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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원전백지화기념탑
 삼척 원전백지화기념탑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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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봄바람 순례단은 삼척 원전 백지화 기념탑을 찾았습니다. 길동무로 멀리 광주에서 오신 수사님, 춘천에서 부당징계에 맞서 싸우는 유천초 교사들, 수녀님과 지역주민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근덕면 덕산리의 강가 옆의 조그만 공원에 있는 원전백지화 기념비에 글귀입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시 모였다.
산자수려한 삶의 터전
빛나는 역사의 땅 근덕!
우리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삼보일배 원전반대 총칼만큼 무서운 저들의 힘
회유, 협박, 중상모략으로 우리 마을 곳곳이 상처이지만
마침내 승리했다. 우리가 이겼다. (2019.8.29)

원전반대 백지화 기념공원에는 두 개의 기념비가 있습니다. 하나는 1999년에 세워진 원전 백지화 기념비와 또 하나는 2019년에 세운 대진 원전건설 백지화 기념비입니다. 1982년부터 4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하나의 기념비가 아니라 두 개의 기념비를 세워져야 했습니다. 한 시골 마을에서 탈핵을 위해 40년 동안 싸워왔던 사실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 세월 동안 정부는 두 번이나 원전을 세우려 했습니다. 주민들은 처절하게 싸웠고 그 결과 정부는 결국 포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의 원전 재추진 정책으로 삼척에 원전을 세우겠다는 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원전백지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주민들에게 참 가혹한 세월입니다.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살아온 우리의 무심함도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석탄화력발전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물질,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동해안에는 이미 6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습니다. 지금 삼척은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삼척 블루파워가 석탄화력 발전소 2기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본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의 산은 흉물스럽게 맨살을 드러내었고 흙더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 흙이 다시 맹변해안을 메꾸고 있습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반대 투쟁위원회 성원기 대표와 지역주민, 길동무들은 원전백지화 기념탑부터 삼척 시내의 우체국까지 12킬로 도보순례를 하였습니다. 가는 곳곳, 산과 바다는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삼척 화력발전 반대 도보 순례
 삼척 화력발전 반대 도보 순례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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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방해변은 명주조개가 유명한 5.2km의 긴 해변을 가진 명사십리입니다. 그러나 발전소를 지으면서 부두와 방파제 건설로 해변은 오염되며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모래가 사라지고 흙이 뒤덮혀 가고 있었습니다. 너비 50m에 이르던 해안이 5m가량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청정바다에 황토물이 오탁수방지막을 넘어 흘러 나옵니다. 케이슨 거푸집이 바다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오래된 소나무 숲이 사라졌고 그 위에 호텔과 관광시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석탄 발전을 중단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며 국민을 속여왔던 것 입니다. 포스코의 부실공사를 언론은 침묵합니다. 정부와 언론은 대규모 토건자본의 이윤을 보장해주고 이들의 동맹은 기후위기를 더 가속화 할 것입니다. 도보순례단은 삼척 우체국 앞에서 삼척화력발전소 백지화를 위한 거리미사를 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강릉 바닷가 근처의 집에서 하루를 묵습니다. 어둠이 내린 바다에는 거센 파도 소리가 들려옵니다. 늦은 밤, 멀리 제주에서, 안동에서 길동무들이 찾아왔습니다.
 
삼척화력발전반대 도보순례 후 삼척우체국 앞 거리미사
 삼척화력발전반대 도보순례 후 삼척우체국 앞 거리미사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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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끝까지 간다
 

12일, 새벽녘에 일어나니 동해의 붉은 해가 저 멀리 수평선을 물들이며 떠오릅니다. 저 풍광조차 누구에게는 평화로운 아침이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전쟁 같은 하루 입니다. 아침 일찍, 바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러 강릉항으로 갑니다. 춘천에서 해고된 교육 노동자들도 연대하기 위해 먼저 와 있습니다.
 
