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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 최시형
 해월 최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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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형을 비롯하여 후계자와 신도들의 바람과 소망은 교조의 억울한 죽임에 대한 신원(伸寃)과 동학의 공인이었다. 고종 정부는 한때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까지 동원하여 천주교 신자들을 탄압하다가 1886년 5월 3일을 기해 기독교와 천주교의 선교사업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였다. 

그러나 동학에 대해서는 여전히 금압정책을 폈으나 최시형의 적극적인 포교활동으로 교세는 강원ㆍ충청ㆍ경기ㆍ황해지역으로 확산되고, 지역책임자(접주)의 주도 아래 탄탄한 조직이 갖춰졌다. 

한국 사회는 고대로부터 억울한 죽음으로 귀천을 하지 못한 혼령의 한을 풀어주는 일은 생자들의 과제였다. 망자의 넋을 씻김으로써 그 넋이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무속의 씻김굿이나, 증산교의 해원사상(解寃思想)은 원한을 풀어줌으로써 혼령이 하늘나라에 이르게 한다는 염원이었다.

최시형은 1890년과 1891년 동학의 근간조직을 확고히 하는 한편 교세를 더욱 확장하기 위하여 손병희를 비롯하여 그의 동생 손병흠 등 제자들과 함께 충청도 충주ㆍ공주와 강원도, 양구ㆍ간성ㆍ인제, 다시 충청도 태인, 전라도 부안ㆍ전주 등 3도를 순방하면서 도민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가는 곳마다 도인들은 물론 일반 백성들이 찾아와 속속 입도함으로써 교세가 크게 신장되었다.

1892년 7월 동학의 리더급이던 서인주ㆍ서병학이 상주 공성면 왕실(旺實)에 머물던 최시형을 찾아와 교조신원의 시급성을 주장하였다. 최시형은 자신도 선사의 해원이 무엇보다 더 간절한 소원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일이 순조롭게 되기 어렵다"라고 이들을 설득하였다. 

해월도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추수기를 앞두고 일을 벌이는 것은 농사를 망치는 일이 되므로 가을에 가서 기회를 보자는 뜻에서 시기가 아니라고 했던 것이다. "일이 순조롭게 되기 어렵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해월은 10월 중순께 지도자급을 불러서 교조신원운동을 협의하였다. 1차는 공주에서 충청감사를 상대로 하고 2차는 삼례에서 전라감사를 상대하기로 하였다.
  
해월 최시형의 법어
 해월 최시형의 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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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청주 솔뫼(松山) 손천민 접주 집에 도소(都所)를 설치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 도차주 강시원과 손병희ㆍ김연국ㆍ손천민ㆍ임규호ㆍ서인주ㆍ서병학ㆍ황하일ㆍ조재벽ㆍ장세원 등이 해월을 도와 활동하였다. (주석 1)

최시형은 「교조신원입의문(敎祖伸寃立義文)」을 지어 접ㆍ포를 통해 각지의 도인들에게 보내었다. 

우리 스승의 조난(遭難)이 이제 30년에 이른지라. 그 문도된 자들은 마땅히 성력(誠力)을 다함으로써 빨리 신설(伸雪)할 방법을 도모할 것이어늘 다만 구경만 하고 두려워하기만 하며 서로 거짓말만 하여 오로지 스승을 높이고 도를 모시는 의(義)에 어두워 망녕되게 조화(造化)가 장차 이를 것만 믿으니 진실로 슬픈 일이로다. (주석 2)

교조신원운동은 동학이 이제까지의 종교의 차원에서 시대와 짝하여 나간다는 '용시용활'의 역사화ㆍ사회변혁운동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서인주ㆍ서병학 등이 충청관찰사 조병식과 전라관찰사 이경직에게 '입의문'을 보내는 한편 도인들에게 격문을 통해 11월 11일 삼례역에 모일 것을 공시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민란이 거듭되는 시기에 동학교단은 가장 온건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거대한 태풍의 눈동자로 변할 줄을 내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운동이 굳이 1892년이었다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는 이 무렵 포교의 자유가 완전히 허락된 가톨릭과 개신교의 종교 활동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 임진년(1892)은 『정감록』에서 서남쪽(湖西)으로부터 대변혁이 있으리라고 예언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주석 3)


주석
1> 표영삼, 『동학의 발자취』, 364쪽, 천도교종학대학원, 2003.
2> 오지영, 『동학사』, 70~71쪽.
3> 신복룡, 『개정판 동학사상과 갑오농민혁명』, 128쪽, 선인, 2006.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해월 최시형 평전] 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해월, #최시형평전, #최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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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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