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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왕버들 군락에 물이 올랐다. 내성천이 초록으로 물들었다. 아름답다. 이맘때 내성천이 가장 아름답다.
▲ 초록으로 물든 내성천 내성천 왕버들 군락에 물이 올랐다. 내성천이 초록으로 물들었다. 아름답다. 이맘때 내성천이 가장 아름답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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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을 맞아 지난 4월 15일 내성천을 다시 찾았다. 4월 30일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 생태기행을 앞두고 답사차 내성천을 다시 찾은 것이다. 4월 말 회원들과 함께 내성천 물길 걷기를 하기 위해서 미리 걸을 장소를 사전에 걸어보기로 하고 사무처장과 함께 길을 나선 것이다.

8년 전 같은 코스를 걸은 적이 있다. 시기도 비슷하다. 딱 요맘때다. 기록을 확인해보니 8년 전 그날은 4월 9일이었고, 올해는 그보다는 며칠 늦은 4월 15일이란 사실이 차이다. 왕버들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던 바로 그때 회룡포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의 내성천을 8년 전에 이어 올해도 걷게 된 것이다.

8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회룡포 물길

그런데 8년 전과는 많이 달아져 있었다. 우선 넓은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가던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물길이 나뉘어 있었고 물길은 좁고 깊어져 있었다. 그리고 모래 입자는 많이 거칠어져 있었다. 8년 전엔 맨발로 걸어도 전혀 발이 아프지 않았지만 올해는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모래보다는 자갈돌이 많았다.
 
넓은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가는 전형적인 내성천의 8년 전 모습이다.
 넓은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가는 전형적인 내성천의 8년 전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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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었던 물길이 좁은 물길 여러 개로 나뉘어 깊어졌고, 모래 입자는 꽤 거칠어졌다. 발바닥이 아팠다.
 넓었던 물길이 좁은 물길 여러 개로 나뉘어 깊어졌고, 모래 입자는 꽤 거칠어졌다. 발바닥이 아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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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모래가 하류로 많이 쓸려 내려갔다는 이야기다. 상류에서는 영주댐으로 인해 더 이상 모래가 내려오지 않고 있으니 쓸려 내려가는 모래의 비율이 더 높을 수밖에 없을 터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곳곳에 섬처럼 들어선 곳에 식생(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내성천 전역에서 보이는 변화가 하류에 해당하는 이곳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넓은 백사장과도 같은 모래톱 대신에 좁은 물길 그리고 그 옆엔 '식물 섬'이 들어섰다. 이제 저 나무와 풀은 점점 자랄 것이고 그리 되면 완전히 다른 형태의 하천으로 바뀌고 말 것이다.

반갑지 않은 '초록'과 반가운 '초록'

초록이 다 반갑지 않은 이유다. 강 가운데 들어선 초록은 내성천의 고유성을 없애게 되기 때문에 반갑지 않은 초록이다. 영주댐이 사라지고 큰 홍수가 져서 가운데 섬처럼 들어선 저 식생들을 쓸고 내려가지 않는 이상 저 모습은 저대로 유지가 될 것이라서 걱정이 앞선다. 내성천의 맨 하류에 해당하는 이곳에서도 내성천 고유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까닭이었다.

그렇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있었다. 바로 왕버들 군락이 만들어내는 반가운 초록이었다. 자연제방에서 자생적으로 자란 왕버들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 건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무가 더 자라나 왕버들이 더 울창하게 변한 게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울창하게 자란 왕버들에서 내뿜는 초록빛은 황홀했다.
 
왕버들 군락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초록이 너무 반갑다. 황홀한 아름다움이다.
 왕버들 군락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초록이 너무 반갑다. 황홀한 아름다움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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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버들 군락에 초록이 무성하다. 내성천이 초록으로 물들었다.
 왕버들 군락에 초록이 무성하다. 내성천이 초록으로 물들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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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물이 오른 새싹 잎이 선보이는 연초록빛은 너무 아름답다. 순수한 초록이랄까? 초록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이 왕버들이 내뿜는 초록빛 때문에 알게 됐다. 그래서 이맘때의 강이 가장 아름다운 때라고 생각한다.
 
