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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골드버그 주미대사 등 12여개국의 대사들이 서울퀴어문화축제 지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필립 골드버그 주미대사 등 12여개국의 대사들이 서울퀴어문화축제 지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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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사에 은평 여성들과 함께 참여해서 매우 든든하고 기쁘다. 서울광장에서 차별에 반대하는 많은 시민을 만나면서 다시금 퀴어문화축제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지난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김예진씨가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약 13만 5천명(주최 측 추산)이 축제와 퍼레이드를 즐겼다. 다채롭게 구성된 80여 개의 부스가 운영됐고 미미시스터즈 등의 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축제에는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미국대사도 참석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차별에 반대하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미국의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면서 "우리는 그 누구도 버리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임 직후 첫 대외 행보로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지지 발언했다.

네덜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덴마크·유럽연합(독일·이탈리아)·스웨덴·아일랜드·영국·캐나다·핀란드·호주 등 총 12명의 대사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외교관 모임'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21세기에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 혐오는 실패해야 한다"며 "언제나 사랑은 승리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슬로건인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 (사진 : 김연웅 기자)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슬로건인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 (사진 : 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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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3년여 만에 오프라인에서 개최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부터 그 역사를 이어왔다. 2000년 대학로와 연세대학교에서 20여 개의 성소수자 단체·커뮤니티가 참여한 소규모 축제로 개최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로 제23회를 맞이했다.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축제는 오는 31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퀴어영화제 등이 온오프라인에서 치러진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를 개최하기까지는 많은 고비가 있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는 서울광장 사용신고 등과 관련해 서울시가 차별적 행정을 한다고 규탄했다.

조직위는 서울퀴어퍼레이드 개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이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문제없음'으로 결정이 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서울광장 사용신고 수리가 조례에 명시된 48시간 안에 허가되지 않았다며 차별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어려움을 겪은 후 치러진 축제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시민이 참여했다. 가까이는 서울시 종로구·은평구에서부터 멀리는 인천·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를 기다린 시민들이 몰려왔다. 서울광장 외곽으로는 기독교 단체 등이 집회 반대 '맞불 시위'를 했다.

강동구에서 온 하승수씨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개최가 어려워졌다. 그 사이에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목소리가 커져서 퀴어문화축제가 너무 그리웠다"고 말했다.

구로구에서 온 정재현씨는 "혐오나 차별 발언이 어떻게 표현의 자유인가. 하루빨리 차별금지법 등의 헤이트 스피치 제재를 위한 법률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퍼레이드는 '자긍심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서울광장을 출발, 을지로와 종로를 거쳐 명동을 지나 다시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슬로건에 맞는 축제였다.

대한민국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그리고 각종 국제인권조약 등이 보장하는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가 문장이 아닌 우리 사회의 유구한 약속으로 언제쯤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남은 숙제다. 인천퀴어문화축제나 소양강퀴어문화축제의 기획처럼, 언젠가는 은평퀴어문화축제도 꿈꿔본다. 
 
인천퀴어문화축제와 소양강퀴어문화축제 부스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인천퀴어문화축제와 소양강퀴어문화축제 부스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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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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