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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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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에서 LH 사태에 대한 근본 해결책으로 토지공개념 개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H 사태가 터진 지 한 달도 채 안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과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자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토지의 공공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토지공개념은 앞서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가 제출한 개헌안에 포함된 바 있다. 당시 보수 진영은 토지공개념 조항에 '사회주의'라며 색깔론을 씌웠다. 결국 이 개헌안은 흐지부지 됐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다시 "이번 LH 사태로 부정한 투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 토지공개념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투기로 이득을 본 자들에게 개발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 이를 위해선 토지공개념 개헌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으로 불리는 ▲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 토지초과이득세법 ▲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중 택지소유상한법과 토초법은 각각 위헌(1999년) 또는 헌법불합치(1994년) 결정을 받았다. 이번 사태로 다시 거론되고 있는 개발이익환수법 역시 택지소유상한법과 토초법 위헌 결정 이후 유명무실화된 상태다. 헌법에 토지공개념 정신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이 속한 단체 메신저방에선 토지공개념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주장까지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개혁 성향 의원 10명도 이르면 오는 29일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대책 토론회를 열고 토지공개념 공론화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도 서울시에 한해 토지공개념을 확대하는 방향의 부동산 공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원 단톡방서 "토지공개념 원포인트 개헌하자"
  
민중공동행동 대표자들은 1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LH사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 청산' 발언을 믿을 수 없다'며 '말잔치가 아닌 행동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민중공동행동 대표자들은 1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LH사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 청산" 발언을 믿을 수 없다"며 "말잔치가 아닌 행동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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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3일 전 내부 단톡방에서 한 의원이 토지공개념 도입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라며 "당 지도부에 속한 의원이 이에 공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개헌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면서도 "경제민주화 조항에 '토지의 공공성'을 삽입하는 등 개헌 내용 자체가 크게 복잡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도 해당 메신저방에서 오간 내용을 확인했다. 그는 "소위 토지공개념 3법이 위헌 판정을 받거나 유명무실화 돼온 것처럼, 이번 LH 사태에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개발이익 환수 역시 위헌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짚었다. 이어 "결국 LH 사태와 같은 문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근본적으로는 토지공개념 개헌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라며 "어떻게 보면 지금이 토지공개념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낼 수 있는 적기"라고도 했다.

이런 당내 목소리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민병덕(경기 안양동안갑)·황운하(대전 중구) 의원 등 민주당 개혁 성향 의원 10명은 내주 초께 관련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민병덕 의원은 통화에서 "당 소속 의원들뿐만 아니라 LH 문제를 처음 고발한 민변 등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토론회이고,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전반을 다룰 예정이기 때문에 토론회의 목표가 꼭 토지공개념인 건 아니다"라면서도 "관련 얘기가 나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운하 의원은 "이번 LH 사태가 초래한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헛되이 흘려 보내선 안 된다"라며 "토지공개념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캠프 차원에서도 "토지공개념 확대 검토"… 당지도부 논의는 "아직"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국회에서 열린민주당 예방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국회에서 열린민주당 예방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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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 이후 직격탄을 맞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차원에서도 토지공개념을 적용한 서울 주거정책 공약을 추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LH 투기방지법이라며 여러 법안을 내놨지만 전혀 민심이 수긍하지 않는다"라며 "토지공개념 같은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박 후보와 공식 논의가 이뤄진 건 아니다"라면서도 "캠프 차원에서 서울시에 한해 토지공개념을 확대하는 부동산 정책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박영선 캠프 내 정책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서울시 차원에서 토지공개념을 확대하는 건 제약이 많다"면서도 "기존 공약보다 공공임대, 공공자가를 더 많이 늘리고 공공에서 공급하는 모든 아파트를 전부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하는 방향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박 후보가 각종 토론회에서 부동산 공약을 부분부분 언급한 적은 있지만, 아직 정식으로 종합 정책을 발표한 건 아니다"라며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토지공개념이 공약에 반영되느냐'는 질문엔 "여러모로 고민 중"이라며 "큰 틀에서 더 이상 부동산 불로소득은 꿈꾸지 말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혜택을 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기조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당 지도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상황은 아니다. 여야 합의, 국민 투표가 필요한 개헌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주 초에 (원포인트 개헌)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지도부 회의에서 토지공개념이 논의되진 않았다"라며 "아무래도 다음 대선까지 보면서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할 사안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장 선거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를 떠나 이번 LH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라며 "조만간 지도부와 전략 단위 기구간 회의를 통해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태그:#민주당, #토지공개념, #LH사태, #개헌, #4.7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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