▲ 내성천의 봄, 초록으로 물들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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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 연초록빛 왕버들 군락이 자연제방을 따라 자라 있고 그것이 상당 구간 걸쳐 있어서 그 옆을 지나는 순간은 완전히 초록으로 물들 것만 같다. 이 초록띠는 회룡포마을까지 이어져 있으니 이 왕버들이 선사하는 초록빛을 따라 걸어가면 드디어 회룡포마을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고통의 연쇄반응

회롱포마을 아래 모래톱에 이르는 이곳에도 큰 변화가 있다. 모래톱을 굴착기로 긁은 자국이 선명하다. 회룡포의 자랑인 백사장과도 같은 모래톱 위에도 풀과 버드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하자 이를 보다 못한 예천군에서 문화재청의 예산을 지원받아서 수목 제거 작업을 벌인 것이다.

백사장은 돌아왔지만 이곳에서 알을 품던 물떼새들에겐 '난리'가 난 셈이다. 알을 낳고 포란을 해야 할 자리를 굴착기로 밀어버렸으니 알둥지를 만들었던 자리도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어서 물떼새들에겐 엄청 혼란의 시간이 될 듯하다.
  
굴착기를 동원해서 모래톱을 긁어놓은 모습. 회룡포 모래톱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인공의 모래톱이다.
 굴착기를 동원해서 모래톱을 긁어놓은 모습. 회룡포 모래톱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인공의 모래톱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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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래톱 위를 서성이는 꼬마물떼새들이 애처롭게 보이는 이유다. 이처럼 자연은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변형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 손을 안 되는 것이 옳다. 홍수와 같은 큰 물길이 져서 모래톱을 안정화시켜 줘야 하는데 그것을 영주댐이 막고 있고 설상가상 인간이 개입해서 모래톱을 긁어놓으니 물떼새들이 고통을 당하게 되는 고통의 연쇄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나마 회룡포 모래톱이 백사장 형태의 모습으로 바뀐 것은 이렇게 굴착기로 식생들을 제거하고 평탄화 작업을 해준 덕분이다. 자연이 해주지 않은 일을 인간이 개입해서 만들어낸 인공의 풍경이 지금의 회룡포의 모습인 것이다.

마치 이발한 듯한 선몽대의 안타까운 모습

아쉬운 회룡포의 모습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선몽대로 향했다. 선몽대에서는 더 심각한 인간의 개입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선몽대도 회룡포와 마찬가지로 국가 명승지이다. 회룡포가 국가명승 제16호고 선몽대 일원이 국가명승 제19호다.

선몽대가 아니라 선몽대 일원이다. 바로 명사십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 바로 이곳 선몽대 앞에 펼쳐진 모래톱이었다. 순백의 백사장 그것이 선몽대 앞에 펼쳐져 있었고 선몽대와 어우러진 그 모습이 아름다워 선뭉대 일원이 국가명승으로 지정된 것이다.
 
2014년 4월의 선몽대 일원. 넓은 모래톱이 드러난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4월의 선몽대 일원. 넓은 모래톱이 드러난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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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몽대 위 백사장에 식생이 완전히 뒤엎였다. 이런 식으로 식생이 자라자 예천군에서 이발을 하듯 선몽대 주변만 수목을 제거해놓았다.
 선몽대 위 백사장에 식생이 완전히 뒤엎였다. 이런 식으로 식생이 자라자 예천군에서 이발을 하듯 선몽대 주변만 수목을 제거해놓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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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곳 역시 영주댐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서 명사십리라는 그 모래톱이 사라진 지 오래다. 벌써 몇 해 전부터 이곳 모래톱에서 식생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물길은 나뉘어서 골이 깊어지고 회룡포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그 모습이 이곳 선몽대 앞에서도 그래도 재현된 것이었다.

회룡포보다 더 상류이니까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국가명승의 이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곳도 역시 예천군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역시 문화재청의 예산을 지원받아 수목 제거 작업을 이곳에서도 벌였다.
 
