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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즈미를 떠난 흑두루미가 순천만에 들르지를 않았다는 소식을 순천 강나루 선생님으로부터 듣고 혹시 낙동강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가나 싶어 낙동강 해평습지에 나가봤습니다. 26일 찾은 해평습지 철새도래지에는 철새 한 마리 없이 바람소리만 요란했습니다.
 
구미보 아래 낙동강 감천 합수부의 모래톱. 완벽한 사주섬(모래섬)이 생겨났다. 저 모래톱으로 걸어들어갔다. 새봄 생명의 약동 소식들 들었다.
 구미보 아래 낙동강 감천 합수부의 모래톱. 완벽한 사주섬(모래섬)이 생겨났다. 저 모래톱으로 걸어들어갔다. 새봄 생명의 약동 소식들 들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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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흑두루미가 찾아오던 낙동강 감천 합수부로 이동해 봤습니다. 이곳에서도 흑두루미는 못 만나고 넓은 모래톱만 만났습니다. 이곳도 4대강사업 당시 6미터 깊이의 준설을 했던 곳인데 모래가 이렇게 다시 쌓였습니다.

감천이 살아 흐르는 강이기 때문이지요. 강이 흐르기만 하면 이렇게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낙동강 보가 하루빨리 철거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곳의 상징인 흑두루미를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낙동강 감천 합수부에서 만난 것들

모래톱을 돌아다니는데 버드나무에 물이 올랐습니다. 버드나무의 연초록빛이 품어내는 봄 빛깔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봄이 완연합니다. 저 멀리에서는 고라니 한 마리가 물을 먹으러 왔는지 강가를 어슬렁거립니다.
 
왕버들에 물이 올랐다. 새봄을 알리는 연초록빛이 너무 아릅담다.
 왕버들에 물이 올랐다. 새봄을 알리는 연초록빛이 너무 아릅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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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위의 고라니 한 마리. 평화의 상징이다. 이곳은 바로 야생의 공간이다.
 모래톱 위의 고라니 한 마리. 평화의 상징이다. 이곳은 바로 야생의 공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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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위의 고라니는 그 자체로 평화의 상징처럼 보입니다. 고라니가 평화로이 거니는 풍경은 이곳이 야생의 공간임을 말해줍니다. 갑자기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라니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껑충껑충 어느새 고라니는 풀섶으로 달아납니다. 인간과의 간극이 딱 그만큼만인 것 같습니다. 언제쯤 우리 인간이 조금 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런지요?

물가에서는 어른 팔뚝만한 잉어들이 인기척에 놀라 퍼드득 달아납니다. 수심이 얕은 물가에 잉어들이 나와 있습니다. 곧 산란철이 임박했다는 증거입니다. 그 시절이 돌아오면 물가에서 잉어들의 요란한 산란행동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시나브로 생명 약동의 시절입니다.

저 멀리에서는 꼬마물떼새들이 모래톱을 종종걸음으로 돌아다닙니다. 이들도 곧 알을 낳고 포란을 시작하게 되겠지요. 모래톱의 자갈밭에서는 어김없이 이들의 알집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맘때 모래톱 걷기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작은 자갈돌과 거의 구분이 안되는 보호색을 띤 물새알이기에 말입니다.

흑두루미의 땅을 외면하는 흑두루미

그러나 이곳 모래톱은 흑두루미의 땅이었습니다. 매년 10월말이면 시베리아 등지에서 일본 이즈미로 월동을 떠나는 흑두루미 무리들이 해평습지(강정습지)에서 쉬어가곤 했는데, 작년부터는 전혀 찾지를 않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러시아 시베리아로 다시 귀향을 하는 철인 지금 다시 들를 만도 한데, 역시 들르지 않은 것입니다. 흑두루미들의 안전한 잠자리터가 될 넓은 사주섬(모래섬)도 생겼는데, 그래서 흑두루미들이 내려앉기 딱 좋은 지형적 요소를 갖추었는데, 녀석들이 내리지 않고 그냥 가버린 것 같아 너무 서운합니다.
  
낙동강 감천 합수부의 넓은 모래톱. 이곳에 흑두루미들이 도래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흐두루미들이 전혀 찾고 있지 않다
 낙동강 감천 합수부의 넓은 모래톱. 이곳에 흑두루미들이 도래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흐두루미들이 전혀 찾고 있지 않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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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선생님의 추측대로 낙동강 루트를 타고 시베리아로 돌아갔더라도 낙동강에 내리질 않고 그냥 바로 날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 모래톱이 사라진 때문이지요. 넓은 모래톱이 있어야 이들이 안심하고 내려서 지친 날개를 쉬었다가 다시 날아갈 것인데 이들이 쉬어갈 장소가 사라진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곳 감천 합수부에는 감천의 모래들이 내려와 쌓이면서 새로이 모래톱이 만들어져 흑두루미들이 내려앉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지난해부터 흑두루미들이 내리질 않고 있는 것입니다.

