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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공사 중인 일본-캄보디아 우호친선다리 옆에 지난 2014년 말 중국정부 지원으로 새로 놓인 중국우호친선다리의 모습.
 보수공사 중인 일본-캄보디아 우호친선다리 옆에 지난 2014년 말 중국정부 지원으로 새로 놓인 중국우호친선다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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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메콩강에 한국-캄보디아 양국의 우호친선을 상징하는 대형교량이 놓일까?

최근 <락슈미 캄푸치아> 등 현지 주요 신문들은 캄보디아 외교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정부 지원으로 프놈펜 중심부를 관통하는 메콩강 유역에 곧 다리가 건설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현지 언론들은 "훈센 총리가 지난 2월 19일 신임인사차 예방한 오낙영 주캄보디아대사에게 다리 건설을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오 대사는 정부에 정식 보고해 이 사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다리를 놓는 위치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프놈펜 북동부 쯔로이 짱와 지역과 스와이 쯔롬 지역을 연결하는 메콩강 유역이라고 밝히며, 한-캄 우호친선다리 건설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정부 무상 원조 기관인 코이카 캄보디아사무소 관계자도 "외교부가 이 사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반면, 현지 전문가들은 "공식발표가 없어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가 동남아국가들을 대상으로 '신남방정책'을 본격 추진하려는 마당에 캄보디아 총리까지 나서 요청한 특별 사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굳이 거절할 이유도, 명분도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오낙영 대사가 지난 3월 대사관에서 열린 한인상공회의소 12차 정기총회 연설에서 신남방정책의 핵심을 소개하며, "공적사업지원을 통해 양국 관계에서 있어서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겠다"는 말로 캄보디아에 대한 무상원조를 보다 강화할 계획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적이 있어 더욱 힘을 얻는다. 

중국 대신 한국에 다리 놓아 달라 요청한 배경에는...

중국으로의 지나친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와 비판여론이 일자 훈센 총리가 외형상으로나마 균형외교의 모양새를 갖추려고 한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중국이 지은 프놈펜 우호다리 건설현장 근로자의 모습. 중국으로의 지나친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와 비판여론이 일자 훈센 총리가 외형상으로나마 균형외교의 모양새를 갖추려고 한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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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지역에 다리를 놓겠다는 이 나라 정부의 계획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립되어 있었다. 진난 2016년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타당성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이로 인해 항간에선 중국 정부가 조만간 다리 건설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훈센 총리가 중국 정부에 다리건설을 요청했다는 언론보도도 흘러나온 적이 있다. 그동안의 진척과정만 살펴본다면, 훈센 총리가 당초 중국에 제안했던 다리 건설을 한국에 떠 맡겼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중국을 놔두고, 굳이 우리 정부에 다리를 건설해달라고 요청한 이 나라 정부의 속내는 과연 뭘까?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과 캄보디아 양국은 최근 3~4년 사이 급속도로 가까워진 관계다.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정책을 주창해온 시진핑 중국 입장에선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을 위해 캄보디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들어 중국의 대 캄보디아 투자가 부쩍 늘어난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대 캄보디아 투자국 순위 1위 자리에 중국이 올라선 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수도 프놈펜은 요즘 중국계 투자기업들이 갑자기 몰려드는 바람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이민국 발표에 따르면, 수년 새 유입된 중국인 건설근로자수만 10만여 명을 넘어섰다.

그러자, 현지 사회 일각에선 중국 일변도의 지나친 편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제속국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진 상태다. 7월 총선을 목전에 둔 훈센 총리 입장에선 이 또한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자국의 민주주의 문제로 인해 미국을 위시해 서방세계국가들과 관계가 소원해진 상황인지라, 이 같은 비판적 여론을 어느 정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해온 한국을 비롯한 일본, 호주 등 다른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훈센 정부가 중국 대신 우리 정부에 프놈펜 다리 건설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경제 전문가도 "훈센 총리가 중국의 일방적 독주 속에 소외감을 느끼는 한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손을 내밀어, 중국에만 편중되지 않고, 나름 균형외교를 펼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편중' 비판 의식해 균형외교 모양새 갖추려는 듯...

지난 2015년 우리나라 정부 무상원조로 건립된 지상 4층 60병상을 갖춘 캄보디아 안두웅 국립안과병원.
 지난 2015년 우리나라 정부 무상원조로 건립된 지상 4층 60병상을 갖춘 캄보디아 안두웅 국립안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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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훈센 총리의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20년간 이어온 양국간 우호관계를 증진시키고,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나쁠 것은 없다. 더욱이 '신남방정책'을 본격 가동하려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투자로 얻을 것이 적지 않기에 손해 볼 장사는 아니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지에 진출한 교민기업인 신나라건설 하태경 이사는 "양국우호를 상징하는 다리가 건립된다면,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뿐더러, 현지 진출한 우리나라 건설업계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소식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아직 우리 정부의 확정발표가 나지 않은 상태라서 섣불리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만약 정부가 캄보디아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다리 공사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비용은 최소 1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현지건설업계는 내다 보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늦어도 내년쯤으로 예상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캄보디아 국빈방문시기에 맞춰, 양국 지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캄보디아 우호친선다리 착공식이 거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캄보디아의 10대 교역국이다. 지난 1997년 양국 재수교 이래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의 대캄보디아 총 투자액은 2017년 말 누계 45억 달러를 넘었다. 프놈펜 코트라 무역관에 따르면, 2017년 양국간 무역거래규모는 9억 달러에 육박했으며, 우리나라의 대캄보디아 무상원조 누적총액은 약 6억 달러 수준이다.

수도 프놈펜에는 지난 2014년 중국정부의 무상지원으로 건설한 중국우호친선다리가 있으며, 바로 옆에는, 지난 1990년대 일본이 건립한 일본우호친선다리가 놓여 있다. 다만, 이 다리는 현재 노후화돼 일본정부 원조로 22개월간 대대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태그:#캄보디아, #한캄 양국우호, #양국재수교 20년, #한국 캄보디아 우호친선다리, #프놈펜 메콩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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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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