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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 인디플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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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3일 경북 성주가 사드 후보지로 결정된 날 밤. 주민들의 분노는 촛불을 밝혔다. 그리고 2017년 7월 13일. 1년이 지난 지금도 성주의 촛불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가는 성주의 사드반대투쟁.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져 온 1년간의 싸움은 어떻게 지속될 수 있었을까?

성주 촛불 1년을 기념하여 장기간 성주 군민들의 투쟁을 가능하게 했던 '촛불 비선실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전한다.

첫번째 이야기_'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두번째 이야기_ 촛불집회 생중계 1년 마이콜 기자
세번째 이야기_ 서북청년단은 가라, 우리는 동남청년단

그 중 첫번째로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성주 군민들의 투쟁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전한 '파란나비효과'의 박문칠 감독을 13일 성주 시내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파란나비효과>의 포스터. 이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제는 '생활 속의 정치'이다.
 영화 <파란나비효과>의 포스터. 이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제는 '생활 속의 정치'이다.
ⓒ 인디플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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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투쟁 이야기를 최초로 스크린에 띄운 다큐멘터리 감독

- 자기소개를 부탁하면?
"다큐멘터리 찍는 박문칠입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몇 해 전부터 대구에서 살게 됐습니다. 극영화 작업을 하다가 가공의 이야기보다 살아있는 사람을 찍으며 기를 주고받는 것이 더 좋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2017년 4월 29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파란나비효과'의 박문칠 감독이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파란나비효과는 성주의 '사드반대투쟁'의 타임라인을 하나하나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그 과정에 담긴 지역사람들의 생각과 변화를 꼼꼼하게 짚어내었다는 평을 받았다.
▲ 영화'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2017년 4월 29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파란나비효과'의 박문칠 감독이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파란나비효과는 성주의 '사드반대투쟁'의 타임라인을 하나하나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그 과정에 담긴 지역사람들의 생각과 변화를 꼼꼼하게 짚어내었다는 평을 받았다.
ⓒ 박문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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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칠 감독은 잘나가는 IT기업을 나와 자신이 속한 가족 공동체의 역사를 다룬 <마이 플레이스>로 데뷔했다. 박감독이 이번에는 성주 사드 반대 투쟁을 다룬 <파란나비 효과>로 복귀했다. 그는 ‘공동체’를 소재로 다루는데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 영상촬영중인 박문칠감독 박문칠 감독은 잘나가는 IT기업을 나와 자신이 속한 가족 공동체의 역사를 다룬 <마이 플레이스>로 데뷔했다. 박감독이 이번에는 성주 사드 반대 투쟁을 다룬 <파란나비 효과>로 복귀했다. 그는 ‘공동체’를 소재로 다루는데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 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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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나비효과' 한 줄로 설명한다면?
"개돼지 취급받던 사람들이 국가에 배신을 당하고 새로 거듭나는 이야기입니다."

-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지?
"한 정치세력만 찍었던 성주 사람들이 '사드'라는 위기를 맞아서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말하는 이야기에요. 위기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진실의 눈을 뜨고 잠재된 능력, 용기, 배려를 발휘하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죠."

- '사드사태'를 한 줄로 표현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절차를 하나도 지키지 않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총 제작기간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입니다."

- 제작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초기제작은 전부 자비로 했고요. 후반제작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평생 1번 찍던 사람들의 변화...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 초기제작비를 자비로 대가면서 왜 굳이 성주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는지?
"지난해 7월 중순에 답사차원에서 성주에 들렀어요. TK의 전통적인 보수적 정서를 가졌던 성주사람들. 그들이 철썩같이 믿었던 정치세력으로부터 철저히 배신당하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생각이 바뀌게 되는 모습. 신기하면서도 가슴아팠죠. 처음에는 다른 다큐감독들도 있었기에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딱히 제작을 준비하는 분들이 없었어요. 군민들과 함께하면서 책임감도 생기게 됐고 그래서 영화로 제작하게 됐습니다."

- 그래도 영화제작을 마음 먹게 한 계기가 또 있을 것 같은데?
"군민들의 투쟁의 모습이 하나하나 가슴에 와닿았어요. 평화집회를 위해서 너나할 것 없이 자원봉사를 하고 피켓 제작, 음식기부, 공연 등 각자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레 찾아가더군요. 촛불집회 발언 때 가슴 깊이 절절한 이야기도 나오고, 평생 1번 찍던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들 깨어나야한다", "현수막도 시뻘건게 너무 싫다"라며 외치는 투박하지만 진정성 담긴 발언들. 열과 성을 다한다는 느낌. 파란 리본과 촛불을 손으로 하나하나 손수 정성을 들여서 만드는 모습. 도시나 서울에서 볼 수 없는 기운들이었고 그것들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 인디플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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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나비'는 성주의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이다. 군민들이 파란나비 리본을 만들고 있다.
▲ 파란나비 리본을 만들고 있는 성주군민 '파란나비'는 성주의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이다. 군민들이 파란나비 리본을 만들고 있다.
ⓒ 남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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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운이라고 하니까 잘 와닿지 않은데?
"긍정적 기운. 사실상 이 긴 싸움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을 말하는 겁니다. 비교를 굳이 하자면, 태극기 집회는 분노와 같은 부정적 기운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요 "누구를 척결하자". "잡자". 이런 건데, 이런 식의 투쟁은 끊임없이 더 센 욕을 하고 더 자극적인 적을 찾아내지 못하면 지속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방망이도 나오고 살해협박도 나왔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성주촛불도 처음에는 정부에 대한 분노로 시작되었지만 장기투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감동'이었습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함께 일을 도모하면서 희생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그 과정에서 희열이 생겨나고, 안 보면 그립고, 가족보다도 더 좋은 끈끈한 그 무언가가 이들을 하나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일례로 손으로 현수막 쓰는 것. 효과가 있을까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효과가 큽니다. 저분은 저렇게까지 열심히 하는구나 그럼 나도 뭔가를 해야지 하면서 끈끈해지고 오래갑니다. 투쟁 때문에 만나면 자발적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나올 만큼 즐거우니까 함께 투쟁하게 되는 거죠.

