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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당선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당선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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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역대 최소 표차로 당선했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언론은 '혐오가 이겼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냈다. 그런데 과연 윤 당선인의 승리가 혐오 전략 때문만일까.

윤 당선인이 선거 기간 동안 보여준 언행이 혐오적이지 않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필자 역시 외국인 건강보험 관련 발언, 여성문제 관련 발언, 노동문제 관련 발언 등 혐오에 기반한 윤 당선인의 언행을 기사를 통해 여러 차례 비판했었다.

선거 결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위시한 젠더 갈라치기 전술은 오히려 그에 반대하는 여성들이 대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결집하는 행태를 보이며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혐오'는 다수 지지층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윤석열을 뽑은 거의 절반의 유권자가 전부 혐오 정치에 찬동하는 이들이라고 보긴 어렵다. 좀 더 적확히 말하자면 혐오를 정치에 이용하는 문제는 그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본다. 그들은 당장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거의 절반의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 중 다수는 윤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향한 여성혐오적 언사에 열렬히 참여했고, 소위 '쥴리' 문제를 향한 집착을 보였다. 이 후보가 한 시사 유튜브 채널에 출현한다고 하니 '페미 묻는다'며 출연을 반대하기도 했다. 정말로 그들이 혐오 조장 정치에 반대했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그들에게 있어서도 혐오 정서를 정치에 이용하는 문제는 주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처럼 여야 지지층 모두 혐오의 정치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에 혐오가 이번 선거 결과를 결정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번 선거의 결과를 결정했을까. 필자는 다름 아닌 '민생'에 있다고 본다. 유권자에게 있어 먹고사는 문제보다 중한 것은 없다.

민생 문제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 덕분에 당선된 '반문투사' 윤석열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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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까닭은 그가 '반문투사'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무런 정치 경험도 없고 심지어는 이번이 첫 선거였다.

즉 윤 당선인의 지지층 절대다수는 문재인 정부의 실책에 분노해 윤 당선인을 지지하는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실책 중 가장 큰 실책을 두 가지 뽑자면 필자는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19 방역보상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생과 직결된 이 두 문제에 문재인 정부는 처참히 실패했다.

특히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행태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전면화였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일본, 캐나다, 미국 등에서 식당 자영업을 운영한 교포들의 경우 최소 1억1000만 원에서 최대 2억8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기껏해야 수백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코로나19 재정지출은 G20 주요 1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렇듯 국가가 비용을 쓰지 않으니 국민 개개인이 빚을 질 수밖에 없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미국, 유럽, 일본은 가계채무 증가폭에 비해 국가채무 증가폭이 3배에서 6배 증가한 데 반해 한국은 반대로 가계채무의 증가폭이 국가채무 증가폭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다른 선진국들이 나라가 빚내 국민들을 도울 때 한국은 국민들이 빚을 지든 말든 재정건전성을 언급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고를 이유로 자살한 자영업자만 최소 24명이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표심이 향할 곳은 결국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윤 당선인이었다. 또 제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노동임금으로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 역시 반대 급부가 작용해 윤 당선인 말고는 달리 표를 줄 곳이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것이다.

혐오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이렇게까지 정부가 민생에 실패해놓고도 1% 내외의 박빙 승부가 났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번 선거의 결과는 혐오의 승리가 아니라 한국의 시민들이 그럼에도 윤 당선인과 같은 혐오의 정치에 차마 표를 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는 이번 대선 자체가 혐오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 지지층 모두 혐오 조장 정치에 반대하는 것이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또 두 부류 모두 혐오 조장 정치에 지지층 스스로 발을 담근 경우도 많았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를 부추기고 언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과정에서 양 지지층 내에서 혐오를 통해 정치적 효용감을 얻은 이들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 자체가 전반적으로 혐오에 물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는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혐오가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선거의 결과보다 우리 사회는 이 지점을 주목해야 하는 건 아닐까.

태그:#윤석열, #문재인,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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