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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십 년 넘게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정규직이 된 어느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오래 전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비정규직 천만 시대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싣습니다. 회사 이름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습니다. [편집자말]
비정규직 천만시대. 이제 정규직이 되는 건 로또 당첨 확률이 되었다.
 비정규직 천만시대. 이제 정규직이 되는 건 로또 당첨 확률이 되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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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2014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비정규직이 733만 명 정도라고 했고 노동계는 천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 같은 비정규직 입장에선 겨우 천만 밖에 안 되나 의구심이 들어요.

재작년 천만 비정규직 중 정규직이 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저처럼 44살에 비정규직으로 들어와 근로환경이 좋은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있는 곳에서 정규직이 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로또 확률이 815만분의 1이라고 합니다. 로또 맞은 것 같은 기분에 앞으로 로또는 절대 사지 않으려고 합니다. 로또를 또 맞을 일은 두 번 다시 안 생길 거 같거든요.

서울에서 내려와 12년간 이곳 공단에서 대략 40개 회사를 다녔습니다. 비정규직이니까요. 40군데를 다니며 만난 대부분이 두 가지 얘기를 꼭 합니다. "우리 회사 식당 맛없다" "우리 회사 월급 짜다."

정말 맛있는 곳 몇 군데 있었고요. 쓰레기 같은 곳도 있었죠. 하지만 나머지 회사들은 다 거기서 거깁니다. 다른 회사 밥 먹어보고 "야~ 여기는 맛있네"하신 분들 있을 거예요. 거기서 계속 1년이고 2년이고 먹다 보면 질려서 맛없다고 하실 겁니다. 정말 맛있는 곳은 대기업이거나, 일이 아주 힘들어서 밥이라도 맛있게 해주는 곳입니다.

첫 직장, 첫 크리스마스에 우는 아이들

정말 쓰레기 같은 곳이 바로 00입니다.아시죠? 00은 겨울 한철 먹거리로 1년 먹고 삽니다. 저는 2009년 00에서 일했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후 두 달 정도 잘 팔리다 한겨울에는 수그러듭니다. 정규 생산직은 몇십 명 밖에 안 되는데  이 기간에는 몇백 명이 필요합니다. 이 인력을 어디서 구할까요?

인근 시도에서는 구할 수 없습니다. 지방에서 수급해 오죠. 저 있을 때는 전남 고흥 쪽에서 대학을 포기한 취업준비 고3 애들을 대거 데려 왔습니다. 공장에 기숙사가 있어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애들은 신나서 올라옵니다. 00이라는 이름 있는 회사에 취직이 됐다면서 신나서 일을 시작하죠.

월요일 오전 8시에 출근해 점심시간 30분, 저녁시간 30분을 제외하고 매일 11시간씩 일요일까지 일합니다. 일요일 오후 8시부터 월요일 오후 8시까지 24시간을 쉬고 야간 12시간씩 근무합니다. 일요일 아침까지 일하고 일요일은 야간이 없어서 월요일 오전 8시까지 24시간을 쉬고 다시 근무하는 주간2교대를 합니다.

그렇게 10월에 와서 12월까지 주야장천 일을 하다가 일거리가 슬슬 줄면 중순쯤이 되어 다른 상품 포장작업을 새벽까지 합니다.

뇌리에 생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에 그들은 계약해지 통보를 받습니다. 제가 주간이라 오후 8시 퇴근하고 나오는데 기숙사 담벼락 아래서 그 열아홉 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흐느끼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3개월 지나면 정규직 될 수 있다는 말로 죽어라 일시키고 자른 거지요. 그때 모습이 잊히질 않아요.

그 형님에게 정규직은 불행의 씨앗이었다

지난 2016년 5월 20대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사망한 2호선 구의역. 시민들이 그를 추모하며 남긴 추모글과 하얀색 국화꽃들이 사고가 난 스크린도어에 붙어있다.
 지난 2016년 5월 20대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사망한 2호선 구의역. 시민들이 그를 추모하며 남긴 추모글과 하얀색 국화꽃들이 사고가 난 스크린도어에 붙어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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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인 00이 A라는 파견업체에 요청을 하면 A는 B라는 파견업체에 다시 요청을 합니다. 그래서 애들은 B파견업체 소속이고 이 파견업체끼리만 계약해지를 하면 00은 100명이 넘는 인원을 아무 상관 없이 해고할 수 있는 거죠.

정직원이 되었던 분도 있습니다. 저보다 4살 정도 많고 경력도 3년 되셨던 형님이십니다. B파견업체에서 1년, A파견업체로 가서 1년, 00의 계약직으로 1년을 일해서 3년 만에 정규직이 되셨습니다. 3년 내내 거의 하루도 안 쉬고 주야간2교대로 일한 그 분만 유일하게 정규직이 되신 거죠.

