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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와 구미시가 오는 4월 4일 '해평 취수원 공동이용 협정서'를 체결한다고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대구지역의 많은 신문들이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가 타결됐다고 반기는 기사들([사설] 가뭄에 단비 같은 낭보 '대구취수원 이전' 타결)을 싣고 있다. 협정서 체결이 이뤄지면 대구시는 2028년부터 해평 취수원에서 하루 30만톤의 물을 공급받게 된다. 

불편하다. 대구시가 구미 해평 취수원에서 물을 공급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취수원 이전은 지금 한창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낙동강 녹조 독소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구미 해평도 녹조 문제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주장] 녹조 독소 농산물 문제, 소비자와 농민이 직접 나서야).
 
대구 취수원을 이전하겠다는 구미 해평취수장이 있는 낙동강. 하중도를 가운데 두고 흐르는 방향으로 왼쪽에 해평취수장이 있다.
▲ 구미 해평 대구 취수원을 이전하겠다는 구미 해평취수장이 있는 낙동강. 하중도를 가운데 두고 흐르는 방향으로 왼쪽에 해평취수장이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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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녹조 독이 든 농산물 문제 또한 마찬가지로 해결 불가다. 이 문제는 낙동강을 재자연화 해야만 해결된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낙동강을 흐르는 강으로 되돌려놓아야만 녹조 문제는 해결된다. 흐르는 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면 취수원 이전이 가능할까? '대구 취수원 이전'은 낙동강 보로 엄청나게 많아진 강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이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낙동강의 수량이 적어진다면 구미가 과연 대구에 물을 줄 수 있을까?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은 공짜가 아니다

더구나 대구 취수원 이전은 공짜가 아니다. 대구 구미간 55㎞의 도수로를 깔아야 한다. 문산·매곡취수장의 초고도설비 비용까지 합치면 그 비용이 7199억 원이나 된다. 새로운 토건공사가 필요한 일이다. 국민세금을 또 써야 한단 이야기다. 

대구시민들에게도 마냥 반가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값이 인상된다. 광역상수도가 되기 때문에 수자원공사에 더 비싼 값을 주고 물을 사와야 한다. 원수값이 톤당 53원에서 톤당 238원으로 인상된다. 그 인상분의 부담은 고스란히 대구시민들에게 전가되게 된다. 

녹조 문제가 여전하고 수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지지도 않은 물을 얻기 위해서 7199억 원이나 되는 국민세금을 써야 하고, 대구시민은 더 비싼 물값을 내야 하는데도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을 대구시민들이 마냥 좋아라 할까?
 
구미산단이 들어서 있는 낙동강. 낙동강을 가운데 두고 양안쪽이 다 구미산단이다. 이곳에서 미량의 유해화학물질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구미산단이 들어서 있는 낙동강. 낙동강을 가운데 두고 양안쪽이 다 구미산단이다. 이곳에서 미량의 유해화학물질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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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산단의 미량의 유해화학물질 문제는 무방류시스템으로 풀어야 한다. 환경부가 이미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구미산단의 화학물질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해야만 안전한 수돗물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서 청산가리 100배 수준이라는 녹조 독소 문제 또한 해결해야만 대구시민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강과 인간이 함께 잘 살기 위하여

따라서 당국은 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해놓고 중류권 낙동강 관리에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하류에 더 많은 오염부하를 안길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은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은 아니다.

우선 재자연화로 낙동강을 자연성과 자정작용이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들고, 구미산단의 화학물질을 무방류시스템으로 잡아낸다면 낙동강은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강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상류와 중류 하류의 영남인이 낙동강을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길만이 영남인이 사는 길이요, 국민세금이 낭비되지 않는 길이요, 낙동강의 뭇 생명들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이 때문에 4일 있을 대구와 구미시간에 해평 취수원 공동이용 협정서 체결에 분명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낙동강과 영남인 그리고 낙동강의 뭇 생명들이 함께 살기 위해서.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재자연화를 희망합니다. 저서에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2018, 도서출판 참)이 있습니다.


태그:#낙동강, #디구 취수원 이전, #구미산단, #해평취수장, #무방류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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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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