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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 산 지 스무 해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 기자말

국방대학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학생들.
 국방대학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학생들.
ⓒ 신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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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지난 16일이 대학 가을학기 신청 마감 일이었습니다. 스웨덴 대학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소정의 자격을 갖춘 후 16개 대학교(universitet. 박사과정이 설치되어 있는 대학)와 31개 대학(högskola)에 설치된 과정이나 과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교육부 산하기관인 대학교육위원회(Universitets- och högskolerådet, UHR)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합니다. 학교에 상관없이 과정이나 과목을 여섯 개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학비가 무료인 것처럼, 신청하는데 드는 수수료도 없습니다.

스웨덴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 진학을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12년을 다녔으니 힘든 공부를 쉬면서 다른 경험을 하거나 일을 해 돈을 벌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년 동안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했다는 사람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 나이도 제각각입니다. 선발 과정은 여러 가지인데 고등학교 내신성적으로 뽑는 인원이 최소 3분의 1, 대학입학시험으로 뽑는 인원이 최소 3분의 1, 나머지는 여러가지 다른 방법으로 선발을 합니다. 대학입학시험(högskoleprovet, HP)은 국어(스웨덴어), 영어, 수학 세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봄과 가을 한 차례씩 있고 점수는 5년간 유효합니다. HP도 UHR에서 주관합니다.

내신성적은 고등학교에서 받은 점수 그대로 반영을 하는데, 고등학교에서 부족한 과목이 있으면 졸업 후 성인교육기관에서 해당과목을 공부해 더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을 반영해 성적을 계산합니다.

고등학교마다 성적을 조금씩 달리 줄 수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본인의 실력에 비해 과분하게 내신성적을 받은 학생은 그 점수에 맞춰 진학을 했다가 대학공부를 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가능한 건, 학교 감독을 철저히 하는 교육부의 행정과 어느 대학에서 공부를 했어도 학업 후 직업을 구하는데 차이가 거의 없는 사회가 있기에 가능합니다.

대학 학기는 보통 8월 마지막주에 시작해 1월 초에 마치는 가을학기, 1월 중순에 시작해 5월말에 끝나는 봄학기가 있습니다. 학사과정은 180학점으로 한 학기 30학점씩 여섯 학기 과정이어서 3년간 공부합니다. 좀 더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법학, 약학, 간호학, 공학 과정은 270학점이나 300학점을 수료해야 합니다.

여름 2~3개월 동안은 방학이 아니라, 일을 해 돈을 벌거나 별도의 여름학기에 설치된 과목을 공부하는 기간입니다. 물론 그냥 놀아도 상관없지만 공부하지 않으면 보조금도 없습니다. 고등학교까지는 봄방학 일주일, 부활절방학 일주일, 가을방학 일주일이 있는데 대학은 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학교 곳곳에 있는 공부공간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학교 곳곳에 있는 공부공간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 신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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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에 아이들이 모두 독립해 나간 후에, 그전부터 생각해 오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대학입학을 위해서는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고등학교 성적증명서를 보니 영어, 스웨덴어, 수학이 부족합니다.

영어는 한국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영어과정이 스웨덴의 영어과정과 달라서인지 인정을 해 주지 않고, 스웨덴어는 어차피 여기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성인교육학교(Komvux)에서 영어와 스웨덴어 고3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수학은 고등학교때 수업일수가 좀 부족하다는군요.

정치학.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공부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 가을학기는 기본과정이었는데 국제관계 10학점, 근현대 전쟁사 10학점, 의사결정과정 10학점을 공부했습니다. 원래 군인교육만 전담하던 국방대학에서 10여 년 전에 시작한 '민간인' 교육과정 중 하나인 정치학 전공 과정 중 첫 학기입니다.

한국에서 공부할 때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공부합니다. 10학점짜리 과목을 기준으로 보면 7주 정도 기간에 300쪽 정도 되는 책 대여섯 권을 읽어야 합니다. 언어는 영어 반, 스웨덴어 반입니다. 전쟁사 교재는 한 권 빼고는 모두 영어로 된 교재였는데 읽기는 영어로 해야 하고, 쓰기와 말하기는 스웨덴어로 해야 해서 특히 힘들었습니다. 스웨덴 학생들도 처음 보는 (사전에도 잘 나오지 않는) 군사용어가 많아서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교수들의 강의는 교육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고, 공부하는 분량으로 따지면 책 읽고 세미나 하는 부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과목에 따라 2, 3명씩 스터디그룹이 정해져 함께 발표하기도 하고 개인별로 과제가 다르게 주어져 진행하는 과목도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대학 공부할 때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 공부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한국에선 4년 동안 144학점을 이수했는데 여기선 6학기 동안 180학점입니다). 국가에서 학비를 부담하고 보조금까지 주니까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정해 놓았겠지요.

시험은 크게 세 가지 정도 다른 형태가 있는데, 학교 강의실에서 네 시간을 꼬박 앉아 쓰는 시험, 에세이 문제를 주고 3일 내로 제출해야 하는 시험, 그리고 컴퓨터로 네 시간 동안 쓰는 시험입니다. 에세이 시험과 컴퓨터 시험은 교재를 참고할 수 있는데 대신 주석을 정확히 달아야 하므로 교재를 잘 읽지 않으면 제대로 답하기가 힘듭니다.

저와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중반의 나이입니다. 그중 나이가 좀 든 학생들은 직장을 다니다 공부를 시작했거나 다른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이 학교에서 새로 시작한 경우입니다. 30대 '아저씨'들도 몇 명 있습니다.

출신 지역도 다양합니다. 그러다 보니 온갖 사투리가 다 튀어 나오고, 더구나 어린 학생들의 언어습관이 그동안 성인들의 정제된 언어만 들어오던 저에겐 익숙하지 않아 가끔씩 애를 먹습니다. 저도 제 일을 하면서 공부하지만 대략 둘 중 하나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학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학기는 학생들이 자유로 선택할 수 있는 기간인데, 학점이 인정되는 곳이면 어디에 가서 공부해도 괜찮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서 공부할 계획을 하고 있는데 생각들이 참 다양합니다.

자매결연 맺은 프랑스 학교에서 공부할 거라는 학생, 요르단에 가서 아랍어를 배우겠다는 학생, 심지어는 우간다에 가겠다는 학생도 있습니다. 저는 웁살라 대학과 스톡홀름 대학에 신청을 했습니다.


태그:#스웨덴, #대학, #교육,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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