근데 이 형님이 정규직이 되니까 긴장도 풀리고, 쌓인 과로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정규직 되려고 무리하게 일해서 과로로 말입니다. 그렇게 이틀을 병원 가느라 출근을 못하고 3일째 되는 날, 회사는 정규직 된 지 3개월이 안 되는 수습 기간이라는 이유로 해고합니다. 그 분 이후에 한 달 정도 치료 받으며 앓으시고, 3년 동안 일하면서 저축하신 돈 병원비 생활비로 다 날리시고 가족 뿔뿔이 흩어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몸도 많이 약해져서 힘들지 않는 일 월급 150 정도 받으시며 근근이 사신다고 합니다. 그 형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주야간 맞교대로 일하면 월급은 얼마나 받을까요? 2016년 기준 6030원으로 계산해서 대략 240~260만 원 정도 받습니다(2009년 당시에는 훨씬 적은 금액이었습니다). 질문 하나 드릴게요. 저는 첫 달은 풀로 일해서 세금 포함해서 250 정도 받았습니다. 근데 다음 달에 제 딸이 아파서 주간 일할 때 점심시간에 조퇴를 하게 됩니다. 그럼 4시간에 잔업 3시간이 빠지게 되겠죠? 그럼 월급에서 얼마나 빠질까요?

4시간 조퇴에 25만 원 까인 임금

계산하기 편하게 시급 6천 원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4시간 2만4천원, 잔업 3시간 2만7천원, 전 5만천 원 정도 빠질 줄 알았습니다. 근데 '주차'라는 게 빠진대요. 4만8천 원 추가해서 9만9천 원이 빠지는 줄 알았더니 '월차'라는 게 또 빠진답니다. 4만8천 원 추가로 14만7천 원이 되네요.

좀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 계실 겁니다. 그럼 그날을 월차로 그냥 쉬는 게 낫지 않느냐고요. 근데 업체에선 쓸 수 있는 월차는 없고 그냥 월급에 추가로 주는 거라 뺀다네요. 거기까지만 빠져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만근수당 10만 원이 또 빠집니다. 겨우 4시간 조퇴했는데 월급이 25만 원이나 사라집니다.

주휴수당 계산 가능하신 분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저도 알기에, 주휴수당은 40시간 정규근무시간 중에 4시간이 빠졌으니 4만 8천원이 아니라 4800원만 빠지는 게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아~ 예 알겠습니다. 하고는 바로 입금을 하더라구요, 더 황당한 일은 그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고 있는데 문자로 계약해지 되었어요.

그렇게 작은 시간 조퇴에 큰 리스크를 주는 이유가 뭘까요? 그 돈 파견업체에서 먹으려고 그러나 생각도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대체인력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사람이 없어도 물량 조절을 안해요. 사람 없어도 그 물량 그대로 다 나와야 해요 그러니 조퇴하거나 지각하지 못하게 리스크를 줍니다. 사람을 기계 부품으로 보니까 소모품 취급 하는 거지요.

왜 우린 그 회사에 충성하게 되었을까

한 의류업계 공장에서 일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다닌 곳 중 최고의 점심을 먹은 곳은 바로 여기였습니다.

여기는 한 달에 두 번은 점심에 삼겹살 파티를 합니다. "여기는 사원복지를 최고로 신경 쓴다"고 사장이 아니라 직원들이 침 튀기며 칭찬을 합니다. 과자와 막걸리는 항상 쌓여 있고 최소 2주에 한 번 회식을 합니다.

직원이 면접 보러 와서 근처에 살 곳이 없다고 하니까 보증금을 내고 월세를 잡아줍니다. 그렇게 한 3개월 일 열심히 하니까 아예 사장님 명의로 전세를 잡아 주고 월세를 아끼라고 얘기합니다. 그 직원 3명은 미친 듯이 회사에 충성을 하죠. 결국 기숙사인데.

엄청 큰 부지가 다 창고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하루에 40피트짜리 컨테이너가 한 대에서 많으면 석 대까지 옵니다. 직원 3, 4명이 그걸 다 까는 겁니다. 요새는 물류센터도 자동컨베이어가 컨테이너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는데 그곳은 레일 깔고 일일이 박스를 레일에 올리고 끝까지 밀어서 하나하나 받아 수작업을 합니다.

