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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3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로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3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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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시간이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검찰 수사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두고 이미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이 사건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검찰은 관련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지만 김건희씨가 면죄부를 받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내달 10일 이후에는 검찰이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재판 과정에서 김씨의 연루 정황을 보여주는 기록이나 증언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이 김씨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릴 경우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김건희 수사 반전은 없었다

MBC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제2부(조주연 부장검사)가 이미 대선 전에 김건희씨 무혐의 처분을 하겠다고 지휘부에 보고했다고 26일 보도했다. 다만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김태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4차장검사가 이에 반대하면서, 검찰 수사팀은 김건희씨를 소환 조사한 뒤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관계자는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인 상황으로, 사건의 처리 방향이 보고됐고 이 과정에서 지휘부 내부의 이견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검찰 수사팀이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김건희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검찰은 김건희씨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모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주가조작 선수①②' 이아무개·김아무개씨, 투자자문사 대표 이아무개씨를 비롯해 모두 14명을 재판에 넘기거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건희씨 수사는 계속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선 이후 무혐의 처분을 하기 위한 시간 끌기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검찰은 비공개로 김건희씨 소환을 통보하긴 했지만, 그 외에 김건희씨 수사에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고, 검찰 수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보름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김건희를 구속하라!’ 현수막을 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5명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촉구와 한동훈 법무부장관 내정을 규탄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김건희를 구속하라!’ 현수막을 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5명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촉구와 한동훈 법무부장관 내정을 규탄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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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주가조작 연루 정황에도...

검찰이 김건희씨에게 면죄부를 줄 경우, 이 사건은 검찰이 정치권력 눈치보기를 한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씨가 연루된 정황이 대거 나왔기 때문이다.

김건희씨는 권오수 회장 소개로 2010년 1~5월 '주가조작 선수①' 이아무개씨에게 10억 원이 든 신한금융투자 증권을 맡겼을 뿐, 주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2009년 12월 ~ 2012년 12월 가운데 '선수①' 이씨가 주가조작 선수로 활약한 것은 10개월가량이다. 나머지 2년 2개월은 '주가조작 선수②' 김아무개씨, 투자자문사 대표 이씨 등이 주도했다. 김건희씨는 이들과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공판에서 김건희씨와 이들 일당의 관계가 드러났다. '주가조작 선수②' 김씨는 김건희씨의 토러스투자증권 계좌를 관리했는데, 이는 공판에서 김씨의 전화통화 녹취록과 투자자문사 대표 이씨의 증언이 공개되면서 밝혀진 것이다. 투자자문사 대표 이씨가 김건희씨로부터 15억 원을 빌린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선수②' 김씨와 권오수 회장 쪽이 짬짜미 주식 매매를 약속하면, 약속된 시간에 김건희씨 계좌에서 매매주문이 나온 사실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짬짜미 매매 전 김씨와 권오수 회장 쪽이 주고 받은 메시지가 공개됐다. 

결국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김건희씨가 이 사건의 주모자 권오수 회장과 오랜 친분 관계를 맺은 것을 감안하면, 그가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은 더욱 커진다. 

최근 검찰 조직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집단 반발하고 있다. 반대 이유로 국가의 부패·경제범죄 등의 수사 역량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수사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최고권력자 부인의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고, 곧 면죄부를 발급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 반대 논리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4월 1일 공판] 주가조작 선수 "(김)건희 계좌도 나한테 털어 넣어주고" http://omn.kr/1y4lm
[4월 8일 공판] 주가조작 주도 회사의 파일명, '김건희'... 15억 대여도 http://omn.kr/1y9ip

태그:#김건희씨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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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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