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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청 앞 새만금 신공항 반대 기자회견
 전북도청 앞 새만금 신공항 반대 기자회견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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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5일)은 봄바람 순례길 열흘째입니다. 오전에는 민주노총 전국본부에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과 간담회를 가진 뒤 오후, 전북도청 현관 앞에서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촉구집회와 국민의힘 전북당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하였습니다.
    
새만금에 대한 처음 기억이 떠오릅니다. 2003년, 문규현 신부님을 비롯하여 각 종단 종교인들은 새만금 간척 개발을 막기 위해 전북 부안 해창 갯벌에서 청와대 앞까지 삼보일배를 하였습니다. 문규현 신부님이 당시 삼보일배에서 "자본에 의해 파괴된 자연과 인간가치를 회복하고 우리의 잘못을 참회하자"고 호소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지금 한국사회는 성찰은커녕 온통 자본논리에 속아서 개발광풍에 휩쌓여 있습니다.  

새만금 사업비는 22조 7900억 원이며 2021년 말까지 8조 4400억 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입니다. 개발의 이익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재벌 건설업체에게 돌아갔습니다. 국민의 혈세만 낭비되었습니다. 

새만금 개발 30년을 되돌아봅니다. 갯벌은 죽어갔고 수없이 많은 포구와 마을이 사라졌습니다. 새만금 갯벌에 콘크리트를 채워 호텔과 테마파크를 만듭니다. 새만금 건설은 이제 새만금 신공항으로 이어집니다. 1.3km  옆에 군산공항이, 한시간 반 거리에 광주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이 있습니다. 이 세 공항은 모두 만성적자 공항입니다. 결국 새만금 신공항 건설은 미공군기지인 군산공항의 활주로를 확대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발주의와 군사주의가 평화를 깨뜨리고 생명을 죽이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갯벌은 살아있다

토요일(26일) 오전 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인 수라갯벌을 답사하였습니다. 비가 오고 갯벌은 해무로 가득차 있습니다. 멀리 부산에서 , 인천에서, 서울에서, 청주에서 길동무들이 찾아옵니다. 갯벌로 들어가려는 입구에 나이드신 노인 두분이 서 있었습니다.

"갯벌이 다 죽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이제 와서 뭐해."

노인은 분노와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포기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평생을 갯벌에서 생업을 해온 사람들에게 갯벌을 빼앗은 것은 범죄입니다.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설 수라갯벌 앞에서 봄바람과 길동무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설 수라갯벌 앞에서 봄바람과 길동무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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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과 길동무들은 우비를 입고 수라갯벌을 걸었습니다. 수라갯벌에 방조제를 만들어 물을 가두어 숨을 쉴 수 없어도 해초들은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듯 합니다. 갯벌에 자라는 수많은 풀들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저멀리 앙상한 가지의 나무 한그루가 외롭게 버티고 있습니다. 

수라갯벌은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철새의 서식지이자 기착지입니다. 흰발농게가 살고 있으며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의 집단 서식처라고 합니다. 
      
수라갯벌 습지에 있는 나무
 수라갯벌 습지에 있는 나무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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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생명의 땅을 폐허로 만든 위에 세워진 개발과 성장은 기득권의 논리이며 강자의 또 다른 폭력입니다. 거짓 성장은 계속됩니다. 갯벌에 새만금 신공항을 지으려고 합니다. 그들의 지배논리에 속아 돌아가는 세상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600년 팽나무와 하제

하제 가는 길은 미군기지가 있습니다. 철책뒤로 탄약고와 격납고가 보입니다. 미군은 오래전부터 기지안에 커다란 탄약고를 만들었습니다. 하제마을이 탄약고가 되었습니다. 국방부는 2000대부터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사업을 한다면서 강제로 하제마을 주민들의 땅을 수용하였습니다. 미군은 최근 국방부에게 그 하제땅을 공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힘없는 마을 주민들을 쫒아낸 정부와 미군의 행태에 대해 분노가 생깁니다. 

수라갯벌 근처의 어느 교회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먹고 하제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마을이 사라진 하제마을을 지키는 팽나무 앞에서 17번째 팽팽문화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주민없는 하제를 지키는 600년 팽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팽나무 뒤로 옆으로 길게 이어진 대나무 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룹니다. 팽나무의 자태는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하늘로 쭉 뻗은 나무가지의 흔적에는 하제마을의 슬픈 역사가 새겨진듯 합니다. 
      
팽팽문화제의 풍경
 팽팽문화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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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제마을은 오랫동안 군산미군기지 반환운동을 한 시민단체와 팽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월 축제를 엽니다. 노래를 부르고 농사를 짓고 팽나무를 안아주며 평화의 불씨를 이어갑니다. 팽나무 앞 문화제를 시작한 것은 문정현 신부님과 평화바람 식구들이었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하제마을에 온 사진작가가 팽나무를 발견하고 사진에 담았습니다. 평화바람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전시공간에서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문 신부님은 하제마을 근처에서 수시로 군사미군기지 되찾기 운동을 해왔지만 처음 본 나무였다고 했습니다. 어느날 새벽 팽나무를 찾아가 한참을 붙잡고 울었다고 하였습니다. 그 나무가 신부님에게 '그동안 어디 가있었어요, 나를 지켜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제마을 팽팽문화제에서 씨뿌리기
 하제마을 팽팽문화제에서 씨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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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문화제는 봄을 맞이하여 밭을 일구고 상추를 심고 다른 채소도 심었습니다. 하제마을에는 "하제캠핑촌장"이 있습니다. 촌장님은 평소에 황량한 벌판의 한 구석에서 대나무를 얼기설기 이어 지은 비닐하우스에서 손님들을 맞이 합니다. 아름다운 하제마을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팽팽문화제에서 촌장님이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한동안 하제에 올 수가 없었어요. 작년에는 팽나무 옆에 대나무가 작년에는 벌겋게 얼었는데. 올해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올해는 한파가 두번 왔거든요. 봄이 와서 씨앗이 싹트고 있어요. 저 씨앗이 터져서 멀리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싶어요. 농사를 짓다보면 사람의 손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도 한사람, 열사람, 백사람으로 전국 곳곳에 씨앗처럼 퍼져서 하제를 살리고 싶습니다"  (캠핑촌장)

팽나무 앞 축제는 군산에서 사는 가수도 노래를 부르고 성미산 학생들도 노래율동을 하며 오랫만에 행복해지는 봄날을 만들었습니다. 

태그:#새만금 신공항 반대, #수라갯벌, #팽팽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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