근데 힘들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사장이 팔 벗고 나서서 박스를 나르기 시작하거든요. 그러면 7년쯤 돼는 부장이 그럽니다. "에이, 우리끼리 할게요." 사장이 "그럴까?"하면서 뒷짐을 지죠. 사장이 나서는데 사무실에서 자수 디자인하던 저라고 안 나갈 수 있습니까? 한 절반쯤 하면 사장이 막걸리에 안주를 주면서 한 잔씩 하라고 하죠. 막걸리에 취해서 일하는 거예요. 겨울 막 추워지기 시작하면 회사들이 잠바를 사주거든요. 그때 미친 듯이 바쁘죠. 새벽 4시까지 일한 적도 있어요. 월급 더 받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두 달을 기본 밤 10시까지 일하는 시즌이 끝나면 "수고했다"고 보너스 20만 원을 주면 좋다고 받습니다. 사장님께 너무 고마워하면서. 와~ 나중에 생각하니 분위기에 취해 있었나, 차라리 물류센터를 가서 그렇게 일했음 300도 벌수 있는데 미쳤다고 160에 그렇게 힘든 일을 했나, 나중에 알았어요. 회사 나오고 한참 있다가.

제발 자르지만 말아요

추석 연휴를 앞둔 2016년 9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에 참여한 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바닥에 홀로 앉아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2016년 9월 12일 오전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에 참여한 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가 바닥에 홀로 앉아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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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그만 둔 지 4년 되어 가는데 그 기숙사 잡아준 3명은 아직도 열심히 일하더군요. 사실 여기에서 정규직 되었다고 자랑하려고 그 중 한 동생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 동생이 "월급 175로 올랐다"고 거꾸로 제게 자랑하더군요. "시즌 지나니 보너스도 30만 원이나 줬다"고. 차마 염장을 지를 수 없어서 "잘됐다"면서 "열심히 일해라"라고 말았습니다.

00전기에 1년 가까이 다녔습니다. 1년 지나면 정규직 된다고 하셔서 월급 95만 원 받아가며 1년을 버텼죠. 근데 11개월 27일째 잘렸습니다. 1년 지나면 정규직 시켜준다더니 3일 남겨 놓고 말입니다.

그렇게 잘리면 오래 버틸 수가 없습니다. 비슷한 직종으로 구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모아 놓은 돈이 얼마 안 되고 집에서 점심도 해결해야 하고 이력서 쓰려면 사진도 찍어야 하고 오히려 돈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어쩔 수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구합니다. 정규직 구하는 곳은 오히려 많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회사에 일이 힘들고 월급이 적어요.

그러다 보니 사출, 도금, 박스, pcb, 식품, 캠핑용품, 별걸 다 하게 됩니다. 급하게 구하는 만큼 일 환경도 안 따지게 되고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둔 곳도 몇 군데 되고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나이는 먹어가고 점점 구할 수 있는 직종은 줄어들고 더 힘들어지는 거죠.

제가 여기 비정규직일 때 사람들한테 술만 먹으면 한 소리가 "정규직 안 되도 좋으니 자르지만 말아 달라"였습니다. 아직도 정규직이 된 사실이 믿기지 않고 감사하며 지냅니다. 로또 맞았으니까요.

제가 보기엔 여러분들도 로또 한 번씩 맞은 거 같거든요. 저의 시선에선요. 물론 힘들게 쟁취하는 과정을 겪으신 분들이라 당연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천만이 넘는 비정규직 중에는 이런 세상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삶의 무게에 눌려서 힘들게 일만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나마 끽소리하게 만드는 것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정치적인 얘기들이 우리 노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일은 많지 않죠. 비정규직 철폐나 고용안정 등이 여기 계신 분들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자식들에게는 분명 필요한 일이겠죠. 비정규직들은 열악한 환경과 적은 임금으로 하루 몇 시간만 빠져도 월급에 큰 차질이 생기기에 감히 나가서 떠들 수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노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도울 거구요. 여기 계신 분들께서 우리 자식들이 살기에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지금까지 해 오신 거잖아요. 두서없이 말씀 드린 점, 이해 부탁드리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우리 노동자가 자유로울 수 없잖아요? 노동법 개악 문제, 당장 우리 일 아닌 것 같지만 결국 우리 일이지요, 박근혜 탄핵과 우리와 무슨 관계냐 하지만 결국 재벌에 돈 받은 조건으로 전체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노조가 끽 소리 못하게 해서 자본에 유리하게 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알든 모르든 느끼든 못 느끼든 노조를 지키는 것은 결국 내 삶을 지키는 것이라는 걸 어용 노조가 아닌 민주 노조가 결국 우리 미래를 지킨다는 것, 알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많이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많이 배워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태그:#로또 정규직, #조건준, #비정규직, #우창지회, #정규직된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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