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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왼쪽 두 번째)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왼쪽 두 번째)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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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노동개혁'의 밑그림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긴 노동시간을 더 줄이긴커녕 오히려 더 늘려 최대 주 69시간 근무가 가능한 방향을 두고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의뢰로 노동개혁 방안을 연구해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아래 연구회)'는 12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52시간제(기본 근로시간 40시간 + 최대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업종과 기업 특성에 맞춰 유연화하고,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내용의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는 현행 1주(12시간)에서 월(52시간), 분기(140시간), 반기(250시간), 연(440시간) 단위로 나뉘며 일주일에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다.

연구회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고, 또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도 장시간 노동을 우려하는 질문에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빈번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연구회 자체가 교수진으로만 꾸려지는 등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연구회 권고문을 두고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만들어진 1주 12시간 한도의 연장근로시간 제한과 유연근무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방향성"이라고 총평했다. 그는 "노동자가 특정 주에 바짝 몰아서 갑자기 주52시간 일해도 단기과로"라며 "실근로시간 단축을 어떻게 할지는 생각하지도 않는 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은 나라 전체를 산재 공화국, 과로사 공화국, 피로사회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도 했다.

"정부, 엉뚱한 곳에서 답 찾아... 노동개혁 아닌 개악"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국무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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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같은 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는 "얼마 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L사업장은 올해만 42일간 특별연장 근로 인가를 승인받은 상습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소하고 입법목적을 수호하려는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정부는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일·생활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대책들이 만들어지고 시행돼야 한다"며 "실노동시간을 확실하게 줄이지 않거나 유연화에 버금가는 안정화 대책이 확실하게 추진되지 않는다면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개악'이 분명하다"고 했다. 또 연구회 권고문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적정임금 보장과 최소휴식시간제 전면 도입,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포괄임금제 폐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시간제도 전면 적용 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노무사 출신 이기중 정의당 부대표는 연구회의 권고문을 두고 "사장 마음대로 하는 탄력근로제"라고 평했다. 그는 "이 제도가 현실화하면 휴게시간 빼고 주 84시간이다. 연단위로 하면 10주간 주 7일 12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며 "크런치모드(업무 마감시한에 맞춰 장기간 초과노동을 계속하는 행태를 뜻하는 말로 IT업계에서 흔히 쓰임)의 합법화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윤 대통령의 주120시간에는 미치지 못하니 아쉬우시겠나"라고 했다.

이 부대표는 "연구회가 하자는 대로 하면 과로사가 늘어난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손잡은 탄력근로제 확대로 '바쁠 때 바짝' 주64시간 일하는 게 가능했는데, 윤석열은 주84시간까지 몰아붙이려나 보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자유로운 합의'라든가 하는 말은 현생엔 적용되지 않는 법전 속의 문구일 뿐"이라며 "웬만한 직장인들은 알텐데 저분들은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 하는 걸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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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래노동시장연구회, #노동시간, #윤석열, #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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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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