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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앞에서 눈물 흘린 청년단체 대표'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전청넷) 대표 사진을 1면에 보도한 4월 2일자 조간신문
▲ "대통령 앞에서 눈물 흘린 청년단체 대표" 사진을 1면에 보도한 4월 2일자 조간신문  "대통령 앞에서 눈물 흘린 청년단체 대표"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전청넷) 대표 사진을 1면에 보도한 4월 2일자 조간신문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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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재인 대통령, 눈물. 이 세 단어가 4월 2일 조간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도배했다. 지난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 자리에서 벌어진 일을 크게 다룬 것.

익히 알려졌다시피 '대통령 앞에서 눈물 흘린 청년단체 대표'는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전청넷) 대표다. 그는 청와대 간담회 자리에서 역대 정권이 청년 문제를 대하는 방식의 개선 방향을 이야기하다가 울컥했고, 눈물을 흘렸다.

"우리 세대에게는 숙의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하고, 그걸 자체적으로 행할 수 있는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리고 청년들이 과소대표 되어서 발생하는 (울먹거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더 있는데 못하겠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하고요. 이런 것들을 꼭 대통령님께서 직접 챙겨서, 잘 챙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엄창환 대표가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직접 물어봤다. 다음은 엄 대표와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문재인 정부가 답답하다는 게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중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실련, 참여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소비자연맹 등 진보, 보수, 중립성향 단체와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100여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중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실련, 참여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소비자연맹 등 진보, 보수, 중립성향 단체와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100여명이 참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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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2일) 아침 조간신문을 보니 눈물 닦는 사진이 많이 나왔더라. 왜 눈물이 났나.
"얼굴을 가린 손과 눈물을 닦아준 티슈에 감사하고 있다(웃음). 청와대 간담회에 청년 정책 문제와 청년기본법 제정 이야기를 하러 갔다. 3년 전, 전청넷을 비롯해 수많은 청년 관련 단체가 연대해 청년기본법 제정 촉구 1만 명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한 적이 있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청년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는데 진척이 없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답답한 상황, 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년들이 떠올랐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답답하다기보다는 오랫동안 청년이 처해 있는 사회적 환경이 답답했다. 역대 정권이나 정치인들 모두가 '청년 문제는 중요하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정작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좋고 소모하기 편한 방식으로만 사용해 오지 않았나. 그런 상황들이 떠올라서 울컥했다. 문재인 정부가 아닌,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였다. 단지 그 자리가 문재인 대통령 앞이었을 뿐이다."

- 청와대 간담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간담회 후 언론보도를 보니 정부에 공격적인 언사가 많이 나온 것처럼 편향된 시각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있었는데 아니었다. 무척 재미 있었고, 솔직한 이야기가 오갔다. 긴장보다는 진지한 소통의 자리였다.

보통 시민단체들이 정치권과 만나면 시민단체의 이야기만 듣고 끝나는데, 어제 간담회 자리는 그렇지 않았다. 각 분야의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 관계자가 직접 배석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청와대가 준비를 많이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청년 문제의 경우에도, 청와대 사회수석도 답변을 줬고 정춘숙 민주당 의원도 의견을 내놨다. 정부여당 인사들은 정책의 공백이나 정체를 솔직히 인정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시민사회단체 참가자는 '이런 자리를 더 확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역대 정권은 청년 정책을 파편화해서 봤다... 이젠 바꾸자"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
 엄창환 전국청년네트워크 대표.
ⓒ 엄창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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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담회 자리서 "이야기가 더 있는데 못하겠다"고 했다. 못다한 이야기는 뭔가.
"어떤 정부든 잘하는 게 있고, 여전한 게 있고, 못하는 게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같은 것이 기업 중심이 아니라 청년 중심으로 직접 지원되는 것 등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올해부터 시작된 청년 국가건강검진 확대 정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근 15년 동안 청년 정책을 일자리 정책으로만 접근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청년들은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왜 이런 관점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가.

정부 차원의 소통창구가 없다. 예전에는 대통령실에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청년위원회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청년들이 제안한 정책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런 부분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청년들이 과소대표돼서 발생하는 문제"도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뭔가. 정치권에 청년이 없다? 그런 이야기인가.
"정치 이야기는 아니고,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석해주면 좋겠다. 사회적 합의의 장에 과연 청년들이 들어가 있는가. 아니다. 이 합의의 장에서 청년들이 조직화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약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청년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잘 들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인터뷰 내내 엄 대표는 청년 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창구의 단일화와 관점의 변환을 강조했다. 이슈가 생길 때마다, 비정규직문제로 젠더문제로 일자리문제로 치환되는 역대 정부의 접근법으로는 청년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수많은 정부가 이런 접근법을 놓지 않아 결국 청년들은 삶의 문제를 숙고할 시간도 재원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라고 진단했다.

이 청년이 청와대 간담회 두고 "죄송스럽다"고 한 까닭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년실업 등의 발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실련, 참여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소비자연맹 등 진보, 보수, 중립성향 단체와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100여명이 참석했다.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년실업 등의 발언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실련, 참여연대,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소비자연맹 등 진보, 보수, 중립성향 단체와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100여명이 참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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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대표는 인터뷰 말미 1일 청와대 간담회 이후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죄송스럽다"라고 운을 뗐다.

"그 자리에는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있었다. 청년문제뿐만 아니라 정말 중요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공수처 도입 문제, 여성 문제, 장애인등록제 문제 등 모두 중요한 이야기였다.

제 눈물로 이런 중요한 이슈가 가려진 게 아닌가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앞선다. 어제 청와대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는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더 많이 가지면 좋겠다."

다음은 엄창환 대표가 1일 청와대 간담회 현장에서 낭독하기 위해 준비한 원고다. 엄 대표의 동의를 받아 원문을 공개한다.

안녕하세요.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엄창환입니다.

청년들은 다양한 지역에서 자신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17개 광역시도 청년기본조례와 청년정책 도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도덕적해이와 청년수당 직권취소를 이야기했던 전 정권에 함께 분노하고 힘을 모아 청년수당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도 하였습니다.

정권이 바뀐 후 많은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인지하는 청년문제는 아직 단편적이라 사회의 이슈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였다가 젠더문제가 되기만 할뿐 청년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고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우리 단체는 청년기본법 제정,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 설치, 행정안전부 청년부서 설치를 기본구조로, 청년문제가 일자리문제로 한정되는 것을 넘어, 청년을 사회의 주체로 등장시키며 다음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미래사회정책으로서 청년정책을 도입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도 행정 실무 중심의 논의에 빠져 청년정책의 원리가 고려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하시던 모습을 기억하며, 정규직 청년의 반대라는 현상에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세대에게는 숙의를 위한 시간과 그것을 자체적으로 행할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제가 있으며 과소대표되어 나타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평등한 기회의 조건을 무엇인지, 과정이 공정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결과가 정의롭다는 것의 바름은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세대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것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과정이 중앙정부 청년거버넌스와 다음 사회를 위한 청년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처럼 이전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전제들이 깨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다음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찾는 과정이 모두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관점으로 중앙정부 청년정책이 도입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과정을 대통령께서 직접 챙겨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그:#문재인, #엄창환, #청년단체, #눈물, #청와대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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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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