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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송고한 기사 28개와 기사채택 원고료 446000원. 2021년 5월부터 1년 반 동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보낸 글과 원고료이다. 첫 원고로 15000원을 받은 후, 20만 원이 적립되면 독립출판으로 나의 첫 책을 출간할 때 사용하겠다는 말을 기억한다. 원고료로 가전제품을 바꾸었다는 한 작가의 이야기는 글쓰기 초년생인 내 가슴에 불을 지폈다.'

 
11월 30일에 등록된 나의 첫 책의 프롤로그 머릿글이다.

책이 나왔다. 내가 쓴 에세이가 책이 되었다. 2년 전, 황무지였던 글쓰기 세계로 발을 들이며 작가님의 권유에 따라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렸다. 하라고 하니까. 그 때 들려주었던 어느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곧 잊었다.

돈이 되는 글쓰기라는 게 먼 나라 이야기였다. 세탁기는 고사하고 단돈 만 원이라도 만들 수 있으려나? 더구나 그런 물욕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는 게 세속적이고 자신도 없었다.

에세이 반 선배들과 동기 한 명이 독립출판을 하는 모습을 구경꾼처럼 바라보며 막연히 생각했다. '뭐, 글이 모아지고 필력도 쌓이면 언젠가 나도 자연스럽게 책을 내겠지.' 그러면서도 사실 책을 내는 자체가 매력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부족한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 매우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담을 담은 에세이가 내 전부로 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 문자에 대한 책임도 져야할 것 같았고 비판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가장 안전한 건 글만 쓰고 책은 안 내는 거였다.

위안도 잠시. 노년을 바라보는 내게 시간이 무한정 남아있지 않다는 현실이 파도를 쳤다. 기회가 다시 왔다. 출판사로 등록을 했다는 산말랭이 <봄날의 산책> 책방주인의 한 마디가 솔깃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얼마든지."

너무나 가볍게 내 짐을 맡아주겠다는 그녀의 넉넉함에 안전지대 장벽이 흔들거렸다. 이 나이에도 상처받지 않으려 도망하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결과는 생각하지 말고 한 번 해보는 건 어때?'
 
그림에세이집
▲ 나의 첫 책 그림에세이집
ⓒ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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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가장 힘이 되었던 건 오마이뉴스에 보낸 28편의 글이었다. 남편 이야기와 엄마 이야기로 짬짬이 웃고 아쉬워하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지낸 시간들을 책으로 묶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작정하고나니 쓸까 말까 고민은 사라지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마음이 바빴다.

나에게는 습작으로 그린 펜화도 있었다. 에세이에 펜화도 담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인지 자연스럽게 글에 그림을 짝지어 놓았다.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을 밑천으로 39편의 글과 펜화 40점을 출판사에 보냈다. 생초보의 미숙한 점들을 출판사 대표는 쿨하게 끌어안았다. 초안을 보고 수정 내용을 보내고, 다시 또 글을 보충하고 삭제하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난감해하는 소리와 함께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말하자면 거의 마지막 단계인 맞춤법 정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추가 삭제를 요구했으니 그럴만도.

편집의 속성을 조금 이해할 즈음, '다음에 하면 진짜 잘할 것 같아요'로 얼버무리며 자꾸 고치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혔다. 서툰대로 내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과 어느 시점에서는 멈추어야 하는 것도 배웠다.

드디어 책이 나왔다. 출판사의 첫 에세이집으로 동료 세 명이 함께 출간했다. 박모니카님과 김정연님의 책이 나란히 탄생했다. 글이 책이되는 일이 두 달 만에 이루어진 기적이었다.

"책을 안 쓴 사람은 써 본 사람의 이야기를 할 수 없어요."

나는 이제 책을 낸 사람과도 책 쓰기를 망설이는 사람과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제목은 <1도를 찾아볼까요?>이다. 글쓰기를 통해 일상을 다시 바라보고 현재 안에 존재하는 지나간 사건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닳고 나면 마지막 한 줄에 내 삶의 온도를 올려주는 한 마디를 선물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글쓰기는 1도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에세이가 뉴스가 되는 오마이뉴스와의 만남이 책이라는 결과물로 나온 셈이다. 좋은 인연이란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된다. 새해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더 유익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 및 브런치 게재예정


태그:#첫 책 , #그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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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육십부터.. 올해 한살이 된 주부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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