칠곡보의 수문개방이 이루져야 합니다. 늦가을 이들이 찾기 시작하는 시절만이라도 칠곡보의 수문을 개방해 해평습지에 다시 모래톱이 생겨난다면 흑두루미들이 다시 해평습지를 찾을 겁니다. 다행히 지난해 칠곡보의 수문개방을 1미터 정도 했더니 이곳 감천 합수부의 모래톱이 더 넓어졌습니다.

칠곡보의 개방 폭을 더 넓힌다면 더 넓은 모래톱이 드러날 것이고, 그 모습을 보고 안심한 흑두루미들이 다시 해평습지를 찾게 되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

그래서 올해 10월말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칠곡보의 수문개방 폭을 3~4미터로 내리고 더 넓게 드러난 모래톱 위에 '뚜루루 뚜루루'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흑두루미들이 내려앉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을 말입니다.
 
2014년 낙동강 감천 합수부를 찾은 흑두루미. 그러나 지난해부터 더이상 흑두무리가 이곳을 찾고 있지 않다
 2014년 낙동강 감천 합수부를 찾은 흑두루미. 그러나 지난해부터 더이상 흑두무리가 이곳을 찾고 있지 않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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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평습지 철새도래지의 명성 또한 되찾게 되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과거 해평 농민들은 이곳의 쌀 브랜드명을 '흑두루미쌀'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만큼 흑두루미들이 많이 찾았고 농민들도 이들의 존재를 반겨 받아들였음을 증명해주는 것이라 봅니다.

인간과 흑두루미들의 공존을 원합니다. 추수가 끝난 논에는 볏집을 존치시켜서 흑두루미를 비롯한 배고픈 철새들이 낙곡을 찾아먹게끔 해주는 그런 노력들이 흑두루미와의 공존의 공간을 늘리는 것입니다.

인드라망의 원리에 의하면 만물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흑두루미와 우리 인간도 다 연결된 존재입니다. 흑두루미가 떠난 곳에서는 인간 또한 오래 머물 수 없게 될 겁니다. 

윤석열 새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

4대강사업은 낙동강을 비정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멀쩡하게 흐르던 강을 흐름이 없는 호수로 만들어 버렸고, 낙동강의 상징인 모래톱은 모두 수장시켜 버렸습니다. 그 결과 녹조가 창궐했으며 새들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공존의 질서가 파괴된 것입니다. 그 결과는 녹조 독으로 오염된 식수와 녹조 독으로 오염된 농산물을 우리에게 안겨준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살기 위해서라도 낙동강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강은 흘러야 강입니다. 수질이 맑아지고, 모래톱이 돌아와 철새들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되돌아오는 건강한 낙동강이 되길 바랍니다.

낙동강이 건강하면 낙동강은 건강한 식수와 건강한 농업용수를 제공해 건강한 수돗물과 건강한 농산물을 우리에 선사할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야생동식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 생명과 공존의 길의 놔두고 왜 죽음과 배척의 길을 가야 하나요.
공존의 질서가 파괴된 증거인 낙동강 녹조. 녹조는 독이다. 녹조는 독인 든 식수와 농산물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4대강사업 전의 생명의 낙동강으로 되돌려야 한다.
 공존의 질서가 파괴된 증거인 낙동강 녹조. 녹조는 독이다. 녹조는 독인 든 식수와 농산물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4대강사업 전의 생명의 낙동강으로 되돌려야 한다.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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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윤석열 정부가 새로이 들어섭니다. 후보시절 윤석열 당선인은 4대강 재자연화를 폐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발언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책임한 발언인지는 낙동강 주변에서 생산된 녹조 독이 든 농산물이 웅변해줍니다.

녹조 독이 든 농산물을 우리 아이들이 먹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농부들이 녹조 독이 든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낙동강에 녹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고, 녹조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낙동강을 흐르는 강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새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리라 믿어 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흑두루미가 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과 내성천 현장을 기록하면서 4대강사업의 해악을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저서.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2018, 도서출판 참)


태그:#낙동강, #흑두루미, #모래, #녹조, #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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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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