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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급식실의 업무상 재해 사례를 알리며 산업안전보건법 즉시 적용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촉구하고 있다.
▲ 학교 급식실 노동자 “건강하게 정년까지 일하고 싶어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급식실의 업무상 재해 사례를 알리며 산업안전보건법 즉시 적용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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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이 무서워요."

14년차 학교 급식실 노동자 박화정씨가 토로했다. 칼, 국자 등 조리도구를 들던 손으로 그는 '우리는 건강하게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박씨는 "급식실에서 청소 할 때 독한 세제를 많이 쓴다"며 "세제가 몸에 튀면 살이 녹아내리는데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학교 급식실이 정작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은 책임지지 못 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아래 학비노조)은 20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급식실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비노조는 학교 급식실은 '안전의 사각지대'라고 주장했다. 학교 급식실은 업무 특성상 끓는 물, 칼과 가위·절단기 등 위험한 조리 도구, 조리 할 때 나오는 유해가스, 독한 청소세제 등 위험 요소가 많다. 하지만 '교육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서 제외돼왔다.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전 교육 등 업무상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들이 전무한 것이다.

학교 급식 노동자 박화정씨는 '급식 전쟁'이라고 자신의 일을 표현했다. 박씨는 "500인분의 급식을 4명이서 준비하기 위해 하루 종일 종종 거려야 한다"라며 "식중독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서두르다보니 사고가 난다"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12시 30분에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급식 노동자들은 2시간 전부터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급하게 식판을 들고 가다가 넘어져서 왼쪽 어깨의 인대가 파열됐다"라며 "치료하는 데 2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급식 전쟁'에서 위험하고 노후화된 조리도구들은 노동자를 다치게 하는 '무기'가 된다. 박씨는 "전을 부치거나 생선을 튀길 때, 가스가 나온다"라며 "이 가스를 빨아들이는 게 후드(환기시설)인데 후드가 종이 한 장 빨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고장 날 때가 많다"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일하면 급식실 안이 많이 답답해,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독한 세제를 사용하고 위험한 조리도구들을 써야 하지만, 이에 대한 정비와 안전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박씨는 "영양사님이 식중독 관련 교육을 하지, 세제와 관련된 교육은 받아 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박씨는 이어 "(조리기구에) 손가락 절단사고, 화상사고가 나고 (청소하다) 떨어져서 허리가 다쳐도 학교와 교육청은 어떤 조치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저 다친 나의 잘못, 실수였다"라고 덧붙였다.

학비노조 "17개 시·도교육청은 직무유기 중"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급식실의 업무상 재해 사례를 알리며 산업안전보건법 즉시 적용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촉구하고 있다.
▲ 학교 급식실 노동자 “산업안전보건법 즉시 적용하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급식실의 업무상 재해 사례를 알리며 산업안전보건법 즉시 적용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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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1년에서 2016년 사이, 급식현장에서 산재로 보상받은 노동자만 3326명이다. 화상사고는 947건, 넘어짐 사고는 804건에 달했다. 화상, 넘어짐,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매년 554명 정도가 산재 적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업재해 통계로 잡힌 것만 이 정도다"라며 "얼마나 많은 급식 노동자들이 죽고 병들고 있는지 헤아릴 수 없다"라고 했다.

학교 급식실에서 업무상 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민주노총과 학비노조의 투쟁이 이어지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학교급식을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 '기관구내식당업'으로 변경했다. 올해 3월 교육부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 따라 학교급식실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등 강화된 안전 보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17개 시·도교육청에 전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학교 급식실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다. 현재까지 학교 급식실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한 시·도교육청은 없기 때문이다. 박금자 학비노조 위원장은 "교육감 선거, 예산과 인력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대며 17개 시·도 교육청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제 교육감 선거도 끝났으니 핑계를 대지 말고 학교급식실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라고 부르짖었다.

최명선 실장도 "직무유기다"라며 "누구에게 이 책임을 물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최 실장은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은 정부 기관, 지방자치단체에 적용될 뿐 아니라 지자체와 기관이 모범적으로 지켜나가야 하는 법이다"라며 "그런데 지자체와 정부 기관이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비노조는 "전국의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은 '제발 정년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학비노조는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 학교 급식실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그 안에서 노사가 머리를 맞대 안전보건 대책을 마련하고 급식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보건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태그:#학교 급식실, #진보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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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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