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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두고 나갔더니, 5분 일찍 도착하네'라는 기사를 쓴 적 있다.(2017년 11월 13일자 기사)

전주와 완주에서 이틀간 오직 자전거와 도보로만 이동한 경험을 쓴 내용이었다. 첫날 60Km, 둘째 날 22Km의 코스에는 시외구간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보편적인 이동 방법으로 볼 수 없다. 자전거로 그만한 이동하는 것이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버거운 거리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자동차에 비해 최고 속도가 떨어짐에도 자동차 못지않은 이동시간을 이룬 것에 대한 뿌듯함을 담아 '자전거로 충분하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기사였다.

이런 이동을 보편적인 수준에서 비교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 오고 갔다. 그리고 마침내 의견이 모아져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실험'을 하기로 하였다.

생태교통시민행동은 '모두의 길, 생태교통 전주!'라는 모토를 내걸고 2017년 4월에 출범한 시민 모임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도시, 유모차를 끌고 나선 엄마와 아이가 마음껏 거닐 수 있는 도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교통의 중심에서 사고되는 도시, 자전거와 버스를 타기에 편리한 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시민들이 모인 작은 단체이다.

장애인, 유모차, 보행자, 자전거, 버스가 함께 모아진 그림을 통해 이 단체가 지향하는바를 잘 담고 있다. 이 단체는 보편적인 이동이 중심이되는 생태도시를 만들기위한 시민모임이다.
▲ 생태교통 시민행동의 홍보물 장애인, 유모차, 보행자, 자전거, 버스가 함께 모아진 그림을 통해 이 단체가 지향하는바를 잘 담고 있다. 이 단체는 보편적인 이동이 중심이되는 생태도시를 만들기위한 시민모임이다.
ⓒ 생태교통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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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의 일원으로 참여한 박아무개씨는 장애인이다. 생태교통 시민행동의 일원으로 합류하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자전거와 장애인, 그리고 보행자와 대중교통은 모두 한 맥락이다. 차를 위주로 구획되어져 강요되는 도시에서 턱을 없애는 것이 핵심적인 요체가 아니냐"라면서 모임에 참여하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차가 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경계를 짓고 그 경계에 날카롭고 높은 턱을 만들어 놓았다는 설명인 것이다. 그리고 그 턱을 없애는 게 도시가 건강해지는 길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모임에서 갑자기 제안되고 함께 진행해 보는 프로그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북 전주시 서신동 주민센터 민원실 앞을 출발해 전주시청 8층 지속가능협의회(지속협) 사무실까지의 첫 번째 이동, 그리고 지속협 사무실을 출발해 전북대학교 진수당까지의 두 번째 이동, 세 번째로 진수당을 출발해 완산구청 민원실 앞까지의 세 번째 이동, 마지막으로 민원실 앞을 출발해 시립 서신도서관 4층 자료실까지의 이동을 하는 것이다.

보행(뚜벅이)까지 포함시키자는 호기를 부리는 회원들도 있었지만 이동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다. 버스를 통한 이동과 승용차를 통한 이동, 그리고 자전거를 통한 이동까지 세 가지의 방법이다. 버스나 승용차는 이동하는 사람에 따라 크게 변수가 없으리라는 가정 아래 자전거의 경우 복수(3인 이상)의 참가자들의 평균값으로 비교 분석하기로 한 것이다.

네개의 구간을 달리는 코스로 다음지도 서비스 캡춰화면
▲ 자동차를 통한 이동경로 14.4Km 네개의 구간을 달리는 코스로 다음지도 서비스 캡춰화면
ⓒ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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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지도 서비스를 통해 '자전거도로 우선' '최단거리', '편한길'로 구분되어 제공된다. 다음지도 서비스 캡처화면
▲ 자전거를 통한 이동경로 다음 지도 서비스를 통해 '자전거도로 우선' '최단거리', '편한길'로 구분되어 제공된다. 다음지도 서비스 캡처화면
ⓒ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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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지도를 통해 이 코스의 예상 소요시간은 승용차의 경우 14.4Km에 4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하였다. 자전거의 경우 여러 가지 코스(자전거도로 우선, 최단거리, 편한 코스)로 나뉘지만 평균적으로 1시간 5분가량의 예상 소요시간을 예상하였다.(다음의 경우 자전거 이동은 시속 20Km로 간주한다)

버스는 배차시간이 딱 맞아떨어지고 이동경로상의 노선과 맞아떨어진다면 승용차나 자전거와의 경합을 예상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불리해 보인다.

단순한 이동시간만 고려하고 이 게임에 베팅한다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목적지 인근까지의 이동에 자동차가 유리할 수 있지만 교통 사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변수가 하나 있다. 또 하나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최종 목적지인 사무실이나 민원실 앞에 도달하는데 추가로 소요될 시간의 변수도 고려해봐야 한다.

오는 12일에 진행될 첫 실험을 통해 해보기로 하고 이후로도 한 달에 1회씩 주기적으로 진행해 데이터를 집적해 나가면서 모니터링을 해 나가자는 이야기로 모아지고 있다.

출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3Km 내지 5Km 가량의 도심에서의 이동에 자전거가 훨씬 빠르다는 가설이 있기는 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코스도 다변화해가며 시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전거로 충분하다'와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입증하는 것조차 생태 교통을 꿈꾸는 사람들의 몫이 되어버렸지만 이들의 이런 노력에는 즐거움이 담겨있다.

익숙한 낡은 것들과의 결별과 새로운 생각을 길 위에서 만들어 내는 길이 '모두의 길'을 염원하는 생태교통 시민행동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첫 실험에서의 결과를 후속 기사로 담아볼 예정이다.

2017년 4월에 창립한 생태교통 시민행동은 자전거, 장애인, 대중교통, 뚜벅이를 비롯한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으며 관련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사진은 4월 30일에 진행했던 시내버스 시민토론회 장면이다.
▲ 생태교통 시민행동이 주관한 시내버스 시민토론회 2017년 4월에 창립한 생태교통 시민행동은 자전거, 장애인, 대중교통, 뚜벅이를 비롯한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으며 관련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사진은 4월 30일에 진행했던 시내버스 시민토론회 장면이다.
ⓒ 생태교통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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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길중 기자는 전주 생태교통시민행동 공동대표입니다.



태그:#자전거면 충분하다, #생태교통 시민행동, #전주 생태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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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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