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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풀로 뒤덮인 공원과 공원 앞 산 정상 모습
 잡풀로 뒤덮인 공원과 공원 앞 산 정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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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군이 외진 곳에 조성한 양지 공원 안내판
 금산군이 외진 곳에 조성한 양지 공원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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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군(군수 박동철)이 깊은 산속 외진 곳에 거액을 들여 공원을 만들어 황당한 사업을 벌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산군은 지난 2011년부터 농식품부와 충남도의 지원을 받아 진악산 권역 농촌 마을 종합개발사업을 벌였다. 2단계로 나눠 벌인 이 사업에는 군비와 도비, 국비를 합해 모두 60억여 원이 투여됐다.

이중에는 양지 공원(금산읍 양지리 221-6, 면적 4770㎡) 조성사업(지난 해말 완공)도 포함돼 있다. 금산군은 공원 조성사업에 땅 구입비를 포함 약 7억 원 가까이를 썼다.

하지만 금산읍 주민들은 대부분 양지공원의 존재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금산군청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금산 군청 내 사업을 벌인 담당 부서를 확인하는 데만 1시간 이상을 들여야 했다.

공원 조성 목적 "체험유도, 관광객 증대?"

양지공원 가는 길. 좁고 가파르다.
 양지공원 가는 길. 좁고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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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군이 7억 여원을 들여 산  속에 조성한 공원. 잡풀이 뒤덮여 있다.
 금산군이 7억 여원을 들여 산 속에 조성한 공원. 잡풀이 뒤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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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지역 공무원과 주민들이 거액을 들여 준공한 공원이 있는지도 모르는 주된 이유는 공원이 들어선 장소 때문이다.

양지공원을 조성한 주최는 금산군(위탁 시행자 한국농어촌공사 논산·금산지사)과 진악산 부근 5개리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진악산권역 단위 종합개발사업 추진위원회'(아래 마을 추진위원회)다.

하지만 공원을 조성한 곳은 금산읍 주민은 물론 인근 진악산 권역 주민들도 접근하기 힘든 깊은 산속이다. 2차선 도로에서 다시 좁은 농로를 따라 1km 남짓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자 약 7부 능선쯤에 논란이 된 정자와 화장실을 갖춘 양지공원이 나타났다. 등산로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었다.

공원 안내 표지판에 적힌 조성 목적은 공동체 활성화와 체험유도, 관광객 증대 등이다. 체험을 유도한다면서 생뚱맞게 관광객은 고사하고 지역 주민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외진 산속에 공원을 만든 것이다.

공원에는 길이 1m에 가까운 잡풀이 우거져 풀밭인지, 공원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말라 죽은 나무도 눈에 띄었다. 큼지막한 화장실이 있었지만, 손을 씻을 세면대는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형식만 갖추기 위해 갖다 놓은 듯 물탱크도 텅 비어 있다. 공원을 조성했지만 찾는 이가 없고, 관리도 하지 않고 있었다.

금산군 관계자 "마을 추진위원회 결정, 군청은 지원만?"

회양목 등 1000여 그루의 관목도 누렇게 말라 죽고 있다.
 회양목 등 1000여 그루의 관목도 누렇게 말라 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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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관이 밖으로 드러나 있다. 공사를 졸속으로 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배수관이 밖으로 드러나 있다. 공사를 졸속으로 했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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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내 화장실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공원내 화장실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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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울창한 산속 공원에 따로 나무를 심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소나무가 많은 산속 공원에 돈을 들여 소나무 9그루를 따로 심었다. 이밖에 메타세콰이어, 왕벚나무, 느티나무, 살구나무, 모과나무 등 50여 그루의 각종 나무를 심어 놓았다. 나머지는 1000여 그루의 회양목 등 작은 관목이다.

금산군으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농어촌공사금산지사 측은 나무식재에 약 7000여만 원을 썼다고 밝혔다.

공원 주변을 따라 데크와 철 울타리를 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굳이 테크를 따라 돌며 볼만한 경관도 없고, 주변 경계를 나누기 위한 별도의 울타리도 불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금산군 관계자는 "이 사업은 주민 조직인 마을 추진위원회가 전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상향식 사업이었다"라며 "군청에서 한 일은 위탁사업자를 선정, 주민들이 결정한 대로 사업을 하도록 지원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부지도 마을 추진위가 결정했고, 관리주체도 마을 추진위원회(운영위원회)"라고 덧붙였다. 마을추진위가 결정한 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추진위원 "사업 포기하겠다고 하자 군청 공무원이 '안 된다'고 했다"

소나무가 많은 산에 조경수로 별도의 소나무를 공원에 심었다.
 소나무가 많은 산에 조경수로 별도의 소나무를 공원에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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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풀이 뒤덮인 탐방로
 잡풀이 뒤덮인 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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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당시 마을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애초 마을추진위원회에서는 진악산 둘레길과 등산로가 있는 곳에 '미로 공원'을 조성하기로 하고 2년여에 걸쳐 땅 임대 등 준비를 다 끝냈었다. 그런데 금산군에서 갑자기 임대하거나 다른 사람 땅에는 사업을 할 수가 없다고 해 사업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어 "마을추진위원들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하자 군청 담당 공무원들이 '포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무슨 사업이든 해야 한다'며 공원 조성사업을 독려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또 다른 마을 추진위원도 "심지어 다른 지역에 있는 '미로공원'을 견학할 때도 금산군청 담당 공무원과 위탁 사업자인 농어촌공사금산지사 직원들이 동행했었다"며 "그러더니 뒤늦게 '미로공원' 대신 지금의 공원이라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을에는 관련 사업 전문가들이 없다"며 "군청에서 공원 부지 선정이 타당한지,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도 감독을 했어야 한다"며 "이제 와서 군청 측이 우리는 돈만 지원했을 뿐 모두 마을 추진위원회 책임이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금산 주민들 "어이없고 황당한 일..."

양지공원
 양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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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곳곳에 데크와 철 울타리를 둘렀다.
 공원 곳곳에 데크와 철 울타리를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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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설령 추진위원회가 사업을 제안했다 하더라도 사업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일차적으로는 금산군이고, 이차적으로는 충남도와 농식품부"라며 "사업을 선정하고 돈을 지원한 행정기관이 결과에 대한 책임만 마을주민들에게 미루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라고 말했다.

공원을 둘러본 한 금산읍 주민은 "이런 외진 곳에 공원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며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는 곳에 거액을 들여 공원을 만든 것 자체가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산군은 공금으로 개인 집 마당에 정자를 지어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태그:#금산군, #양지공원, #진악산권역, #박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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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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