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12일 진행된 군 형법 92조의 6항 대리인단 구성 및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12일 진행된 군 형법 92조의 6항 대리인단 구성 및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 배지현

관련사진보기


성 소수자 군인을 처벌 대상으로 만든다는 지적을 받아온 군 형법 92조의 6항이 다시 한번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다.

최근 인천지방법원 형사8단독 이연진 판사는 이 조항이 성 소수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같은 이유로 해당 조항 폐지 등을 주장해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군 관련 성 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70여 명의 대리인단(단장 이석태 변호사)을 꾸렸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야만적인 '게이 사냥'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조항 위헌 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이 조항은 그동안 성 소수자 군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남성 간 성관계를 비하하는 '계간'이라는 용어가 다소 중립적인 '항문성교'로 바뀌긴 했다. 하지만 동성끼리 성적 접촉이 있다면 당사자 간 합의 여부나 장소에 상관없이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은 그대로다. 지난 4월에는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이 조항을 근거로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을 지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 임태훈 "육군, 추행죄 악용해 군대 내 동성애 색출" 주장).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문제 된 것은 '그 밖의 추행'이었다. 피고인 A씨가 군 복무 중이던 2015년 같은 사병 B씨의 성기를 여러 차례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연진 판사는 "항문성교 부분도 군인 간 합의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반한다"며 군 형법 92조의 6항 전체 내용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조항에는 강제력 행사 여부나 행위 정도, 주체와 객체,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기준이 없어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
ⓒ 배지현

관련사진보기


헌재의 네 번째 고민, 다른 결론 나올까

헌재는 지금까지 이 조항을 두고 세 차례 고민했다. 2002년, 2011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결론은 매번 '합헌'이었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2002년 7대 2란 압도적 합헌 의견 수는 2011년 5대 3, 2016년 5대 4로 달라졌다. 지난해 김이수·이진성·강일원·조용호 재판관은 군 형법 92조의 6항이 "강제성 없는 합의에 의한 행위와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을 동일한 형벌 조항에서 동등하게 벌하도록 해 형벌 체계상 모순을 초래한다"라며 그 위헌성을 명확히 꼬집었다.

대리인단도 헌재가 사회 변화에 걸맞은 판단을 내리길 기대했다. 한가람 변호사는 "군 내 동성애자 색출 사건이 큰 이슈가 된 상태에서 이 조항 심판이 새롭게 다뤄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의 경우 공소사실은 '그 밖의 추행'만 있었지만, 재판부가 항문성교까지 포함한 것도 의미 있다고 짚으며 "이 조항은 한 마디로 동성애 처벌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드시 위헌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류민희 변호사 역시 "법원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정도로 이 조항의 위헌성이 널리 알려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많은 인권 침해가 있어야 (법원이) 나서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10여 년 동안 많은 젊은이들이 아무런 죄 없이 인권 침해적 수사를 당하고, 구속되고, 유죄 판결받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며 "많은 징병제·모병제 국가에서 차별적 조항을 없애는 게 추세인데 한국만 남아있다"고 했다.

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이석태 변호사도 "이 문제를 해결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17년 전에 방송인 홍석천씨가 참여연대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가 특별한 게 아니라 동성애자들도 이성애자처럼 사회 생활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했다"며 "이제는 그들이 자유롭게 교제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핵심인데 (그들은) 이성애자와 똑같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이 재판은 국민을, 다수의 이성애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판"이라며 이번 소송으로 성 소수자 인권 문제 역시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그:#민변, #헌법재판소, #동성애, #위헌소송, #성소수자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