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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 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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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1910년 8월 조선을 병탄한 후 가장 먼저 서두른 일은 전국적으로 우리의 사서를 약탈하는 것이었다. 초대 총독 데라우치는 부임하자마자 총독부에 취조국을 설치하여 '조선의 관습과 제반 제도조사'에 착수한다고 공포했다.

내세우기를 '관습과 제도조사'라고 했지만 실제 목적은 이른바 '불온서적'의 압수에 있었다. 병탄 한 달 후인 1910년 10월 1일부터 '관보'를 방행하는 기민성을 보인 총독부는 그해 11월에 설치한 취조국을 통해 전국의 각 도ㆍ국 경찰과 헌병을 총동원하여 조선의 사서를 비롯하여 전통ㆍ문화ㆍ예술ㆍ음악ㆍ인물ㆍ전기ㆍ열전ㆍ충의록ㆍ무용전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뒤져 압수하기 시작했다. 

서적의 압수는 서울 종로 일대의 서점은 말할 것도 없고 경향 각처의 향교, 서원, 양반, 세도가, 고가, 민가 등에서 빠지지 않고 행해졌다. 총독부가 눈에 불을 켜고 찾은 서적은 단군관계 조선고사서를 비롯한 각종 음악ㆍ예술 등을 가리지 않았다. 

유년필독과 같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교과서, 심지어 조선시대의 창가집까지도 빠지지 않고 강탈해갔다. 

조선통감부는 이에 앞서 1909년 3월 '출판법'을 공포하고, 1910년 4월 이성식이 지은 <중등창가>와 이기종의 <악전교과서>를 발매 금지시키고, 1911년 10월에는 '사립학교규칙'을 조선총독부명으로 공포하여 사립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과서는 총독부가 편찬하거나 검정을 마친 것으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아리랑을 비롯 조선의 전통 있는 노래를 금지시켰다. 

조선총독은 1920년 초 전국 도지사와 군수에게 명하여 그 지방의 민요ㆍ속담ㆍ수수께끼ㆍ독물(讀物) 등을 조사하여 보고토록 했다. 이것은 물론 조선의 문화 발전을 위한 목적이 아니고 식민지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기초자료를 모으려는 데 있었다. 

이때 앞에서 소개한 <아리랑 타령(1)(2)>을 비롯 각지의 아리랑과 조선민요 600여 수가 보고되었다. 총독부는 이후 아리랑을 '불온음악'으로 취급하고 학교에서 부르거나 가르치지 못하도록 했다. 이때는 조선강점 초기이고 아직 체제가 잡히지 않아서인지, 느슨한 편이었다. 본격적인 아리랑 탄압은 뒷날 다시 전개하였다.

수집된 민요 중에는 <수심가>와 <이별가> 등이 포함되었다. 총독부는 애정ㆍ퇴폐ㆍ절망 등의 노래를 장려하였다.  

   이 별 가(1)

 만리장성의 암운은 흩어지고
 임이저리 다정타면
 이별마자 지은맹세
 태산이 일조에 무너져
 이별될줄 알았더면
 우연히 둘이맛나
 정들자 이별하니
 이길가망이 전혀없다
 한양십리 중에 월색도 요조한데
 이별인들 있을소냐
 태산같이 믿었더니
 허망이로다
 아예당초 마를것을
 이별말고 사잤더니
 심화골수 매친 한은 (주석 7)

   수 심 가(1)

 노자노자 한 살두살에 마냥노자
 늙어나지면 못놀리라              차마 진정 나는 못살겠구나 

 어스렁 달밤에                    늘 삿갓 쓴 아주머니
 제아모리 보아도                  반풍이 들었구나
 차마진정 님 생각 그리워서        나는 못살겠구나나

 바람아 바람아 불지마라           우리 나 임의
 풀머리 단장 다흩어진다           차마 진정 님 생각 그리워서
 나는 못살겠구나나

 동벽을 안고                      서벽을 두드리니
 그 담벽 변하여                   님될 아니로구나
 차마진정 님 생각 그리워          나는 못살겠구나

 천리원정에 님이별하고            독기강남에 나이곳왔네
 금수초목이 다생생한곳            누굴 바라고 왔단말가
 차마진정 그리워서                나는 못살겠구나라  (주석 8)

주석
7> 임동권, <한국민요사>, 219쪽.
8> 앞의 책, 220~221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문화열전 - 겨레의 노래 아리랑]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겨레의노래 , #겨레의노래_아리랑,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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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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