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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1일, 강원 춘천시의 한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2020년 3월 11일, 강원 춘천시의 한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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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매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 상황에서 고객들은 보이지 않는 상담사에게 분노와 적대감, 욕설 등을 더욱 쉽게 표현한다. 그럼에도 상담사는 조직이 규정에 따라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누르고 조직이 요구하는 감정을 고객에게 표현하는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상담사가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감정부조화와 감정소진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에서 85%의 상담사들이 정밀한 진단이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으며, 10명 중 9명은 고객응대의 과부하와 갈등, 조직 감시 및 모니터링의 위험군에 속해 있을 정도로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감정노동 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관련 기사: "폭언 차단했다는 이유로 고소", 우울증 걸린 건보공단 상담사들 http://omn.kr/1s0gp)

스트레스가 생리적 수준의 반응인 반면 소진은 신체적, 정신적 자원의 탈진으로 단시간 내에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보험 고객센터 감정노동 위험군에 속해 있는 집단에서 직무의 소진 정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 피로도,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유의하게 높아 감정노동 위험군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직무스트레스 평가에서는 매일 콜수를 채우기 위한 전쟁을 치러야 하는 등 직무요구도가 매우 높은 반면 업체의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녹화감시 때문에 직무자율성이 낮아 이로 인한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고객센터의 전반적인 운영 및 평가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근골격계 증상 설문 결과에서는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의 기준에 따라 추가적인 증상의 의학적 검진이 요구되는 대상자는 79.3%였다. 지금까지 조사에서 제조업의 평균 유증상자 비율이 42.7%인 것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3년마다 실시해야 하는 전문적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해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작업장 상황과 작업조건, 근골격계질환의 증상 유무를 체계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한 노동강도를 위한 운영 및 평가시스템 개선과 온전한 쉼을 위한 휴식시간이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감정노동과 직무스트레스, 근골격계 질환 모두 쉼과 여유 없이 몰아치는 노동강도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에게 건강보험공단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공단과 도급사 관리자들이 상담사의 실시간 콜 업무 성과를 관리하고 감독하고 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1일 평균 120콜의 의미는 고객센터 노동자 1명이 하루에 응대해야 하는 고객의 수와 같다. 많은 고객을 응대할수록 더 많은 불만과 언어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감정노동의 강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감정노동 위험군에 속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소진되고 있어 충분한 휴식만으로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은 건강보험공단에 의해 결정된다

건강보험공단은 고객센터의 업무에 필요한 장소 및 장비, 시설, 전산시스템 등 일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공단의 사번을 부여해 통합적인 노무관리(인사관리, 개인정보 등록, 목표관리, 교육훈련 등)를 기록하고 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와 작업환경의 개선은 전적으로 건강보험공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기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건강하지 못하다. 질 좋은 서비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질에서 비롯된다.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노동의 아웃소싱으로 인한 이윤창출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국가 제도로부터 소외받지 않도록 하는 공공성에 있다. 성과경쟁으로 치닫는 고객센터의 전반적인 관리시스템의 전면 개선과 고객센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접 운영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획 / 건강보험공단 상담사 파업 릴레이 기고]
① 건강보험공단 직원과 통화하기 어려운 이유, 이겁니다 http://omn.kr/1rxd7
② 끝없는 외주화... 누가 나의 의료정보에 손대나 http://omn.kr/1rx9h
③ 하루 120콜, 3분 이상 '빨리 끊어'... 우수콜센터 건보공단의 실상 http://omn.kr/1rym1
④ '최우수기관상 수상' 건보공단, 이 분들도 챙겨야 합니다 http://omn.kr/1rz5m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건강한노동세상 전 사무국장입니다.


태그:#건보공단, #상담사, #감정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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