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과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과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들이 보수야권의 대선후보로 나섰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최재형은 사실 현 정부에서 기용된 '관료'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현 정부에 지속적으로 '저항'하면서 쌓은 이미지에 의해 야권의 대통령 후보로 '변신'했다. 그러나 고위직 관료란 집권층의 가치 판단과 지시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에 '저항'하거나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대표자에게 권력을 위임함으로써 집단 전체에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권한을 부여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집권층에 대한 고위 관료의 '저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미국이 고위공무원단 제도(SES, Senior Executive Service)를 도입한 것도 바로 고위공무원의 신분보장을 완화해 집권층에 저항하거나 비협조적인 혹은 성과가 낮은 고위공무원을 해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짐으로써 그들을 통제하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2012년 현재 미국 고위공무원단은 8004명으로서 성과가 좋지 않으면 언제든 탈락시킬 수 있다. 공석이 있을 경우엔 민간인도 지원할 수 있다. SES에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정무직도 포함되는데 정무직은 SES 전체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미국의 연방공무원은 근무성적평정의 결과 '불가(unacceptable)' 판정에 의해서도 강임이나 면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완전한 신분보장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독일에서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해임이 제도화돼 있다. 독일은 바이마르공화국 수립 후 이전 시대에 임명됐던 '왕당파 공무원'들을 통제하고 장악하기 위해 정부의 정치적 의도 및 목표와 지속적으로 일치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관직에 취임하는 정치적 임용직 관료는 언제든지 이유를 명시하지 않고도 해임(Einstweiliger Ruhestand)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같은 폐쇄형 계급제도의 공무원 시스템은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외부로부터의 진입이 철저하게 차단된 채 내부 자체적으로만 독점적으로 승진하고 운영된다.

이렇게 외부와의 경쟁이 전무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외부 사회의 환경 변화에 전혀 개의치 않게 되고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의식은 존재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조직문화 속에서 이 땅의 관료집단은 필연적으로 보수화되고 기득권화된다. 여기에 '철밥통' 신분까지 보장되니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특권세력으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 공무원 신분보장은 박정희 군사정권을 거치며 정비되어 전두환 정권 시기 거의 완성됐다.

공무원 신분보장과 특권세력화 위해 국가·국민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서 강연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에서 강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명백한 사실은 관료집단의 신분보장과 특권세력화를 위해 국가와 국민이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공무원에게 신분보장을 부여한 목적은 국민에게 성실하게 봉사하라는 것이지, 그 신분보장을 배경으로 하여 특권을 행사하는 특권세력화하라는 것이 아니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본이 현재 뚜렷한 쇠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변화에 극히 둔감하고 기득권화한 일본 관료제도가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일제 잔재로서의 관료제를 그대로 물려받고 특히 광복 이후에 더욱 적극적으로 일본 관료제도를 모방해온 우리나라로서도 반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기득권화하고 특권세력화한 우리 사회의 관료 시스템은 이제 사회의 전진에 명백한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신분보장 제도를 비롯한 공무원 제도에 대한 조정 혹은 개혁에 나서고 있다. 차제에 우리나라도 고위공무원의 신분보장 문제를 비롯해 채용제도와 승진제도 등 폐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관료 시스템의 전반적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시대적 요청이며,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전진할 수 있는 필수적 과정이다.

태그:#윤석열, #최재형, #관료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