시스포빌 해고노동자 강릉항 집회
 시스포빌 해고노동자 강릉항 집회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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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로 떠나는 울릉도행 강릉항에는 씨스포빌(SEASPOVILL) 여객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습니다. 피켓에 '해운지부! 노조탄압 철회 투쟁! 334일 차, 부당해고 철회 투쟁! 114일 차, 강릉·묵호 출근투쟁 43일차'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쓰여져 있습니다.

강릉과 묵호항에서 울릉도로 떠나는 씨스포빌 선원노동자들은 작년 5월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5명의 조합원은 부당전직과 해고로 8개월째 투쟁하고 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씨스포빌 선원노동자에게 인사발령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회사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선원노동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참고 견디며 일해 왔습니다. 오늘로 334일째가 된 노동자들은 '끝까지 간다'며 힘을 냅니다. 해고자들은 여객선이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출항할 때까지 바라보고 있다가 돌아섭니다. 일터로 돌아가는 것,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견디어 냅니다.
  
설악산을 있는 그대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백지화 양양군청 앞 집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백지화 양양군청 앞 집회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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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순례단은 서둘러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반대집회가 열리는 양양군청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입니다. 천연보호구역이고 백두대간 보전지역이며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입니다.

82년 설악산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계획이 수립된 이후 올해가 4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케이블카 설치 규제를 완화하고 박근혜 정부는 조건부 가결을 결정하여 재추진하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에는 '적폐사업'이라며 케이블카 사업을 중단시키겠다고 하였으나 실제 행정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지부진하게 끌고 오다가 대책위와 주민들이 400일 가까이 길거리에서 투쟁한 끝에 2019년에 부동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번에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부동의' 결정에 하자가 있다면서 다시 결정을 되돌렸습니다. 지금까지 되돌리고 되돌려온 지난한 세월입니다. 강원도지사, 군수, 여야 할 것 없이 업는 정치인은 오색 케이블카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설악산 지키기 국민행동 박그림 대표가 봄바람 순례단을 환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고 의무입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목적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우리는 왜 바라보지 못하는가? 오직 돈으로 매몰된 탐욕의 세상에서 그나마 국토의 4% 국립공원조차 돈벌이 대상이 되었습니다. 삶에 지친 우리의 영혼은 어디에서 위로 받을 것인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당선인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무조건 추진'이라는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무조건 추진이라고 걸고 덤벼드는 사람에게 싸움은 훨신 쉬워질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일어서 싸울 것입니다.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바라보면서 오직 싸우고 막아내고 지킬 것입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하부 정류장 예정지 답사
설악산을 그대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하부 정류장 예정지 답사 설악산을 그대로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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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천연기념물 제171호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설악산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며 그곳에는 어떤 시설도 만들 수 없다고 합니다. '돈이 눈에 어른거리는 사람에게 생태적 감성'은 없습니다. 연설을 하는 한 분은 '설악산에 사는 산양을 비롯한 모든 천연기념물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설악산을 있는 그대로' 남겨 달라고 호소합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설악산을 지키는 지역 주민과 함께 오색케이블카 하부 정류장 예정지를 답사하고 내려왔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회의 교훈은 모든 생명과 공존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권력과 자본의 개발주의를 멈추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평화의 길을 찾아갑니다
 

설악을 지나 대관령을 넘어오는 산길은 그 자체로 절경입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인제 서화리에 위치한 한국 DMZ평화생명동산(평화동산)을 찾아갔습니다. 전국의 길동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1박 2일로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전주에서, 김포에서, 서울에서, 청주에서 많은 길동무들이 참여하였습니다.

평화동산 교육실에서 서화리 이장님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남쪽의 최북단 지역까지 자본은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이장님은 인제군은 농경지가 많은 편이었는데 기업자본이 들어서면서 농촌이 잠식당하고 있다고 한탄합니다. 기업이 인삼밭을 운영하면서 농지가 줄어듭니다. 홍수조절기능을 하는 논이 사라지고 인삼밭으로 지력을 잃어 땅의 회복이 안된다고 합니다. 양구군 펀치볼 근처는 인삼밭이 80%까지 늘어나 농지를 잠식하였다고 합니다.

