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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여를 걷고 난 후 시장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부안상설 시장에서 받아든 한 그릇 팥죽이 여행코스를 맛있게 마무리합니다. 부안군청을 출발해 성황사 서림공원 에너지 테마거리로 이어지는 2시간 남짓 소요되는 관광코스인 '부안 속살관광' 마지막 코스에서였습니다.

변산반도와 채석강으로 유명한 부안은 먹을 것 볼 것 많은 곳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새로운 볼거리가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부안 속살관광'입니다. 느리게 걷는 길에서 바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오랜만에 기분 좋은 나른한 여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부안군청 뒷편에 있는 관아터 입니다.
 부안군청 뒷편에 있는 관아터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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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읍은 원래 돌 성곽으로 둘러 쌓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왜구를 막기 위한 용도 였습니다.
 부안읍은 원래 돌 성곽으로 둘러 쌓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왜구를 막기 위한 용도 였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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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청에서 시작 '부안 속살관광' 느리게 걸을수록 매력 

지난 14일 부안읍을 찾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부안에 있는 변산반도는 몇 차례 찾았지만 부안 읍내에 닿은 건 처음입니다. 지방 소도시가 그렇듯 부안읍내도 전반적으로 활력은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 방문한 날이 일요일이었기에 더욱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부안속살 관광은 부안군청에서 만든 관광프로그램중 하나입니다. 이날 프로그램은 해설사가 앞장선 가운데 부안군청 뒤편을 찾아가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해설사는 10명 이상일 경우 관광과에 사전 예약을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5명 등 그 이하 인원일 경우에는 여유가 있을 경우 해설사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부안 속살관광 첫 번째 코스인 서림공원 입니다. 해설사가 이날 코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부안 속살관광 첫 번째 코스인 서림공원 입니다. 해설사가 이날 코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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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현감을 지낸 박시수가 썼다는 '봉래 동천'이라는 글씨 입니다. 박시수가 쓴 글을 바위에 새겨 놓았습니다.
 부안현감을 지낸 박시수가 썼다는 '봉래 동천'이라는 글씨 입니다. 박시수가 쓴 글을 바위에 새겨 놓았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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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현은 1895년(고종 32)에 군이 돼 전주부에 속한 후 1896년 전라북도 부안군으로 개편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답니다. 부안군청은 바로 부안현 관아관청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고 했습니다.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부안군청 뒤편에서부터 이날 부안 속살관광이 시작됐습니다. 부안군청 뒤편은 화강암이 전체를 뒤덮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가운데 커다란 글씨체로 '주림(珠林)이라고 쓰인 바위가 있고 옥천이라는 샘이 있습니다. 1960년대까지 식수로 사용했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초서체로 봉래 동천이라고 쓰인 바위도 있습니다. 글을 새겼던 사람은 1810년대 부안 현감을 지낸 박시수라고 했습니다. 부안군청 뒤편은 바로 해발고도 114m의 상소산(서림공원) 생태길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매창 시비 입니다.
 매창 시비 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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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이어지는 이 길은 가을에는 단풍이 터널을 이룬다고 했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이 길은 가을에는 단풍이 터널을 이룬다고 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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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길을 조금 올라가자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 시인이자 기생인 이매창 시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부안 출신 이매창은 허균, 유희경 등과 교류하다 이별과 사랑의 한을 간직하고 짧은 인생을 살다가면서 애절함을 남기고 있습니다. 상소산은 이매창이 한양으로 올라간 유희경을 그리면서 거문고를 뜯었던 곳이라는 해설사의 진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산 정상을 향해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을 걸어서 올라가다보니 작은 사찰이 발걸음을 반기고 있습니다. 혜원사라는 사찰입니다. 주변으로는 수령이 꽤 오래되어 보이는 단풍나무 수백그루가 길을 따라 우거져 있는데 가을 경치가 일품이라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작은 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왼쪽 담장은 성황사 담장입니다.
 내려가는 길은 작은 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왼쪽 담장은 성황사 담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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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양귀비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꽃 양귀비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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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두화가 화사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불두화가 화사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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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을 지나서 내려가는 길에는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하므로 '불두화'가 화사하게 피어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또 다른 사찰이 눈에 들어옵니다. '성황사'인데 전라북도 전통사찰 34호로 지정돼 있다고 합니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글씨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너였어? 늘 나를 위해 기도해주던 사람이... 나를 위해 염려해주던 사람이..."

나무 팻말에 쓰여 있는 글귀가 인상적입니다.
 나무 팻말에 쓰여 있는 글귀가 인상적입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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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도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산딸기도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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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어는 심어진지 몇년 안되어 아직은 작은 키를 보여주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메타세콰이어는 심어진지 몇년 안되어 아직은 작은 키를 보여주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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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어가 길 양쪽으로 심어져 있어 내려가는 사람을 배웅하는 듯합니다. 10여 분 남짓 더 내려가다 보니 산 중턱쯤에 자리 잡고 있는 향교가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향교를 끼고 내려가니 처음 출발했던 부안군청에 다다랐습니다.

부안 속살관광은 이처럼 상소산을 돌아서 내려온 후 에너지 테마거리로 이어졌습니다. 부안읍 한복판인데요 한쪽은 40~50년 전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또 한쪽은 도심 공원으로 아기자기 하게 꾸며놓은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부안 상설시장 입니다. 예전 많이 보던 먹갈치 입니다.
 부안 상설시장 입니다. 예전 많이 보던 먹갈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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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상설시장에는 싱싱한 수산물이 많았습니다
 부안 상설시장에는 싱싱한 수산물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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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거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부안 상설시장 이었습니다. 여느 지방 소도시 상설시장과 비슷했지만 바다와 가까운 곳이라는 점을 드러내듯 각종 해산물이 특히 눈에 띕니다. 갑오징어 꽃게 농어 백합 병어 등 인근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놈들입니다.

상설 시장을 돌아다니던중 싼 가격에 지갑을 아낌없이 열다보니 어느새 병어 1마리와 부세 1마리 갑오징어 1마리를 포장해 담은 박스가 들려 있습니다.

부안 속살관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다양한 먹거리입니다. 부안은 백합과 젓갈로 유명한 식당도 많지만 특히 팥죽을 빼먹을 수 없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식당에 자리 잡고 매운탕을 시켜놓은 후 팥죽을 한 그릇 배달을 부탁했습니다.

풀치 조림이 입 맛을 돋궜습니다.
 풀치 조림이 입 맛을 돋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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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먹거리의 백미는 바로 이 팥죽이 아니었는가 합니다.
 이날 먹거리의 백미는 바로 이 팥죽이 아니었는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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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은 팥을 아낌없이 사용한 듯 걸쭉한 게 입맛을 확 끌어당깁니다. 남대문시장 등에서 맛보는 팥죽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또 이런 맛에 부안에 오면 팥죽을 빼놓을 수 없다는 추천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팥죽을 나눠먹은 후 우럭매운탕에 밥 두 공기를 비운 후 다음 일정을 위해 아쉬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방 소도시의 정취와 인심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부안의 속살관광 매끄럽고 화려한 관광코스와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 줍니다.

진짜 여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부안을 가게 되면 '속살관광' 꼭 한번 즐기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저 느릿느릿 걷다보면 가슴을 채우는 무언가를 담고 올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안 , #속살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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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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