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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직장을 잃고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홀로 생활하던 40대 남성이 다섯 달 치 월세 약 150만 원을 내지 못해 집을 비우기로 한날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 원,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은 여전히 고통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생활고로 인한 자살, 그 사회적 타살의 한 가운데 심각한 주거 불안정이 자리 잡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을 내세우며 역대 정권마다 다양한 이름의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공약해 왔지만,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으로는 전월세 폭등과 같이 널뛰는 민간임대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표방한 박근혜 정부의 주거 정책은 '빚내서 집 사라'로 대표되듯 규제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치중했고, 정책 수혜는 다주택자와 건설 자본에 향했다. 특히 2015년 8월 통과시킨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정권 중반기부터 강력하게 추진한 "뉴스테이((New Stay, 기업형 임대주택)"정책은, 주거권 보장의 핵심인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후퇴이자 건설 기업 특혜로 점철된 박근혜식 대표 부동산 적폐 정책이다.

박근혜표 부동산 적폐, 뉴스테이

 “박근혜 부동산 적폐, 뉴스테이 폐지! 주거권 보장! 광장선언 기자회견(2.11)” 참가자들이,  주택도시기금과 공공택지, 그린벨트를 빨아들이는 뉴스테이의 폐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박근혜 부동산 적폐, 뉴스테이 폐지! 주거권 보장! 광장선언 기자회견(2.11)” 참가자들이, 주택도시기금과 공공택지, 그린벨트를 빨아들이는 뉴스테이의 폐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주거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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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간 쌀값 50배, 휘발유 값이 77배 오르고, 명목 GDP가 1,900배 오르는 동안, 명목 토지 가는 3,000배나 올랐다(2015. 한국은행). '헬조선'으로 표현되는 대한민국은 불패의 부동산 불로소득과 검은돈이 판치는 그야말로 '부동산 공화국'이었으며, 바로 이 부동산 적폐가 박근혜와 같은 비정상 정부를 탄생시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몰락하는 부동산 신화를 어떻게든 부추기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 낸 것이 뉴스테이 정책이다.

뉴스테이는 공공자금인 주택도시기금을 기업에게 지원해 주면서, 각종 세제감면과 규제완화를 포함해 국가와 지자체가 조성한 택지를 민간 기업에게 우선 제공하도록 했다. 게다가 기존 임대 주택의 규제를 대폭 풀어 높은 임대료로 운영되면서도, 세후 5% 수익률까지 정부가 보장해 주고 있다.

최근 입주 공고를 마친 위례 뉴스테이 지구의 경우, 85㎡가 최고 보증금 4억 9천만 원에 월 임대료 40만 원의 고가 임대로 책정되었으며, 여기에 한 채당 2억 원(출자 1억, 융자 1억)의 공공자금인 주택도시기금이 투입되었다. 특히 촉진지구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도 민간 기업에 부여해 줘, 도심 내 공공부지인 미매각 용지(학교용지 등)와 그린벤트 등을 기업이 촉진지구로 지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야말로 건설 자본에게 주는 박근혜표 선물 세트이다.

이러한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국내 1호 착공식이 열린 인천도화 'e-편한세상 뉴스테이' 착공식(2015.09)에 박근혜가 깜짝 방문해 '중산층 주거혁신의 새로운 임대주택 대안'이라며 축사하며, 더 많은 규제완화와 기업 지원을 약속했다. 국정이 사실상 마비된 현 탄핵 정국에서도 정부 부처인 국토부는 뉴스테이를 핵심 부동산 정책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추진하며, 전국화하고 있다.

공공자원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지원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 기업에 공공자원을 쏟아붓는 뉴스테이 정책은 건설 기업을 위한 박근혜표 부동산 적폐로 당장 폐지해야 한다.

2월 임시 국회, 임대차보호법 개정해야

2년 마다 이사 가는 주거권 침해의 적폐 청산을 촉구하며, 2월 임시국회에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보호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2년 마다 이사 가는 주거권 침해의 적폐 청산을 촉구하며, 2월 임시국회에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보호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주거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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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이 월세 때문에 결국 세상을 떠난 날은, 국회가 박근혜 적폐 청산과 민생개혁입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2월 임시국회의 개회 날이었다. 그 임시국회에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등 19대 국회에서부터 현 20대 국회까지 전월세 안정을 위해 줄기차게 이야기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사실상 조기대선 전 마지막 국회로 예상되는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세입자 주거권 보장을 위한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민생개혁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은 국정마비 사태에서 그나마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또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진행 중인 임시국회의 상황은 아득하기만 하다. 대선에만 매몰된 정치권의 안일함에 민생개혁 법안들의 임시국회 통과는 공수표가 될 우려가 높다.

박근혜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정당마다 조기대선을 준비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난 작년 연말 이후, 국회는 단 한 건의 민생개혁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탄핵 정국에서의 천만 촛불은 국정농단과 헌정 유린의 몸통인 박근혜의 탄핵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열망은, 대선 이후로 유예시키거나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만으로 좁혀질 수 없는, 지금 당장의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집 때문에 죽어 나가는 '사회적 타살'의 고리를 끊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광장의 열망이자 개혁 과제이다.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등 임대차보호법의 즉각 개정과 부동산 적폐 뉴스테이의 폐지를 통한 주거권의 확대는, 삶의 기본 조건인 주거의 안정이 보장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시작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2월 11일, 주거권네트워크에서 주최한 "박근혜 부동산 적폐 뉴스테이 폐지! 주거권 보장! 광장선언"에서 발표된 바 있습니다. 필자는 주거권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고, 당시 직접 작성한 선언문을 수정해 오마이뉴스에 기고합니다.



태그:#적폐청산, #뉴스테이, #부동산 적폐, #탄핵, #전월세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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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빈곤사회연대, 주거권네트워크, 도시연구소 등에서, 주거권 관련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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