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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모습.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후 닷새 연속으로 조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모습.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후 닷새 연속으로 조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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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마저 없는 분향소에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의 애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부는 어제(3일) 밤 11시, 야근을 마치고 귀가길에 들렀다는 최아무개씨(남, 49세)는 "피곤하지만 한 마디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많은 청춘들이 너무 안타까워 꽃 한 송이라도 바치고 싶었서 왔다"면서 "책임지지 않을려는 정부, 사과 한 마디 없는 대통령이 조문만 4번 오면 뭐하냐"고 성토했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강한 성토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야당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4일 오전 9시 30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여야가 다 동의하는 국정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에 관련 자료를 빠짐 없이 신속하게 제공하고 국민께 공개하는 것이 이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사건 직후 현장에 갔을 때 용산 소방서장이 한 이야기가 다시 기억난다. '작년에도 차도, 인도를 구분하고 군중 관리를 통제하기 위한 실제 집행이 있었는데 올해는 계획도 없었고 혼잡 관리도 없었다'고 분명하게 이야기를 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이 명백한데, 왜 현장 관리를 위한 교통 통제 경찰과 경비 계획이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데, 아무도 답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성역 없는 국정조사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민심이다. 특수본이 수사에 나섰다고 하지만 정작 서울청장실과 용산서장실은 압수수색에서 빠진 것이 어제 드러났다."며 "수사를 받아야 할 정부가 수사를 한다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이었다. 민주당은 국민 뜻에 따라'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어제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행정안전부의 사고 초기 대응에 관한 질타도 이어졌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태원 참사 발생 2시간 30분 전, 현장을 지휘하던 경찰관이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그 시간 용산 대통령실 앞에는 대통령실 경호 병력을 제외하고도 집회 대응에 투입된 경기도 소속 3개 기동대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그 중 1개 기동대만이라도 이태원 참사 현장으로 출동해서 일방통행을 유도했다면 156명의 희생자를 살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통령실 앞은 위험상황이 없었다. 이태원이 있는 용산구 바로 옆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사저는 집회나 시위가 없었는데, 기동대 2개 부대가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대기·배치돼 있었다"며 "이들 중 1개 부대만이라도 이태원 참사 현장으로 돌렸다면 156명의 희생자는 살릴 수 있었다. 참사가 예견되고 119 신고가 계속되는 위급한 상황에서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무대응이 대통령실과 대통령 사저 앞 경비를 위한 것이었나?"라면서 참담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죽어가는 국민보다 대통령 보호가 중요한 나라, 억울하게 희생당한 국민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것조차 대통령을 위하여 기획하는 나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사라졌습니다.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정부만 남아있습니다. 권한은 책임지라고 주는 것이고 책임은 권한이 큰 사람이 지는 것입니다. 힘없는 일선 경찰을 희생양으로 삼지 마십시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민주당 의원실 측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10월 29일 경력운용 계획'에 따르면, 경찰은 참사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근무하는 야간 대기조로 기동대 1개 부대를 배치키로 계획한 바 있다.

해당 부대는 당시 광화문 집회 대응을 마치고 녹사평역과 삼각지역 인근에서 대기 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윤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초 지역에는 집회나 시위 일정이 없었음에도 오전 8시부터 2개 기동대가 교대로 근무한 사실도 밝혀졌다.     

민주당은 전날(3일) 서울지방경찰청을 항의방문한 뒤 "만약 자료가 넘어오는 게 부실하거나 (제출 여부 검토에 들어간) 1~2건이 제출 안 된다고 하면 제2의 대책을 세워서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참사 자료 안 주는 책임 기관들... "조직적 자료 통제 의심" http://omn.kr/21h04 ).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박홍근 만난 이은주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를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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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의 유럽 출장 중 대처 과정의 문제도 제기됐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3시 16분에 문자 보고를 수신 받았고 바로 4분 후인 20분에 시장에게 구두 보고를 했고, 행정1-2부시장, 소방재난본부장에게 통화를 해서 조치를 취했고, 30분에 귀국을 결정한다. 즉 16분에 유럽 현장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30분에 귀국을 결정하는 굉장히 기민한 대처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11시 20분보다 무려 25분가량 빠른 10시 54분경에, 서울시 한 필수 관계자에게 '해밀턴호텔 골목 핼러윈 행사 중 인파에 밀려 인명 사고 발생 20여 명 추정' 이라는 문자가 이미 발송됐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자를 받았으면서도 왜 은폐하고 있습니까?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이 상황 전파를 받고도 그 사실을 숨긴 이유에 대해서 밝혀주십시오. 뿐만 아니라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서울시 필수 인원에게 10시 54분 이전에도 또 다른 문자 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도 현재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라며 서울종합방재센터는 29일 업무일지 전체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 즉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의 닷새째 분향소 조문, 하지만 

민주당은 같은 날 오전 10시 5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진정 어린 사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5일째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는 이게 대통령의 진심어린 반성인지, 책임을 면하기 위한 보여주기 일정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정말 사과할 마음이 없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이같은 움직이과 반발 가운데 국정조사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를 다음주 중 제출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먼저 국정조사 요구를 공식화했고, 민주당이 이에 호응하며 민주‧진보 진영의 '야권 연대'가 부활하는 모양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과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희생자 분향소를 다섯번째 찾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조계종의 위령법회에 참석한 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태그:#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사과없는 대통령의 5번째 조문, #경찰 초기 대응의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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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기록하고 찰나를 찍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지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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