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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사법부 과로 문제는 수년간 사법 개혁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다. 2017년에는 재판 도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포(鮑) 판사가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치료를 받았다. 당시 넘쳐나는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그는 늘 늦은 밤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법원의 업무 부하와 마찬가지로 검찰 업무의 부하 역시 무겁다. 2019년에는 지방검찰청 조사기록 담당자가 휴가 신청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과중한 업무에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법 인력의 부족은 종사자의 과로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사법 수사의 질과 재판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장시간 노동과 사건 수에 허덕이는 판사들

사법원은 올해 5월 정기 기자 회견에서 연간 350만 건 이상의 신규 사건이 접수되고, 이에 판사 한 명당 평균 1646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재판을 너무 오래 미루어서는 안 되고, 또 복잡한 사건의 경우 명확하게 따지고 살펴야 하므로 판사는 반드시 정해진 기간 내에 모든 일을 해내야 한다. 따라서 실제 근무 시간은 놀랄 만큼 길다.

2007년 사법원은 '사법원 판사의 근무 시간 조사 및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타이페이(台北)와 타오위안(桃園) 지방법원을 표본으로 조사한 통계 결과에 따르면, 판사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약 60시간이며, 노동일의 60% 이상 하루 8시간 초과근무를 했다. 판사 대부분은 초과 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담당 사건 수가 과도하게 많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설문 조사에서 판사의 업무 항목별 노동시간 점유율 현황을 보여주었는데, 70% 이상 시간을 판결업무에 할애하였다. 이 판결업무에는 노동시간의 38.2%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판결문 쓰기', '자료 읽기'(19.8%), '재판'(15.4%)이 포함되었다. 기타에는 '회의 연구'(5.1%), '공문서면 연락'(4.9%), '자료수집'(3.2%) 등이 있었다.

비록 판사의 노동시간을 직접 조사한 최근의 자료는 없지만, 1인당 담당하는 사건의 수로 보았을 때 판사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 '사법통계연보' 에 따른 지방법원의 사건 수를 보면 2020년은 총 351만2989건으로 그 양이 엄청나다. 민사 사건의 경우 판사 1인당 월 처리 건수는 평균 74.36건으로 2015년 65.65건에 비해 9건(증가율 13.3%) 증가했다. 형사 사건의 경우 판사 1인당 월평균 처리 건수는 58.92건으로 2015년 60.35건과 비교하면 월간 약 1.4 건이 감소했다. 그러나 사건 종결까지의 평균 소요일수로 다시 비교해보면, 2020년에는 1건당 소요일수가 85.46일로 2016년 66.52일에서 1건당 약 19일이 더 늘어났다.
 
대만 지방법원의 민·형사 사건 현황.
 대만 지방법원의 민·형사 사건 현황.
ⓒ 대만 사법 통계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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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원 인사처에 따르면, 판사를 양성하는 데 대학 4년을 포함해 최소 10여 년이 걸린다. 졸업 후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수련을 마치고 임관까지 약 2년 반이 소요된다. 임관 후 5년간 '후보 판사'로 교육을 받고 수행평가에 합격하면 '시보 판사'가 되어 다시 약 1년간의 교육을 거쳐 평가에 합격해야 비로소 '현직 판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새로 임관하는 판사의 수는 매년 사직 혹은 은퇴하는 50명 내외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판사 수 부족에 따른 과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판사 못지않게 과로의 부담을 지고 있는 대만의 검찰 공무원 과로에 관해서는 다음 기사에 더 다루겠다. 정의와 사법의 여신 유스티티아는 두 눈을 꼭 감거나 천 조각으로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서 법의 공정함과 공평함을 상징하며 공정한 심판으로 죄에 따른 형벌을 가한다. 그러나 정의의 여신이 견디기 힘든 육중한 과로의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면, 그녀가 손에 든 저울이 여전히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대만 노동안전보건단체 OSHLink에서 일하는 황이링 님이 작성하였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팀 장향미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8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동아시아_과로, #대만_과로, #판사_과로, #장시간_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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