마치 이발한 듯 직사각형으로 식생을 제거한 모습. 선몽대 일대만 모래톱이 드러나도록 만들어놓았다.
 마치 이발한 듯 직사각형으로 식생을 제거한 모습. 선몽대 일대만 모래톱이 드러나도록 만들어놓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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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모습이 참 우습다. 드론을 통해서 하늘 위에선 보니 선몽대를 중심으로 직사각형 모양으로 그 일대를 마치 이발하듯이 수목을 모두 제거해버린 것이다. 그 상류와 하류엔 식생이 웃자란 하천의 모습이고 그곳만 예전 내성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국가명승을 유지하기 위해선 백사장과 같은 모래톱이 있어야 하니 궁여지책으로 식생을 밀어버린 것이다. 하늘에서 보면 그 일대만 백사장이고 나머지 구간은 전부 식생이 들어찬 습지 형태의 하천의 모습이다.

영주댐 하루빨리 철거해야

영주댐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댐이 하나 들어섰을 뿐인데, 그 댐으로 인한 내성천의 변화는 너무나 크다. 그것도 내성천 고유의 가치를 상실하게 만드는 변화이다. 그런데 영주댐은 댐으로서 기능을 할 수가 없는 상태다. 1조 1천 억 원이나 되는 천문학인 예산을 써서 댐을 만들었지만 그 댐은 무용지물의 댐으로 전락했고, 그 댐으로 인해서 우리 하천의 원형을 간직한 국보급 하천 내성천은 하루가 다르게 망가지고 있다.
 
영주댐을 준공하고 시험 담수를 해 물을 채웠더니 2016년 그해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는 그 이듬해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영주댐의 목적은 낙동강의 수질개선이다. 이런 녹조 물로 낙동강 수질을 개선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영주댐 철거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 "녹조 배양소" 영주댐 영주댐을 준공하고 시험 담수를 해 물을 채웠더니 2016년 그해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는 그 이듬해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영주댐의 목적은 낙동강의 수질개선이다. 이런 녹조 물로 낙동강 수질을 개선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영주댐 철거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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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용도를 상실한 영주댐을 하루빨리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영주댐의 목적은 낙동강의 수질 개선인데, 댐을 만들어 담수를 하자마자 심각한 녹조가 매해 발생해버렸고, 그 녹조 물로는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니 영주댐은 용도를 상실한 댐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녹조 물로 농사지은 농산물에서까지 녹조의 독이 나왔다는 환경단체의 폭로가 있고 보면 녹조를 배양하는 댐이 된 영주댐은 한시라도 빨리 처리해야 할 흉물이나 다름없다.
 
회룡포 일대의 모습. 곳곳에 식생이 들어와 자라고 있다. 영주댐이 사라지고 큰 물길이 형성돼 흘러간다면 저 식생들도 모두 제거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영주댐이다. 영주댐이 하루속히 철거되어야 하는 이유다.
 회룡포 일대의 모습. 곳곳에 식생이 들어와 자라고 있다. 영주댐이 사라지고 큰 물길이 형성돼 흘러간다면 저 식생들도 모두 제거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영주댐이다. 영주댐이 하루속히 철거되어야 하는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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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영주댐이 철거되고 내성천에 물길이 다시 흐르게 되면 장마와 같은 큰 물길이 형성돼 모래톱 위에 자란 식생을 밀어 내릴 것이고 그러면 내성천은 다시 옛 모습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결단이 필요하다. 마치 결단할 수 없는 병에 빠진 것과 같은 문재인 정부는 이제 물러난다. 5월이면 윤석열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새 정부는 이 사태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부디 이 글이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에 전해져서 내성천 문제는 영주댐 해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기를 빌어본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녹조를 배양하는 영주댐은 낙동강을 위해서도 내성천을 위해서도 전혀 필요 없는 콘크리트 구조물일 뿐이니 말이다. 윤석열 정부의 결단을 촉구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과 내성천을 찾아 현장을 기록했다. 그 기록을 통해 4대강사업의 폐해를 폭로하고 있다. 저서에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2108, 도서출판 참)이 있다.


태그:#내성천, #영주댐, #회룡포, #선몽대, #모래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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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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