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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조그만 장난감을 맛나게 열심히 쪽쪽 대는 아기. 손에 닿는 건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니 매번 말리는 게 일입니다. 그런데 무심코 본 제품 설명에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용출될 수 있으니 입에 넣지 마세요'라고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게 아니겠어요! 얼른 아기 입에 들어있던 장난감을 뺍니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폭풍 걱정이 몰려듭니다.

"프탈레이트가 뭐길래 입에 넣으면 안 된다고 하지? 아기는 괜찮을까? 그런데 무엇보다, 아기용품에 왜 그런 성분을 쓰는 거야!"
누나의 조그만 장난감을 쪽쪽거리는 막내
 누나의 조그만 장난감을 쪽쪽거리는 막내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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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제품이 무서운, 저는 엄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5살 딸과 10개월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딸은 하루에도 735번씩 "싫어"를 외치는 반항기에 접어들었고, 아들은 엄마가 손뼉만 쳐줘도 좋아하며 기어오는 '엄마바라기'죠.

많은 엄마가 그러하듯 아이가 태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내 화장품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를 위해 검색하며 공부한 유해 화학물질이 제가 사용하던 화장품에 그대로 들어있는 것을 알고는 더는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이전엔 '이걸 쓰면 내 피부가 더 좋아질까'가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유해물질이 없는 제품인가'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온 가족이 아이와 같은 로션을 쓰고 있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화학성분 '폭풍 검색' 중

시민이 마트에서 화학제품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시민이 마트에서 화학제품을 모니터링하는 모습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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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아이가 쓸 화학제품을 고르는 것입니다. 샴푸와 비누부터 젖병 세정제까지, 인터넷 맘 카페에서 마우스품을 팔며 추천제품들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하지만 맘 카페 추천제품에도 온통 암호와 같은 화학성분들로 가득하죠. 저는 다시 검색창을 켜고 폭풍 검색을 시작합니다. 아이 돌보랴, 인터넷으로 화학성분 찾아보랴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이런 고생이라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성분조차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제품도 부지기수거든요. 그런데 그게 불법이 아니라네요?

생활화학제품에 불안감을 드러내는 엄마들
 생활화학제품에 불안감을 드러내는 엄마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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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주세요, 이 제품에 뭐가 들었는지

86% 성분이 기타라니! 이건 옳지 않아요!
 86% 성분이 기타라니! 이건 옳지 않아요!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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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화장품은 모든 성분의 공개가 의무화되어 있지만, 생활화학제품은 성분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네요. 우리가 생활 속에 사용하는 화학제품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죠. 이러니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일어나고,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치약에도, 섬유탈취제에도 발견되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알아야겠습니다. 그 성분이 한국말 같지 않은 한국말이래도, 한번 보고 까먹을 수밖에 없는 긴 단어래도 그것이 안전한지 아닌지, 우리 가족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알아야겠습니다.

성분 공개만으로 충분치 않아요... 안전 정보를 알려주세요!

며칠 전, 환경운동연합에서 진행하는 생활화학제품 강의도 듣고, 엄마들의 이러한 고민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모였어요.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부터 시민을 대신해 생활화학제품 함유된 성분과 안전에 대해 기업에 묻고, 그 답변을 공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궁금했던 제품들의 성분과 안전에 대한 설명만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 생활에서 겪는 경험들('머리가 아파요'. '아이가 미끄러졌어요', '자주 사용해도 되나요'...) 까지 담은 책자를 만들어 온라인상 (http://kfem.or.kr/?p=189614) 으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출판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돼요.

게다가, 딱 제가 찾고 있던! 생활화학제품 안전정보를 제공해주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든다고 하네요! 단순히 제품의 성분과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품의 안전을 '신호등'처럼 표시해, 화학물질에 대한 지식이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직접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안전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해요.

우리 함께 화학제품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보아요

5월5일 어린이날, 환경운동연합은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함을 개설했어요.
 5월5일 어린이날, 환경운동연합은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함을 개설했어요.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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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더 안전한 우리 가족, 그리고 모두의 가족들을 위해, 이러한 생활 화학제품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활동들이 더 확대되길 바래요. 그러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화학물질의 위협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으로 생활 속 화학제품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보아요.

덧붙이는 글 | 온라인 모금함에 가셔서 응원, 공유, 댓글을 통해 화학제품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 온라인 모금함 바로가기 :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52153



태그:#어린이날, #어린이 장난감,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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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팀 정미란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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