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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열린 진주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의장석 주변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12월 17일 열린 진주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의장석 주변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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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의회(의장 이상영)에서 벌어진 '고함'과 '몸싸움', '의사봉 탈취' 등 파행은 의안(특위안) 실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황은 17일 오후 진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졌다. 이날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로, 5분 자유발언에 이어 시정질의와 예산안 심의 등이 다루어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자유발언 이후부터 파행이 빚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의원 10명이 서명해 제출한 '진주시 채용비리 행정사무조사 발의안'(아래 특위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다.

진주시청 전직 간부의 두 자녀가 공무직과 청원경찰로 채용되어 있다가 사직했고, 이후 민주당과 진보당 의원들은 '특위' 구성을 해서 행정사무조사를 하자고 요구했다.

특위 구성안은 두 차례 진주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당과 진보당 의원 10명은 서명해 시의회에 '특위안'을 제출했고, 의장 직권 상정을 요구했다.

'특위안'은 의회 운영위원장이 서명해 박금자 부의장(국민의힘)에게 제출됐지만, 이후 이상영 의장(국민의힘)에게 넘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진주시의회 국민의힘(10명)과 무소속(1명) 의원은 '특위안' 반대 입장이다.

본회의장 벽면에 있는 모니터 화면에 이날 다루어질 안건들이 제시됐다. 그런데 '특위안'이 없었다. 이에 류재수 의원(진보당)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한 시간 정도 정회 뒤 다시 회의가 열렸다. 그런데 이상영 의장은 '특위안'에 대해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무소속 이현욱 의원은 '특위안' 상정과 정회에 반대하면서 의장석에 있던 의사봉을 갖고 자기 자리로 가져갔다. 이후 박금자 부의장이 의사봉을 뺏어 의장에게 돌려주었다.

다시 정회 뒤 회의가 열렸지만 소란은 마찬가지. 민주당과 진보당 의원들은 '특위안' 상정을 요구했지만 이상영 의장은 의사일정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진주시의원들이 17일 오후 의회 복도에서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주시의원들이 17일 오후 의회 복도에서 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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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강묘영 의원이 예산안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이상영 의장이 예산안 가결을 선포하기도 했고,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했다.

민주당과 진보당 의원들은 '예산안 날치기'와 '특위안 실종'에 대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궈 이른바 '셀프 감금'을 했다. 민주당과 진보당 의원들은 대화를 요구하고 회의 재개를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의장실 앞에 '이상영 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정례회 본회의는 이날 자정을 넘기면서 자동 산회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18일 오전 0시 20분경 의장실에서 나왔다.

다음 임시회는 2021년 2월에 열릴 예정이다.

진주같이 "의회 역할 방기, 민주주의 파괴"

진주시의회 파행에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는 18일 낸 논평을 통해 "하루 동안 일어난 이 일들을 무엇부터 잘못됐다 평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어제 우리는 회의를 방청하고 의장실 앞을 지키며 어떻게든 당초예산안을 통과시켜 올해 마지막 의회를 종결시키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평했다.

진주같이는 "진주시청 채용비리 의혹 조사, 재난지원 확대 논의와 같은 의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려 애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행부 견제라는 의회의 의무를 저버리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실에 꼭꼭 숨어 자정을 넘겼기에 내년 2월 의회가 다시 열릴 때까지 조용한 날을 보내리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착각하지 마라"며 "시민들은 2020년 진주시의회를 '멱살잡이 의회', '방망이 두들기면 끝인 의장', '예산안 날치기 통과', '의장실 도망 셀프감금'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진보당 "국민의힘 사과하라"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진주시의원들이 12월 18일 진주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진주시의원들이 12월 18일 진주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서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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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진보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진주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식과 도를 벗어난 행위를 거침없이 자행하고 의회 운영을 파행적으로 이끈 이상영 의장과 국민의힘은 시민 앞에 엄중히 사과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맞아 끝까지 의회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투쟁하고 시민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진행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의회의안 실종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고 이와 관련 고발조치를 적극 검토 하겠다", "시의회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고 재난예산 관련 등 시정질문을 이어가겠다"고 언급했다.

또 이들은 "이 모든 의회운영의 파행을 자행한 이상영 의장과 의안을 실종시켜버린 파렴치한 부의장 박금자의 사퇴를 촉구해 나가겠다",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의장 부의장 불신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진보당 진주시위원회는 별도 성명을 통해 "채용비리 의혹으로, 이‧통장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진주의 이름을 부끄럽게 만들더니 이제는 하다하다 안되어 날치기 시의회에 의안 실종 사건으로 부끄럽게 만드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이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 이상영 의장은 허수아비 의장으로 더 이상 남아있지 말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 의안을 실종시킨 박금자 부의장은 법의 이름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날치기 사건을 일으키고 줄행랑을 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시민들 앞에 사죄하라"고 덧붙였다.

박금자 부의장 "특위안 실종 아니다"

박금자 부의장은 이날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특위안은 운영위원장 사인이 되어 있었고, 15일 직원이 가져 왔길래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특위안은 의작 직권 상정이라면, 부의장 사인이 필요 없고 의장이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갖고 있다가 직원에게 돌려주었다. 특위안 실종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 부의장은 "특위안은 두 번이나 부결이 됐고,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다. 그리고 채용비리 의혹은 현재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기에, 수사가 끝나고 미비하다고 하면 그 때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태그:#진주시의회,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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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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