이제는 농촌도 원주민 중심이 아니라 외부자본에 의해 망가지고 있습니다. 대자본이 들어서면 동네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공동체가 파괴됩니다. 이번 순례길에서 만난 농촌 지역에 산업단지와 유해시설이 들어선 곳의 마을 사람들에게 언제나 듣는 이야기입니다.
 
다른세상을만나는40일순례 봄바람 길동무와 인제 DMZ 평화의 길 걷기
 다른세상을만나는40일순례 봄바람 길동무와 인제 DMZ 평화의 길 걷기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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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가 있는 접경지역 주민은 피해가 많습니다. 군사 훈련으로 사용되는 기름과 포사격으로 주변에 중금속 오염도가 높아집니다. 마을 주민들은 1년에 180일 동안 가까이 포사격의 소음을 듣고 살아야 합니다. 포사격으로 화약 냄새가 진동하며 상수원이 오염됩니다. 국방부에 사격장 근처의 수질, 토양 검사를 요구하지만 답이 없습니다.

골짜기에 군대에서 버리는 쓰레기가 묻혀 있습니다. 군부대가 있던 자리에 묻힌 폐타이어 쓰레기가 트럭 10대에 실릴 정도로 심각합니다. 폐차된 군용차량을 땅에 그대로 묻기도 합니다. 전국적으로 DMZ 접경지역 주민들은 약 20만호에 이른다고 합니다. 도시에 있는 사람은 접경지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모릅니다.

인제 서화리 사람들은 상수원의 오염을 막기 위해 싸우지만 도시의 사람들은 누군가에 의해 지켜진 깨끗한 물을 당연하게 사용합니다. 농촌과 도시는 서로 다른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도시와 마을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접경지역에 살아가고 있다는 이유로 피해를 받고 사는 사람들의 손을 잡는 것이 진정한 연대성입니다.

이튼날 봄바람 순례단과 길동무들은 마을 주민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DMZ 평화의 길'을 걸었습니다. 오래전 마을 사람들이 금강산 소풍을 가던 길이라고 합니다. 분단의 땅은 사람들 마음에 경계선을 긋고 평화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 경계선이 사라지는 날을 염원하며 다시 힘을 내어 길을 따라 걷습니다.

교사들은 학교로 돌아가야 합니다
 

13일, 봄바람 순례단은 춘천으로 갔습니다. '강원도 교육청 행정폭력에 저항하는 유천초등학교 공동대책위원회 수요집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삼척부터 강원지역 순례에 함께 참여했던 유천초 교사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징계받은 교사들은 혁신학교 취소철회와 부당징계 취소를 요구하며 176일째 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강릉에 있는 유천초는 2020년 3월 개교와 동시에 혁신학교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였습니다. 기후위기와 채식 교육을 하였습니다.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보수세력은 혁신학교가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공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교육청은 유천초에 표적 감사를 하였고 혁신학교 지정을 취소하였습니다. 교육청은 성희롱 가해자에게 사과 요청을 한 피해자를 징계하였습니다. 교육청은 교사들에게 가장 소중한 교권을 빼앗고 학교에서 쫓아냈습니다. 교육관료들은 교사를 빼앗긴 아이들이 받는 아픈 상처를 알 리가 없습니다.

추운 겨울이 시작될 때 교사들은 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였습니다. 오히려 교육청은 농성교사에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과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집회를 하면 매일 100만 원의 벌금을 내라고 합니다. 교육청이 악덕 기업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강원도교육청 행정폭력에 저항하는 유천초 투쟁
 강원도교육청 행정폭력에 저항하는 유천초 투쟁
ⓒ 한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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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길동무들이 참여한 수요집회에서 교사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참여자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감동의 자리였습니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십시일반 음식연대의 밥묵차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누군가의 밥이 된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은 없습니다. 밥묵차의 따뜻한 국과 정성스런 음식을 먹으며 모두 한식구가 된 느낌입니다.

부디 교사들이 힘을 잃지 않고 아이들이 있는 학교로 돌아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이들에게 따뜻한 연대가 지금 필요합니다. 연대만이 교사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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