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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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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쪽에서 먼저 선제안할 이유는 없다, 이젠 나도 민망하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단순히 중도정당 하나를 없애버리는 마이너스 통합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감정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통합을 위한 양당의 실무협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중단된 이후,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설전만 거듭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런 적반하장이 있나" "굉장히 협상을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라는 등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몸통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 촉구 당 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이너스 통합이 된다면 정권교체 가능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당, 협상 가볍게 봐... 합당 선언하면 휴가 없애겠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첫 협상부터 저희 당명을 바꾸라고 국민의당이 요구해왔다"라며 "그 당명을 바꾸지 않으면 합당을 못한다고 했는데, 이게 진짜 합당에 대한 자세가 있는 것인지, 오히려 저희가 갑질하는 것인지 국민들이 딱 들어보는 순간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합당이란 건 입당이랑 달라서, 한  2~3주 걸린다. 정강‧정책도 해야 되고 당헌‧당규도 손봐야 된다"라며 "우리가 8월 30일부터 후보 등록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대표 같은 훌륭한 분이 우리 대선 경선에 뛰어들려면, 적어도 역산해서 8월 15일쯤에는 합당 결의를 해야 되는 것"이라고 자신이 제시한 합당 시한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면 거꾸로 '합당에 대한 논의 자체는 이번 주 내로 해야 되는 것 아니냐, 다음 주에 (내가) 휴가다' 이야기했는데, 국민의당은 또 '휴가'란 단어에 꽂혀서 신난 것 같다"라며 "만약에 합당한다고 선언하면 휴가 없애겠다"라고까지 선언했다. 그러나 "내가 확신한 게, 그런다(휴가를 취소한다)고 해서 합당한다고 할 것 같지 않다"라며 "이번 주에 하기 싫은 합당이 다음 주에 하고 싶어지는 것도 웃기잖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휴가를 내고 개인 택시 연수를 받겠다고 공개적으로 알린 바 있는 이 대표는 "낮 시간에 교육 받고 저녁에는 서울 올라와도 된다. 이건 항상 협상의 의지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국민의당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게 굉장히 협상을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라며 "한 달 반 동안 (합당을) 못했는데 갑자기 한다는 것도 웃기다"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대표의 이런 반응은 국민의당 측 실무협상단 단장을 맡았던 권은희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휴가 일정이 내년 더 나은 정권교체를 위한 대선에서 그렇게 중요한 일정인 줄 몰랐다"라며 "국민의당이 미처 몰라서 국민의당은 이번주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 농단인 '김경수-드루킹 19대 대선 여론조작 몸통찾기'를 위한 일정으로 가득 채워 놓았다"라고 비꼬았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니 이준석 대표는 휴가 잘 다녀오시길 바란다. 이준석 대표가 전체 야권에 불가침 일정으로 공표한 휴가일정이 끝난 후에, 제1야당 대표로서 댓글조작 몸통규명을 위해 국민의당과 함께 대응하면서 민주주의 회복에 제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 국민의당은 언제든지 만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가 합당에 소요되는 시간과 국민의힘의 경선 일정, 본인의 휴가 등을 고려해 "시한은 다음 주로 못 박겠다"라고 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준석] "이번 주가 마지노선... 거스르면 역사의 죄인"

그러나 이준석 대표의 공세는 계속됐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그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이번 주가 분수령"이라며 "분수령이면서 또한 마지노선"이라고 재차 못을 박았다. 그는 "제가 안철수 대표를 당선 후 첫 예방한 자리에서 '전쟁 같은 합당이 될까' 우려한다고 했다"라며 "국민의당의 빠른 합당 결의를 부탁드린다. 이것을 거스르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윤석열 예비후보 접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휴가를 두고 국민의당 측 반발이 나온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예정대로 휴가를) 갈 것이고, 반문했던 것처럼 '휴가 안 가면 합당하겠다'면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제발 좀 상식적으로 대화했으면 좋겠다"라며 "이번 주에 하기 싫었는데 다음 주에 하고 싶어진 건 무슨 논리인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이 보수의 외연 확장을 위해 안철수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 그거(외연 확대) 하다가 골치 아픈 사람이 많기 때문에, 방법에 대해서는 지도부를 신뢰하셨으면 한다"라며 "당긴다고 당겨지는 것도 아니고, 밀친다고 밀쳐지는 게 아니라는 것은 다른 주자들을 보면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협상의 공은 양당의 당대표에게 넘어갔다. 이 대표는 자신을 공격하는 권 원내대표를 배제하고, 안철수 대표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관련 기사: "입당 안 하면 싹 징계" 윤석열·안철수 압박하는 이준석).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저는 문자도 보냈고 제가 그 다음에 언론에도 공개 발언을 통해서 이야기했고 SNS에도 올렸고 더 이상 어떤 형식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라며 "안 대표께서 처음에 문자를 보냈을 때 이번주가 지나고 다음 주쯤 이야기해보자고 하시고 말씀이 없으시다"라고 지적했다.

"회의 때마다 가서 공개 발언으로 안철수 대표랑 협상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우리 당원들 사이에서도 '그렇게까지 해야 되느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계속 요구했다"라는 것. 만약 통합이 무산되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각각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고 하더라도 "단일화라는 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당원들과 특히 누구보다 우리 후보가 누가 되느냐 따라서 그 사람 의지에 달린 것"이라며 향후 단일화 협상 가능성과 거리를 뒀다.

[안철수] "제1야당 축제 분위기... 과학적 지표는 정반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몸통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 촉구 당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드루킹 몸통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 촉구 당지도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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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안철수 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제안한 협상 테이블 대신, 다른 자리에 이준석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1인 시위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제1야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운동에 동참해주길 요청드린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양당의 통합 논의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 의혹이 "별도의 사안인 것 같지만 하나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포털의 중립적인 활동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번 대선은 야권 단일화를 하더라도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라며 "이런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제2야당인 국민의당 뿐만 아니라 제1야당에서도 적극 동참하는 게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소망에 부응하는 길"이라는 지적이었다.

의석 3석의 국민의당을 '제2야당'으로 내세운 안 대표는 "제1야당과 제2야당의 플러스 통합"이 필요하다고 반복했다. "지금 야권은 위기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라며 "지금 현재 대선주자들이 제1야당에 모이고 있고 축제 분위기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과학적으로 지표를 살펴보면 그와는 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게 심히 우려된다"라는 지적이었다.

안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지난 두 달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며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제1야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에 추월당하고 역전당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야권 대선후보들 지지율 총합이 예전에는 여권 주자보다 높았지만 지금은 역전당해서 여권 대권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야권보다 높다"라며 "야권이 축제 분위기가 아니라 긴장하고 엄중하게 이 사안 살펴봐야 한다"라고 국민의힘에 견제구를 날린 것.

그는 "오히려 지지자의 저변을 넓히지 않는, 지지자의 저변을 오히려 떨어져나가게 만드는 마이너스 통합이 된다면 정권교체 가능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한 것처럼 정권교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가 요구한 협상 테이블에 왜 나서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태그:#이준석,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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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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