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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지방 세베로도네츠크의 버스에서 한 여성과 아이가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선언하며 전면전을 개시했다. 2022.2.24
▲ 불안한 표정으로 차창 밖 내다보는 우크라 동부 주민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지방 세베로도네츠크의 버스에서 한 여성과 아이가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선언하며 전면전을 개시했다. 2022.2.24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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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정부가 기어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며 전쟁을 시작했다. 나는 이 야만적 침략과 전쟁에 절대 반대하며, 푸틴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 즉각적인 중단과 철군을 요구해야만 한다. 이 전쟁은 전세계 모든 민중에게 고통을 줄 것이다. 우크라이나 민중은 죽어갈 것이고, 러시아 민중에 대한 푸틴의 독재와 억압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나머지 모든 나라에서는 경제적 불안정과 고물가 등이 심화되면서 편가르기와 줄세우기가 벌어질 것이다.

푸틴은 군사적 침공을 시작하기 직전의 담화에서 '1917년 볼셰비키와 레닌의 실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민족자결권을 인정한 것이 실수였다며, 대러시아 국수주의를 선포한 것이다. 그러나 비록 오래 가진 못했지만, 1917년 혁명 직후에 소비에트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인정한 것은 오랜 민족적 억압과 저항의 결과였다.

푸틴의 러시아, 무엇을 원하는가 

강대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명백히 이 자결권을 짓밟은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우파 정권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민중 스스로의 결정권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나라를 군사적으로 정복하고, 영토를 장악해서 정치적으로 예속하고,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행태이며, 따라서 지금 푸틴의 러시아는 명백히 제국주의적 패권 국가이다.

푸틴은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공격과 괴롭힘을 당해 온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과 자치공화국들의 평화유지, 자유, 인권을 위해서 군사적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충돌과 갈등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러시아 자신이다. 더구나 자유와 인권을 위해서 전쟁과 침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궤변일 뿐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자료사진). 사진은 2021년 8월 23일 모스크바 외곽 패리어트 공원에서 열린 국제군사포럼 'Army-2021' 개막식 연설 중인 모습.
 푸틴 러시아 대통령(자료사진). 사진은 2021년 8월 23일 모스크바 외곽 패리어트 공원에서 열린 국제군사포럼 "Army-2021" 개막식 연설 중인 모습.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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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러시아의 궤변을 듣다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이 코소보에, 아프간에, 이라크에 군사적 개입과 침공을 하면서 내세웠던 명분과 논리를 냉소적으로 그대로 베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의 '내로남불'과 지금 상황을 가져온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상황은 소련 몰락 이후에 약속을 어기고 나토(NATO)를 동쪽으로 확대하며 러시아를 포위하고 우크라이나 등에서 친서방 극우세력들을 육성하며 갈등을 일으켜 온 미국 지배자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이번에도 미국과 영국 등은 푸틴이 일시적으로 병력을 철수할 때마저도, 이 지역의 병력을 증강하며 '전쟁이 임박했다'며 계속 불안을 부추겼다. 또 어차피, 나토 확대가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나토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약속을 한사코 거부했다. 마치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화약고 옆에서 라이타를 켜는 것 같은 태도였다.

러시아의 침략과 전쟁을 분명히 반대하는 것이 미국과 나토 확대를 지지하는 것일 수는 없다. '내 친구의 적은 내 적이다'와 '내 적의 적은 내 친구다'는 식의 진영논리는 언제나 틀려왔다. 양비론은 대체로 부적절할 때가 많지만 이 경우에는 평화를 위협하고 전쟁을 부추기는 러시아와 미국 모두에 반대하는 입장이 타당하다.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은 우크라이나를 나토 확대와 러시아 포위의 전진기지로 만들려고 해 왔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교두보 삼아서 과거의 패권을 재구축하려고 해 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양쪽의 대리인들이 대결하고 충돌하는 전쟁터가 돼 왔다. 이미 10년 가까이 내전이 진행돼 왔고 그 과정에서 죽은 우크라이나 민중만 이미 1만4천명이다. 3백만명의 이주민도 발생해 왔다.