또 이걸 어디에서 확인을 할 수 있냐면 겨울에는 난로를 피우잖아요. 집회가 끝났는데도 한시간이 지나도 집에 안 가시는 거에요.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식도 나누는 건데 다 끝났는데도 손을 녹이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그 추운 날씨에."

2016년 7월 성주군민들이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사드배치 철회를 기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즐겁게 투쟁하고 있는 성주군민들 2016년 7월 성주군민들이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사드배치 철회를 기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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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다음 질문을 뱉은 순간 박문칠 감독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애절하고 슬펐던 '고향의 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 또 영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군수가 3부지를 받아들이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입장을 바꿨을 때입니다. 그날 촛불집회에 사람들이 얼마나 오는지가 큰 관심사였어요. 그날 평소보다 많은 분들이 군청 앞마당을 꽉 메워주었는데. 그날 첫 여는노래로 '고향의 봄'을 부르자고 하시더라고요.

군수가 돌아섰기 때문에 군청의 문도 다 걸어잠그고 불도 다 꺼졌습니다. 어떤 불빛도 없이 어떤 음향장비도 없이 현장에서도 인상 깊었고, 영화 안에서도 드러나는데 아름답고 서글픈 순간이었습니다. '고향의 봄'이 이렇게 슬픈 노래인지 몰랐습니다. 정말 구슬펐어요. 군수나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군민들이 마음으로 단결을 했던 장면입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성주군민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성주군민들
ⓒ 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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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하는 성주군민
 촛불집회하는 성주군민
ⓒ 남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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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극장상영 종료... "연락주시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 이제는 영화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페이스 북에서 '파란나비효과'치시면 신청서 링크가 나옵니다. 배급사인 인디플러그에 전화하면 가능합니다. 연락주시면 아무리 소수라도 가능한 상영을 하려합니다."

- 극장상영을 자발적으로 중단했다고?
"생각했던 만큼의 성과가 있지 않았습니다. 여럿이 함께 볼 수 있는 시간들이 없었기에 '과감하게 방법을 바꾸는 게 낫겠다'라고 판단했죠. 대관상영, 공동체상영에 집중을 하자고 방향을 바꾸었어요."

- CGV 등 거대 영화관들이 상영 기회를 많이 주진 않았습니다. 아쉽진 않으신지?
"당연히 아쉽죠. 저희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다큐멘터리의 경우엔 전반적인 문제긴 하지만 좋은 시간대나 좋은 관을 배정받지 못합니다. 상업영화만큼 마케팅을 많이 한 작품이 아닙니다. 극장에 길게 걸려있어야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데, (상영)기간을 길게 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 영화관들이 상영 기회를 많이 주지 않은 원인을 어디서 찾고 계신지요?
"정치적 이유 등에 대해서 기회를 받지 못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본인들이 직접 배급하는 영화들은 상영시간대와 상영기간을 좋은 조건으로 정하거든요. 저희같은 독립영화들은 살아남기가 아주 힘든 구조이죠. 대기업에서 상영과 배급을 겸하고 있기에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현재까지 <파란나비효과>의 공동체 상영 수는?
"30번 정도 해왔습니다."

"홍준표 지지 높았다고 성주 외면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 어떤 분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은지?
"홍준표 지지가 많이 나온 것 때문에 성주를 외면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러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에게 특히 이 영화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대선 투표율이 홍준표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성주의 이야기들, 그 안에서 일어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박근혜 안 찍을거면 집에 들어오지 마라' 영화에 나오는 부모님은 자녀에게 이런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고한 식견이나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확고히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이라기보다 무비판적으로 기존의 정서를 받아들여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파란나비효과'는 이러한 기존의 정서와 맞서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분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1년 넘게 싸웠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드철회' 촛불집회를 이어온지 365일째 되는 날 성주군민들이 공영주차장에 농성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 촛불집회 365일을 맞은 성주 '사드철회' 촛불집회를 이어온지 365일째 되는 날 성주군민들이 공영주차장에 농성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 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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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

- '사드사태'가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뭐라 생각하시는지?
"대부분의 국책사업들이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국가폭력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언제든 내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고 나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점과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이뤄져야하는 이유를 뼈저리게 알게 된 점이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본인의 지역에 닥쳤을 때에도 똑같이 다른 지역의 무관심을 받을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나라 전체로 생각했을 때에도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안보를 어떤 식으로 구축할 것인지, 군사시설의 경우에는 에너지와 관련된 문제도 어떤 식의 발전을 원하는지 어떤 식의 안보를 원하는지 결정권을 국민들이 가져야 하는데 지역의 일로만 치부를 해버리면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전국민적인 관심과 합의과정이 필요합니다."

영상캡처) 영화'파란나비효과' 중
 영상캡처) 영화'파란나비효과' 중
ⓒ 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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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춘 영화

- 마지막으로 아직 '파란나비효과'를 보지 못하신 분들께 한마디 해주시면?

"이슈에 대한 다큐멘터리이기는 하지만 그 이슈가 지나가면 영화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파란나비효과'는 사드와 성주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속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얘기가 담겨있어요.

이 영화속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전 세계의 보편적인 서사가 있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도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사드가 다 끝난 문제이거나 대통령이 알아서 해결해주겠지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정권교체 후에 관심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나 끝난 게 아닙니다. 사드에 대한 국민여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대통령이 외교로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태그:#성주,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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