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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이 2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최씨는 특검 소환에 자진 출석해 삼성 뇌물관련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이 2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최씨는 특검 소환에 자진 출석해 삼성 뇌물관련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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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서 부분, 검찰에서 얘기를 안 해서 형사 부분은 거부하고 싶다."

17일 오전 10시 1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 증인석 앞에 선 최순실씨가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를 향해 말했다. 이날 그는 조카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부 2차관과 함께 기소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아래 영재센터)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섰다. 그런데 최씨는 '사실 그대로 말하겠다'는 선서를 거부했다. 검찰이 자신의 뇌물죄혐의 관련해 아직 의견 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김 부장판사는 최씨에게 "뇌물죄 부분이 아니라 다른 피고인이 증인의 수사기관 진술 내용을 인정할 수 없으니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씨는 거듭 "제가 증언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 돌아오고 하루 빼고는 (구속되는 바람에) 직원이나 가족을 만난 적도 없고 가지고 있는 자료도 없다"며 "여기서 너무 섣불리 얘기하긴 그렇다"고 했다.

시작부터 '뇌물죄' 증언 거부

최씨 변호인 권영광 변호사는 "뇌물 관련 부분이 나오면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질문 사항이 뇌물과 그 이외 부분으로 나뉘는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결국 "신문 내용에 뇌물과 관련된 것은 없다"는 검찰 설명이 나온 뒤에야 상황은 매듭지어졌다. 재판부는 일단 신문을 진행하고, 최씨가 질문에 따라 증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10시 15분, 최씨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선서했다.

하지만 신문과정도 수월하지 않았다. 약 20분 동안 최씨에게 김종 전 차관과 관계를 물어본 검찰은 '삼성'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삼성그룹이 2015년 10월 2일 영재센터에 5억 5000만 원을 후원한 사실을 아냐는 질문이었다.

"그거에 대해선 잘 모르는데, 그건 형사문제 관련돼서 증언을 거부하겠다."

이때부터 최씨의 입은 굳게 닫혔다. 그는 검찰이 "자꾸 대통령을 끌고 들어간다"며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또 2015년 7월 24일 조카 장씨를 불러 '내일 아침까지 동계스포츠센터 사업소개서 등을 만들라'고 지시하며 승마 관련 자료를 참고하라고 했다는 장씨 증언을 강하게 부정했다. 다음날인 7월 25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한 날이었다.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의 뇌물죄혐의 공소장에 그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만나 경영권 승계작업에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썼다.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은 그 대가라고도 했다.

최씨는 이 대목에선 증언 거부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승마랑 스케이트는 완전히 종목이 다르다, 어떻게 그렇게 갖다 붙이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삼성을 거론한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답변만 이어지자 재판부는 "계속 물어보는 게 무의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도 "삼성 후원은 전면적으로 증언을 거부하는 게 명확하니 더 이상 물어보지 않겠다"고 했다. 김종 전 차관쪽 역시 삼성 관련 내용은 전부 제외하고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끝까지 박근혜 감싼 최순실

헌재의 탄핵인용으로 파면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돌아온지 3일째인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에는 불이 켜지고 있다. 친박단체 회원들은 대부분 흩어지고 일부는 남아 집 주변을 지키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헌재의 탄핵인용으로 파면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돌아온지 3일째인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에는 불이 켜지고 있다. 친박단체 회원들은 대부분 흩어지고 일부는 남아 집 주변을 지키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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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이 얽힌 다른 사안에서도 최씨는 그를 적극 보호했다. 이날 김 전 차관 변호인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을 제시하며 최씨가 K스포츠재단에 관여한 것은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냐고 물었다. 최씨는 "대통령은 제가 직접 나선 것을 몰랐고, 그렇게 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제가 조사를 받으면서 계속 이의 제기하고 싶었던 게 주어나 수식어를 빼고 이렇게 얘기하면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을 키워주라고 한 것 같지 않냐. 그런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K스포츠재단 얘기도 대통령에게서 듣지 않았다"며 거듭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일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설립·운영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그를 소환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은 3월 21일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포토라인에 선다.


태그:#최순실, #박근혜,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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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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