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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공진희 강사가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 대책위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지난 4월 30일, 공진희 강사가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 대책위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 조선대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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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조선대학교 공연예술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 대책위원회가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대 무용과 강의전담교원 채용 심사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문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직후 수사에 착수한 광주광역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조선대 무용과 A학과장과 B교수를 업무방해, 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진행된 조선대 무용과 강의전담교원 채용 심사에서 탈락한 공진희 강사는 조선대를 상대로 교원임용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공 강사가 제기한 소송은 오는 13일 마지막 변론을 갖는다. 지난 10일 조선대 공연예술무용과의 공진희 전 강사를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상반기까지 조선대 무용과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던 공진희입니다. 2000년에 특강부터 시작해서 햇수로는 23년 차인데, 중간에 쉬었던 기간을 빼면 약 18년간 조선대 무용과에서 시간강사로 지냈습니다."

-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난 1월 5일에 임용시험 결과를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6일에 조선대 무용과 A학과장님이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 중 한 명에게 이번에 임용된 B지원자에 대해 언질해줬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A학과장님이 심사 직전에 해당 심사위원의 어깨를 치면서 '첫 번째'라고 말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기뽑기를 통해 정한 B지원자의 심사번호가 1번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인 7일에 학교 측에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학교 측은 그동안 이의신청이 들어온 사례가 없다면서 별도로 점수공개 요청을 진행하라고 했습니다. 직후 학교 측은 점수공개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원에 교원임용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가처분은 기각됐지만 본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이번 재판의 쟁점은 무엇인가요?

"가처분 당시에는 학교 측이 공고한 내용과 다른 절차로 임용시험을 진행한 것을 문제로 봤습니다. 당초 공고된 20분 공개강의, 10분 질의응답이 아닌 30분 실기수업으로 임용시험을 진행하겠다는 결정이 2차 심사 20분 전에 있었습니다.

2차 심사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다섯 분 중 네 분이 B지원자와 선·후배, 동기, 논문 공저자 관계에 있는 점 역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A학과장님은 '최종합격자인 B지원자와 다수 심사위원이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연말 연초에 심사가 진행돼 심사위원들을 다양하게 모시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물론 A학과장님은 친분과 별개로 심사는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하셨지만 심사위원 다섯 분 중 네 분이 특정 지원자와 친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심사가 과연 공정했을까요? 이 같은 상황에서 A학과장님이 B지원자와 친분이 없는 심사위원에게 '첫 번째'라고 언질한 것까지 드러난 상황인 겁니다."

- 심사결과는 어땠나요?

"1, 2, 3차 점수표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결과, 1차와 3차에서는 제가 최고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40점 만점으로 치러진 2차 심사에서는 B지원자가 40점 만점을 받았고, 저는 28점이었습니다. 제 실력이 B지원자의 70% 수준이라는 건데, 정말 그렇다면 조선대 측은 실력도 없는 사람에게 지난 20여 년간 시간강사직을 맡겨온 것입니다.

이후 정확한 확인을 위해 학교 측에 2차 심사 영상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영상을 촬영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지난 2017년 교육부 감사 당시 지적된 '모든 실기 시험 진행 과정은 영상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지침을 어긴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 역시 쟁점이 됐습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심사 직전 절차를 바꾼 것, '첫 번째'라고 언질한 것, 영상을 촬영하지 않은 것, 심사위원 다섯 분 중 네 분이 특정 지원자와 친분이 있었던 것까지 네 가지입니다."
 
2022학년도 1학기 강의전담교원 2차 심사 결과. 1번이 B교수의 점수이고, 2번이 공진희 강사의 점수다.
 2022학년도 1학기 강의전담교원 2차 심사 결과. 1번이 B교수의 점수이고, 2번이 공진희 강사의 점수다.
ⓒ 조선대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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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부분은 재판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나요?

"가처분 당시에는 목격자였던 조교님이 학교에 출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용과 관계자들이 '네가 그렇게 정의롭냐'는 식으로 그분을 압박해서, 결국 그분이 증언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본 재판에서는 그분이 작성한 사실 확인서가 제출될 수 있었습니다. 이에 판사님이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물으시면서 '인정하지 않으면 이의 신청을 해라. 그렇게 하면 해당 조교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상대 측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 이의 신청을 하지 않았고, 제 변호사님에 따르면 이의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인정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 임용 문제로 대책위가 꾸려졌는데, 이후 다른 문제들도 제기됐습니다.

"지난 2017년에 학생 7명이 A학과장님 관련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학교에 대자보를 붙였는데, A학과장님이 학생들의 통장을 모아서 출연료 명목으로 입금된 돈을 횡령하고, 수업도 한 학기에 세 차례 정도만 진행하셨다는 폭로가 있었습니다. 명품백을 상납받거나 논문 대필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당시 제기됐던 문제들과 똑같은 일들이 최근까지 반복돼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임용된 B교수님의 폭행 문제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저는 2020년 교원 채용 당시 A학과장님께 교원 채용 대가로 금품을 요구받았습니다. A학과장님의 남편이 '3억~5억 원을 현금으로 주면 교원으로 임용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마련할 수 없는 돈이어서 거절했고, 이 부분 역시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30일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많은 것들이 후회스럽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을 위한 대책위의 피켓.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을 위한 대책위의 피켓.
ⓒ 조선대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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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조선대 무용과를 없애려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교수가 되지 못해서 떼를 쓰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강의가 좋았고, 무대와 춤이 좋았습니다. 조선대 무용과가 좋았고 광주가 좋았습니다. 문제제기 후 지난 1년간 온갖 협박과 루머에 시달렸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이 저로 인해 겪은 일들이 가장 아팠습니다. 왜 공정하지 못함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아파야 하는 걸까요?

저는 2017년 당시 시간강사 신분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학생들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학생들과 함께 제자리로 돌아가 공연하는 날을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조선대에서 앞으로 다시 10년간 시간강사로 일하라고 한다면, 할 생각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제 실력이 부족했다면 백 번도 더 납득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면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다시 한번 공정하게 심사받고 싶습니다.

그동안 폐쇄적 사회였던 조선대 무용과에서는 모든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돼 왔습니다. 2012년과 2017년에도 불공정과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해결된 건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결말을 맞이한다면 다음 사람들은 더 힘들 겁니다. 교육자들이 교육자답게 행동할 수 있는 조선대 무용과가 되면 좋겠습니다."

태그:#조선대학교, #조선대 공연예술무용과, #조선대 무용과 임용 불공정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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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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