 자성의 역사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이 정부를 실질적으로 해체할 수 있다.

촛불 이후, 시민들의 권리는 달라야 한다. 장애인, 여성, 이민자, 성소수자 등이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일례로 비정규직은 지금 '쉬운 해고'와 '위험의 외주화'에 내몰리고 있다. 일 할 권리, 노조 할 권리, 안전할 권리는 '진짜 사장'인 정부, 지방자치단체, 원청이 사용자 책임을 지고 직접고용해야만 보장된다. 박근혜 정부가 가장 강하게 배제하고 차별하고 착취한 사람들의 몫을 되찾는 것, 이것이 이 정부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태그:#희망연대노동조합, #촛불,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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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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