이제 시작된 러시아의 침략과 전쟁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을지 상상하기도 두렵다. 러시아는 즉각 침략과 전쟁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야 한다.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은 나토 확대를 중단하고 이 지역 나라들에 대한 파병과 병력 증강, 무기 배치들을 중단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이 인정돼야 하고, 우크라이나 안에서도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 소수집단들(러시아계 주민 등)의 자치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지금의 사태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이어서 다시 한번 미국 제국주의의 약화와 쇠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경제 재제 이외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의 약화와 쇠퇴가 낳은 공백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손을 잡고 새로운 유라시아 패권블록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과잉 팽창 시도가 오히려 러시아의 쇠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제국주의 국가들의 등장과 기존 제국주의 국가와의 갈등과 충돌은 세계를 더욱 위험하고 불안정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일종의 '신냉전' 상황이 되면서, 서로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고 줄서기를 강요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반전평화와 나토 확대 반대를 주장하면 '푸틴의 하수인'으로 몰리고 있다. 영국에서도 반전 연대체인 '전쟁저지연합'이 푸틴의 독재를 옹호한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나라에서도 뿌리깊은 '종북몰이'는 이미 '혐중몰이'로 발전해 있고, 이제 '혐러몰이'로 발전할 기미가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등 우파 쪽에서는 '그것 봐라. 정전협정이 아니라 전쟁을 대비해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군사동맹에 참가하고, 전술핵과 사드를 추가 배치하고, 선제타격도 준비해야 한다'는 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이 스스로 자신들의 땅을 강대국들의 대리 전쟁터로 만들어 온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자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이처럼 정반대의 잘못된 교훈을 배우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공포와 불안을 부추겨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어디서나 '전쟁을 막는 방법이 아니라 전쟁에서 이길 방법을 말하는' 정치인들은 존재한다.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의 배경에는 장기집권을 노리는 푸틴의 야욕, 아프간 철군의 굴욕과 중간선거 패배 위기를 모면하려는 바이든의 의도, '파티게이트'로 인한 사임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보리스 존슨의 책략 등이 모두 작용하는 것 같다. 유명한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너무 극단적 상황 설정으로 정치적 냉소를 강화하는 문제가 있지만 현실의 이런 측면을 잘 포착한 시리즈였다.
 
 넷플릭스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
  넷플릭스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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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4의 막바지에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언더우드 부부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할 수 없으면 더 큰 혼란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으면 공포를 불러와야 한다'면서 '이슬람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그리고 언더우드는 시청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테러를 만들어내죠."

이런 지배자들이 부추기는 공포와 불안, 서로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 속에서 끔찍한 비극이 벌어진다. 지난해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였던 <쿠오바디스, 아이다>는 바로 그런 상황의 비극을 그린 것이었다. 1995년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그 영화에서 같은 마을에서 서로 흥겨운 파티를 벌이던 이웃들이 적이 돼 버린다. 서로 종교와 인종에 따라서 갈라지고, 상대방을 죽여 마땅한 비인간적 존재로 보도록 혐오하게 된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서로 이웃이고 친구였던 사람들이, 종교와 민족에 따라 갈라지고, 친러시아냐 친서방이냐로 나뉘어서 서로 죽고 죽이는 내전이 벌어져 왔다. 이제 러시아의 침공과 전쟁은 그런 비극을 엄청난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면 언제나 그런 혐오와 불신, 불신과 폭력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이번 푸틴의 전쟁에 대한 지지 여론은 과거보다 높지 않다고 한다. 어제 러시아의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체포된 사람만 1000여명이라고 한다. 푸틴의 독재적 공포통치가 강화돼 온 러시아에서 이것은 매우 놀라운 용기이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 이 용기를 이어서 외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전쟁을 반대한다. 평화를 원한다'고 말이다.
 

태그:#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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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며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실행위원입니다. 더 많은 글들은 여기서 봐 주세요. http://anotherworld.kr/ 페이스북 계정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74673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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