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간호사의 연이은 죽음, 직장 내 괴롭힘, 경직된 조직문화 등에 의해 간호사들이 겪는 문제는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중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야기되는 것이 간호계의 독특한 '폐쇄적인 조직문화'이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학생이 간호사로 성장하기까지 겪는 일련의 사건들, 그런 일들이 어떻게 간호사들을 폐쇄적이고 경직되게 만드는지 세밀하게 짚어보려고 한다. 어떤 구조 속에서 이런 독특한 조직문화가 생겨나는지, 그리고 그 결과 국민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연속기고를 시작한다.[기자말]
평소 친하게 지냈지만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던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한 달 전 약속을 잡았고, 오늘이 만나는 날이다. 그런데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오늘 점심 약속을 취소하고 내일 저녁에 만나는 게 어떻냐'고 묻는다. 내일 저녁은 외근이 있는 날이다. 이런 상황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에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까?
      
위 사례와 같이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라도 당일이나 하루 전 급박하게 약속을 바꾸게 된다면 불쾌한 감정이 들 것이다. 하물며 가까운 친구 사이라도 불쾌한데, 이런 일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일어난다면 해당 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양질의 간호 무너지게 하는 '응급오프'
  
 간호사들 사이에는 '응급오프'라는 불합리한 관행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진다.
 간호사들 사이에는 "응급오프"라는 불합리한 관행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진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간호사들에게는 '응급오프' 혹은 '쩜오프'라고 불리는 불합리한 관행이 있다. 이는 '시시각각 바뀌는 환자 수'를 예측할 수 없는 병원이라는 직장에서, 정원보다 환자가 적을 때 임의로 남는 간호사에게 휴일을 주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이 휴일은 병원에서 유급으로 지급해주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원치 않는 날짜에 자동으로 연차를 쓰게 되거나, 혹은 미래에 있는 휴일을 당겨쓰는 것이다. 이는 병원의 경제적인 운영 하나만을 위해 간호사의 휴일을 뺏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환자 안전'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환자 수'라 함은 환자 수가 줄어듦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응급실 혹은 외래를 통해 환자들이 입원해 환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근하는 간호사가 줄어든 상태에서 환자들이 입원하게 된다면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가 늘어나고, 결국 간호사는 환자에게 양질의 간호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양질의 간호를 제공할 수 없다"는 말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없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여러분의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이 병환으로 인해 입원했다고 가정해 보자.

모든 보호자는 간호사가 환자에게 더 신경 써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주어진 시간을 더 많은 환자들에게 쪼개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담당하는 환자를 가까이서 혹은 주의 깊게 살피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한 환자의 중증도(환자의 증세가 심각한 정도)는 무시한 채 산술적으로만 1인당 환자 수가 배정된다고 할 때, 중증 환자 외 환자는 상대적으로 간호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병원에서는 환자의 사소한 증상과 징후를 알아채지 못해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환자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함에도 과중한 업무 탓에 모니터(환자감시장치)에서 증상을 알리는 알람이 울릴 때 겨우 환자에게 갈 수 있다.

'응급오프'라고 불리는 이 관행은 간호사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할 뿐 아니라 환자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그렇지만 경제적 이익을 이유로 대부분의 병원에서 자행되고 있다.
  
병원, 더 나아가 국가는 '응급오프'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런 관행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차원에서 금지해야 할 것이며, 간호사 개인 역시 '응급오프'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번 연재를 통해 간호계의 독특한 '폐쇄적인 조직문화'을 철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번 연재를 통해 간호계의 독특한 "폐쇄적인 조직문화"을 철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행동하는 간호사회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을 작성한 이나연 간호사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평등한 건강권을 누릴 수 있도록!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함께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