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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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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의 원세훈 재판 개입' 관련 문건이 공개되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상고심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긴 과정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누가 어떤 이유로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이 희망한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는지가 핵심 사안이다.

지난 22일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원 전 원장의 항소심 과정에서 청와대와 의견을 주고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등의 문건을 공개했다.

원 전 원장의 항소심 선고 다음 날인 2015년 2월 10일 작성된 이 문건에는 항소심 선고 전, 청와대가 법원행정처에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 결과를 문의했고, 법원행정처는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힌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청와대는 원 전 원장의 1심에서 무죄로 나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나올까 우려하고 있었다. 그럴 경우 부정선거라는 비판으로 정권의 정통성이 위협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바람'과 달리 원 전 원장은 항소심에서 국정원법뿐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까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은 선고 결과에 큰 불만을 표시했고,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상고심의 쟁점 예상'이라는 소제목으로 "지논파일(원 전 원장의 지시 '논지'가 담긴 파일, '지논'은 '논지'를 거꾸로 쓴 단어다)과 시큐리티 파일로 인정되는 사실관계는 너무나 구체적"이라며 "항소심에 적시된 사실관계를 단순히 전제 법리만으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는 문건의 하단에 "발상을 전환하면 대법원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쥘 수도 있다"라며 "상고심 처리를 앞두고 있는 기간 동안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가능하다"고 적었다. 상고법원은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공을 들이던 숙원 사업이었다.

이후 원 전 원장의 상고심은 우병우 수석의 희망대로 전원합의체로 회부됐으며 2015년 7월 16일, 대법원은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 등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현재 확인할 방법 없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으로 구성되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에 넘어온 사건들은 대법관 4인으로 이뤄진 소부가 판결하지만, 각 부에 속한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기존 판례를 뒤집는 등 대법원이 판시한 헌법 명령 등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전원합의체로 넘겨진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경우, 우 전 수석의 "재고할 여지가 있으면 전원합의체로 회부하길 희망한다"는 추가조사위의 문건이 공개되면서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과정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부분 주심 대법관이 판단하고,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만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원 전 원장의 재판을 전원합의체에 넘겼다면 정말 큰 문제 아니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원 전 원장의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검사는 "검찰은 당시 전원합의체로 진행하겠다는 통지만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대법원장 직권으로 회부하는 절차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내부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더라도 대법원이 그걸 공식적으로 남겼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부 과정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측은 "그때 당시엔 전원합의체 회부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사건검색에도 나오지 않고, 누가 회부했는지도 현재 알 수 없다"며 "대법관이나 대법원장에게 직접 묻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25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3명의 대법관 중에 원세훈 유죄 심증을 갖고 있는 대법관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당시 대법원이 유무죄 결론 없이 그냥 증거능력만 문제 있다는 이유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태그:#원세훈, #대법원, #전원합의체, #박근혜, #박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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